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교회 담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발표할 때만 해도 한반도의 지형은 그야말로 태풍을 예고했다.
한반도의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화가 진행하고 북한의 핵 폐기 의사가 확인되면서 상황은 급진전되었다. 이미 연말까지 핵 불능화 시한을 정해놓고 있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냉전벨트를 평화벨트로 바꾸어 놓았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항상 열강의 틈새에서 고통을 당해왔다. 과거 세계지배야욕을 가진 일본이 대륙진출을 꿈꾸며 벌인 청일 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을 통해서 우리와 상관없이 고통을 당해야 했다. 두 전쟁의 승리의 결과물로 일본은 조선의 지배권을 가지고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다. 해방 이후에도 힘이 약한 우리민족은 외세의 지배권아래 놓일 수밖에 없었고 동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분단의 역사에서 분단을 해결하지 못한 우리민족은 고스란히 그 고통을 남과 북이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자주적으로 우리 문제를 책임 있게 결정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볼 때 가슴이 아프다. 이제 우리민족은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과거 남과 북의 선언적인 수준의 문서들은 각기 처해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남과 북의 정상이 2000년 6월 15일 만나면서 남, 북의 문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철옹성과 같은 북한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남한 주민들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족으로서 북한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번 제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해 가지고 내려온 보따리는 실로 대단한 한반도 비전을 담고 있다. 이제 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족 공동 번영의 시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문제는 남, 북의 정상들이 합의한 내용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남과 북의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차분하게 일을 추진해 가는 것도 남은 과제이다.
지금 대선이 눈앞에 있고 정치인들은 남북의 문제를 대선과 연계해 접근할 수 있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접근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칠 수도 있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분단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민족은 꾸준히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고 남북정상회담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민간교류를 통해 꾸준히 쌓아온 신뢰가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간교류는 평화를 열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꾸준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교회와 도잔소에서 글리온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만남을 가져왔고 '88년 교회협의 통일선언은 민간단체들의 통일의지를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수로 지칭되는 교회들도 '95년 북한의 큰물피해 이후에 꾸준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해왔고 빈번하게 접촉했다. 이것은 교회들이 진보든 보수든 북한을 한 동족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공을 들여온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교회가 미래가치를 세상에 내어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평화를 위해 복무할 책임이 있다.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반 평화적인 모습으로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내어서야 되겠는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앞에 미래가치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가 여기에 대답할 차례이다. 바로 이 대답을 통해 한국교회는 교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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