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렵다', 작년부터 많이도 들어온 말이다. 물론 말만이 아니라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그에 따른 이런저런 파생 현상은 분명한 `팩트'다. 현실 인식은 분명할수록 좋다.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어려움이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우겨봐야 소용없다.

한 달 전쯤 어느 모임에서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하여 전문가 한 분이 발제를 하고 10여 명 되는 사람들이 토론을 했다. 발제한 분이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하여 전문가의 입장에서 분석을 하고 그 분야에 식견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다. 논의 중에 교회에서 전하는 메시지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가 오갔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개 교회 강단에서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가 많다.

믿음과 용기를 갖고 어려움을 이겨야 하며 이 어려움의 터널을 지나면 희망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내용이다. 어려움을 거침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어려움을 이겨낸 신앙인들의 경험을 든다.

대화에서 강단의 희망 메시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었다. 이런 내용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못하고 대안 없는 희망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다. 희망을 얘기하기에 앞서 팩트를 정확하게 알리고 인식시키는 게 필요하다. 제아무리 희망을 가진다고 해도 현실에 대한 인식에 오류가 있으면 그 희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희망이 사람의 감성에 기대와 설렘을 준다고 해도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열매가 없다.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감성과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간격을 직시한 발언이었다.

모임에서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감성과 사실의 관계를 짚었다. 정신적 영역인 감성과 물리적인 영역인 사실 사이는 그렇게 경계가 분명한 것이 아니라는 게 내 얘기의 핵심이었다. 예컨대, 심하게 독감이 걸린 사람을 생각해보자.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말한다.

“요즘 감기 한 번 걸리면 잘 낫지 않아. 꽤 오래 가…나도 한 두어 달 앓았어….” 이 사람의 정신에는 부정적 암시가 걸리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또 말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그래도 회복이 빠른 것 같아…그런데 요즘엔 독감 종류도 많아서 예방주사가 소용이 없다고도 그러지 아마.” 겨울 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던 생각을 하면서 이 사람의 감성은 더욱 부정적 분위기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적 감성 때문에 이 사람의 뇌가 세포의 면역 시스템에 이런 정보를 전하며 명령한다. `이번 독감은 오래 간다. 빨리 회복하지 못한다. 꽤 오랫동안 앓을 것을 예상해라.' 물리적인 면역 메커니즘이 약해진다. 쉬 피곤해진다. 감성 때문에 팩트가 변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빨리 나을 것이라고 확신을 갖는 경우 말이다. 따끈한 차를 마시고 적절하게 휴식하고 비타민씨도 복용하면서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독감이 휙 날아가 버리는 걸 머리에 그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체의 물리적인 상황이 바뀔 것이다. 정신적인 상황과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서 병의 회복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감성과 사실(팩트)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서로 뒤엉켜있고 서로 반응하며 움직인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 암시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부정 암시에 걸리면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아주 강한 희망의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 팩트에 영향을 주고 현상을 변화시킬 정도로 희망의 감성을 가져야 한다.

사람이 다른 존재들과 명확하게 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신과 영혼에 있다. 정신과 영혼은 하나님과 통한다. 정신과 영혼의 주파수를 희망에 맞춰야 한다. 희망의 근원과 본질은 창조주 하나님이다. 희망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에게서 온다. 하나님에게서 오는, 팩트의 구조까지 변화시키는 그 넉넉한 힘을 신뢰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는 그 힘이 흐르고 있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