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불행을 주는 전쟁은 더이상 안돼”

 매년 6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6·25. 강대국에 의해 벌어진 동족상잔의 아픈 기억이지만 아직도 남과 북은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고 철책선 밖으로 서로 총을 겨누며 50년 전 갈라진 채 그대로이기에 아직도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6월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 53년이 흘렀다. 2001년에는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 악수를 하는 감격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등 몇 년 사이 남북은 서로 오가며 교류전선에 많은 발전을 보였다.
 서로 웃는 얼굴로 악수하는 모습에 50년을 버텨온 철책선이 단박에 끊어질 듯한 소망을 가져본 것은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누구를 겨누기 위한 것인지 현재 동북아시아는 북한 핵문제로 인해 살얼음판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보훈병원에서 만난 전상자들의 입을 통해 6·25전쟁의 현장 얘기를 들어봤다.
 당시 포병이었던 서상만 씨(71)는 '53년 7월 20일경 최후저지사격이 있던 날 계속 쏘아댄 포탄소리에 고막이 터지고 이후 양쪽 2km씩 후퇴하는 과정에서 무리해 허리를 다쳤으며, 포탄 파편이 손에 스치면서 마비됐다.
 이 때 다친 귀에서는 3년 전까지 고름이 흘렀고, 손은 지난 6월 3일 3번째 수술을 했다는 통증을 이기기 위해 항생제와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나라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아니면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비를 들여서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당시 치료가 어려울 것 같으면 절단해 버리던 상황에서 그나마 손을 수술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56년에 제대하니 어린 동생들과 빚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식구들중 죽은 사람들도 허다했지. 절대 전쟁은 나지 말아야해….”
 서 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다시는 전쟁의 아픔이 이 땅이 없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뇌경색으로 보훈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종순 씨(74) 역시 6·25당시 오른쪽 다리 두 군데에 포탄 파편이 대퇴부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을 한 후 한동안 괜찮았는데 몇 년 전부터 매년 6월이면 환부가 쑤시고 아파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살려고 피해 봐야 소용없어. 사람이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그저 실탄, 포탄이 피해주길 바랄 뿐이었지.”
 1950년 12월 10일 대구 제 1육군훈련소에 입대해 1주일 교육훈련 후 최전방인 경기도 안성 죽산에 배치됐던 최준호 씨(74). 현재 보훈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그는 6·25 당시 천마산 전투, 용문산 전투, 북한산 전투 등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장본인이다. 전쟁에 대해 묻자 한시도 쉴 틈 없이 날아들었던 총탄, 그리고 여기저기 굉음을 내며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포탄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52년 9월 2일 강원도 양구에서 포탄파편이 오른쪽 대퇴부에 박히는 부상을 당했다. 한차례 수술을 받은 후 제대했지만 계속되는 고통으로 일평생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한 동네에서 같이 입대한 14명 중 5명이 살아 돌아왔지만 나머지 4명도 얼마 못 가 죽고 최 씨 혼자만 남았다. 강원도 눈밭 영하 38도의 강추위 속에서 늘 축축하게 젖은 신발을 벗고 쉴만한 잠깐의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 때 걸린 동상으로 손발의 피부가 3번씩 벗겨졌고 아직도 약을 바르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통일에 대해 물었다.
 “독일의 경우는 민족성이 강해서 가능했지만 남북은 사상과 이념이 너무 달라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은 전국민의 화합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통일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젊은이들에게 6·25가 잊혀지고 있다며 긴 한숨을 토했다.
 6·25의 파편들을 아직도 몸 속에 안은 채 고통을 잊지 못하는 이들은 젊은 세대들이 전쟁의 기억을 잊지 말기를 바랬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 6·25를 경험한 세대는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되어가고, 6·25의 아픈기억은 시간의 흐름속에 감각을 잃어가는 듯 하다. 아직 남북통일의 과제를 남긴채 말이다. 과연 전쟁 이후 세대들에게 남겨진 통일의 과제에 그들은 얼마나 반응하고 있는지….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총·포탄으로 인한 상처로 고통을 몸에 알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갈라진 남북 분단의 아픔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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