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정부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러한 가운데 한 민족이자 북한의 주요 식량지원국이면서 한편 주적의 입장에 서 있는 남한에서는 이를 놓고 여러 가지 논쟁이 일고 있다. 유엔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룬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8월 21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인권소위원회 제49차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공개와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 “북한이 세계인권선언 제 13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위한 국제규약' 제 12조에 각각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북한당국에 정부인권보고서 제출 등 유엔이 추구하는 국제인권규범에 따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1994년 유엔 인권소위원회 불법구금위원회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벌목공 처우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인권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몇 차례 다뤄졌다. 이처럼 강제수용소, 공개처형 자행, 수천의 정치범들에 대한 인권유린, 계속적인 실종보고, 식량부족 상태의 방치 등 북한의 인권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90년대 중반 이후 4천여 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의 증언과 북한을 방문한 국제기구, 시민단체의 진술로 인해 공공연히 알려져 왔다. 북한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집단의 이익 속에서 개인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집단주의 원칙”에 의한 일명 `우리식' 인권개념 속에서 민주주의의 이해를 기준으로 한 개인의 행복과 권리 추구의 가능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외부와의 철저한 통제가 오늘과 같은 심각한 인권유린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의 증가에 대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던 태도를 바꿔 인권이사회에 2차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북한 당국의 본질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대응책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엔의 북한정부에 대한 결의안 채택으로 이처럼 여론이 술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국의 북한 공격 정당성을 위해 인권문제를 수단화시키기고 있다는 논리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인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 가치인데다 북한 인권상황이 워낙 나쁘기 때문'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는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불안한 상황 가운데 처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전에서의 승리를 기반 삼아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태세에 돌입할 것은 당연한 순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권문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또 한 가지는 이번 북한인권문제로 인해 국내 진·보수, 극좌·우익의 이념대결의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북 아니면 친북의 흑백논리로 인해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하면 남한의 인권문제는 은폐시키려는 우익세력으로, 또 남한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 좌익으로 취급받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전문가들은 이같이 양쪽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은 문제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원웅 교수(관동대학교)는 `북한 인권문제의 성격과 인권정책의 방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연구는 남북 체제 대결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체제의 약점을 들추어내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시도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남북대결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북한의 인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간 체제와 이념의 대결이라는 냉전적인 구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우리나라와 외교정책의 이해득실에 따라 거론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합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남한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해 현재 유력한 지원국이면서도 동시에 주적의 입장에 서 있다.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는 통일을 대비해 분명히 우리가 안아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 회부되어도 우리의 입장은 적극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흑백논리와 당략을 앞세우기보다는 종교단체, 인권단체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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