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행사들이 곳곳에서 있었다. 특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당연히 확장해 나가야 할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한 내에서는 미국과 북한에 대한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대목 또한 어려울 것 같다. 정전협정이 채결된 지 반세기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 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한미군이 맡고 있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늦어도 오는 2005년까지 한국군에 넘겨진다는 결정이 나자 `북한이 밀고 넘어오면 막을 힘이 있는가' 라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이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한국이 아닌 미국과의 대화만을 원한다. 9월 15일 이전에 북핵 문제로 진행된 3자 회담이 확대 회담 형식으로 한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해 6자 회담으로 열릴 전망이라고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밝혔지만 가능성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한국의 역대 정권은 남북의 긴장과 화해를 정권의 안위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 전례가 있기도 하지만 남북간의 불신의 벽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50주년(27일)을 앞두고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 반도의 비핵화를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이 미완의 전쟁이 이 지역과 세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국민에게 끼치는 위험을 극명하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위협해 왔던 암운을 떨칠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한국 통일과 항구적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광범위한 안보, 군사, 정치, 인도 및 경제적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새로운 위기의 발생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 안보문제의 해결은 가장 긴급히 해결해야 할 우 선적 과제이며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발표다. 이렇게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 남한 내에서의 미국과 북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사회적으로는 민감하고 또 위험 수위가 위기로까지 보일 정도다. 우리에게 오늘의 북한은 `경계대상'과 `같은 동포'라는 이중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북한은 우리와 정치·군사적으로 대결상태에 있는 경계대상이며, 동시에 하나의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북한과 우리는 아직 완전히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 남한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통일교육원 양재성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북한과 우리는 아직 완전히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북한은 우리가 함께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실현해야 할 대상, 즉 우리가 숙명적으로 끌어안아야 할 동포가 사는 곳이며, 또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공존공영을 지향하기로 합의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북한은 분명히 `적'이지만 `동반자'인 것을 명확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학술단체협의회와 문화일보가 주최한 한국전쟁 정전 50년 국제평화 학술심포지움이 있었다. 일본 주오대 이토 나리히코 명예교수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데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그 책임을 부시에게 돌렸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미 외교정상화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에 쌓아온 관계가 모두 무너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9·11 이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불량국가’, `악의 축’ 등으로 지칭하면서 2차 한국전쟁 우려까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등이 만들어 냈던 2001년 당시 상황으로 복귀하는 길밖에 없다”고 다소 실현되기 어려운 대안을 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북한에 대한 공격을 검토했으나 이후 정책을 변경,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과 북·미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결실을 거두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가 됐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현재 전쟁 발발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미국은 남북한 분단, 한국전쟁 등 해방 이후 한국에서 실정을 거듭해왔다. 특히 부시 정권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 조성됐던 화해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 1971∼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대중 관계에서 채택한 `고립 없는 봉쇄(containment without isolation)’정책을 대북한 관계에 재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한국과 미국은 현 수준의 군사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에 체제보장을 해주고 그들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위험성이나 책임론 등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북한이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화노력에 관해서 호응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사실상 대상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내부에서부터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촛불시위로 강조되고 있는 `자주권 국가 확립'과 시청앞 기도회로 부각되고 있는 `안정적 국가'간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작업부터가 지난해 보이기 때문이다.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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