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축구가 독일을 제치고 완승한 것을 빼고는 기분 좋게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많은 이들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한 해를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개그맨들이 만들어내는(어떤 것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는 것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그런데 요즘에 재미있는 사람이 하나 나타났다. 봉숭아 학당에 경비로 분장한 신인 개그맨, 좀 모자라는 듯 하고 통하지도 않는 배짱을 부리면서 남의 수업을 방해하고 들어오는 그 사람의 말투가 요즘의 세태를 풍자하는 것 같아서 함께 웃어본다.  “까짓것, 그만두면 되지 뭐, 까짓 거….” 이것이 그의 고정적인 멘트이다.  허구한 날 싸움판만 벌이던 17대 국회를 보아온 우리들이다. 내수가 죽어서 경기가 풀리지 않고 젊은이들이 직장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딱한 모습을 보면서 정·관계 지도자들을 원망도 했다. 워낙 형편없이 망가져서 여기서 나빠 봤댔자 얼마나 더 나빠지랴. 그러니 “까짓것, 그만두면 더 못할 것이 무엇이겠느냐”라는 그 소리가 공감이 간다. 남의 수업을 방해하면서도 별로 미안한 것도 없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경비아저씨의 멘탈리티가 요즘 여기저기서 판을 깨고 다니는 정치인이나 지도층의 인사들보다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젊은이들은 바보인척하고 능청을 떠는 개그맨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참으로 힘들게 살아온 한 해이다. 내년에도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도리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까짓것….”이라는 숙명론적이고 자포자기식의 의식은 금년으로 끝내버려야만 그래도 내년이 소망이 있을 것이다. 본래 세상은 우리를 편안하게 살도록 맞춤형 인생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이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언제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국제 관계에서도 자국의 이익이 있어야만 위기도 불사하고 명분을 만들어 전쟁도 해주고 도와주기도 하는 것을 본다. 동물의 왕국 수준의 냉정한 약육강식 원리가 국제 외교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구조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무지개 빛 배경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뻔한 일이다. 비극적인 숙명을 극복하는 길은 빨리 세상이라는 현실을 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성경이 예언하고 있는 마지막 시대는 날로 악해져 가는 시대이다. 마귀가 극성을 부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분쟁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자연은 심각하게 파괴되며, 인간의 심성은 더욱 더 사악해지고, 영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욱 심한 혼란과 미혹에 휘둘리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년에도 어려운 현실을 맞게 될 것이며, 그들은 금년과 별 다름이 없는 원망과 불평을 또 쏟아낼 것이고, 분노하고 좌절하며 자포자기하게 될 것이다.  매번 그래왔듯이….이 모습은 상황전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의 태도이다.  우리나라 민족성은 다혈질이라서 그런지 조금도 참지 못하는 것 같다. 발전적인 것을 시도하려고 하면 우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불이익을 보고 혈기를 부리면서 팔을 걷어부친다. 서방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다가 파업하는 것을 보고서 발을 뺀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걸핏하면 머리에 띠 띠고 주먹을 내뻗으면서 화난 얼굴로 분규, 파업을 해왔다. 이젠 그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될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던 것이 잘못된 방법이었다. 서로가 상처입고 혼란만 가중시켜 피차가 망하는 길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함이라”(약1:20)라고 성경에서 교훈하고 있다. 너도 못 먹고 나도 못 먹는 식의 판을 깨는 삶의 태도, 이젠 종언을 고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음이 따뜻한 민족이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다시 재건해야 할 것이다. 임재성 목사 / 인천금곡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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