작년 12월 필자는 본 지면에 ‘대선 이후’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내용 중 일부가 이렇다. “한국 교계와 연관해서 보면 이번 대선은 아마도 역대 선거 가운데 교회가 가장 많이 개입한 선거가 아닐까 한다.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조직적으로 밀었다. … 대선은 끝났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내년 총선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 교계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 뉴라이트든 이명박 장로와 가까운 교계 단체나 인사든 이제는 이명박 당선자와 거리를 두고 다시 건강한 비판자와 견제자의 자리에 서야 한다. 이명박 장로와 이명박 정부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장로 개인의 신앙 윤리적 결단으로 진행되는 집단이 아니다.”
요즈음 기독교 지도자들의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다. 고민이 심각하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몇 년 동안이나 준비하여 해당 년도인 2007년에 기를 쓰고 공개적으로 회개했다. 교계의 존경받는 리더들이 사회봉사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필요성을 깊이 깨닫고 여러 해 동안 공을 들이며 이에 대한 교계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와 연관하여 ‘서해안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을 만들어 최선을 다해 전교계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었다.
이렇게 애써서 어느 정도 회복되어가는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일거에 무위로 돌아가는 듯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 상황과 연관하여 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기독교와 동일시하는 데는 언론의 호기심이 부풀려 놓은 게 많다. 그러나 어쨌든 사회 일반은 현 정부와 기독교를 같은 시야에 놓고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기독교의 리더십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인으로서 교회 지도자들과 거룩한 기관으로서 공교회가 두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하고 두 가지를 해야 한다.
먼저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하나는 맞서는 두 그룹 중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정부편도 아니고 촛불 집회 참석자들 편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편도 아니다. 공인으로서 목회자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공교회는 편을 말하자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만 책임적 존재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보수든 진보든 분리주의적 경향이 많은 이데올로기를 편들면 안 된다. 하나님 말씀의 근본적인 가르침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분리주의적 이데올로기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힘써서 실천해야 할 것이 또 두 가지다. 하나는 교회와 목회자가 진리의 말씀을 받아 그 말씀을 전하는 존재로서 건강한 비평과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와 연관하여 가장 중요한 덕목이 사실과 정직이다. 어떤 사안의 사실 자체를 밝히고 규정하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죄며 사실을 있는 대로 드러내고 여기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한다. 거짓과 속임은 대통령이 했거나 소시민이 했거나 나쁜 것이다. 목사나 장로가 했어도 그렇고 타종교인이 했어도 그렇다.
해야 할 다른 하나는 사랑과 치유다. 사회의 법과 제도가 외견적인 것을 다룬다면 기독교의 가르침은 마음과 영혼까지 다룬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치유의 은혜는 모든 사람에게 가닿아야 한다. 교회는 존재하는 세계의 어머니로서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치유를 전한다.
기독교 리더들 가운데 보수 쪽으로 강하게 치우친 사람이 독설을 내뱉고 반인륜적인 선동을 일삼는 것을 어찌하랴. 내버려 두자. 진보 쪽 극단으로 기운 사람이 성경의 가르침보다 인본주의에 근거한 어떤 사상을 더 중시하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허물려 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냥 놔두자.
지금 상황에서는 교회가 설 땅이 좁다. 그러나 멀리 바라보자. 진리가 길을 잃은 적은 없다. 한국 교회가 현실 문제와 연관하여 너무 성급하게 편들기를 한 상처가 깊다. 한 십 년쯤 깊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내면을 성찰하고 기도의 자리를 눈물로 적신다면 새로운 시야와 현실이 열릴 테다.
·성락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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