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일대 독거노인들의 힘겨운 삶 살아내기 서울 신림2동, 10동 주변. 그곳은 지금 변천과정을 겪고 있다. 복잡한 신림역 부근에는 여느 도시처럼 북적대는 사람들, 상가들로 즐비하다. 왼쪽 오른쪽에는 높은 산자락에 아파트들도 있다. 하지만 그 뒷쪽 구석구석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시장이 있고, 그 시장 뒤쪽을 따라 신림2동에서 10동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허술한 집들이 눈에 띈다. 청계천처럼 신림2동에서 10동으로 몇 백미터 쭉 이어지는 허술한 집들은 복개천 바로 주변에 조성된 무허가다. 그러나 그 무허가 건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파트가 우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바로 뒷쪽 시장은 활발했다. 거기서 몇 발자국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다고 하면서 `천사사랑 나눔운동' 실무자가 안내를 한다. 그러나 조그마한 출입문을 열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층에는 창호지가 덕지덕지 찢겨나간 미닫이 문, 정말 밤에 갔더라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집이었다. 그 할머니는 그런 집 윗층에 살고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너무 가파르고 위험했다.  정경희 할머니(가명, 77)는 엎디어서 계셨다. 몇 번 불러도 대답이 없었던 이유는 귀가 잘 안들리기 때문이란다. 서너평이 될까한 방은 비교적 깨끗했다. 벽 한쪽에는 공사를 했는지 벽지가 떼어나간 채 그대로였다. 정 할머니는 하루하루 몸이 여기저기 아파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하루에 게보린 두 알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아파 견딜 수 없고, 여기저기 몸 사지의 뼈가 아파서 그 약을 먹어야 겨우 견디며 산다. 하루 약값만 1천5백원. 그러나 그것 사먹을 돈도 없을 때면 없는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다.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환하게 웃는다. 정 할머니는 1남 2녀를 두고 있지만 딸들은 몇 년 전까지 제법 발길도 잦았고, 도움도 주었는데 돈벌이가 시원찮고 일자리를 잃게 되자 그것도 어려워진 눈치다. 믿을 데는 아들 밖에 없는데, 사업이 망하고, 시련을 겪는 사이에 정신이상자가 되어 얼굴을 못본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 아들이 호적에 있다는 이유로 생활보호대상자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혼자 산 지는 벌써 5년 째. 먹고 살아야 하겠기에 찾아나선 일이 박스 주어서 파는 일. 부지런히 모을 때는 하루 5천원이 될 때도 있지만 장마가 오고, 추위가 몰아닥치면 몇 일 째 일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지만 정 할머니는 도움받고만은 살 수 없는 성격이란다. 공부를 못해서 그렇지 공부만 제대로 했다면 뭐 한자리는 했을 것이라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월세 10만원, 약값 5만원, 세금 3만원, 식비 5만원을 위해서, 그리고 겨울엔 연료비를 위해서 손수 애쓰고 애써 일하는 정 할머니는 비록 자신의 처지가 그러하다고 무조건 동정을 하거나 사람 대접을 하지 않고 괄시한다 싶으면 거침 없이 혼쭐을 내줄 정도로 화끈한 할머니다. 정 할머니는 그렇게 씩씩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 모자를 쓰면 괜찮을까 싶어 쓴 모자는 할머니의 예쁜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보리차만 두 달 먹고 산 적도 있고, 산이나 차가운 밖에서 잠을 잔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그래도 잠잘 곳이 있고, 이렇게 함께 자신의 처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먹고 가라고 막무가내다. 그렇게 집을 나와 신림2동에서 10동으로 복개천을 따라 올라가니 끝자락에 경로당이 있다. 할머니들 열댓 명은 1층에서, 할아버지들은 2층에서 이십여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동찬(가명, 75) 할아버지의 닉네임은 `자전거 할아버지'. 시간만 있으면 한강이고, 행주산성이고, 미사리고 발길 닿는 곳으로 페달을 밟아서 생긴 별명이다. 자그마한 키, 깨끗한 얼굴에서는 예전의 선비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강 할아버지의 집은 경로당에서 몇 발자욱 옆에 있다. 평수로 따지면 두평 정도. 작은 부엌과 방 한 칸, 사람이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작다. `천사사랑 나눔운동' 회원들이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방은 방이 아니었고, 집은 집이 아니었을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더럽혀지고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조금씩 깨끗해졌다고 한다. 강 할아버지는 17년 전에 아내와 이혼했다. 너무 성격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들 딸이 있지만 그들 역시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수입이고, 살기가 벅찬 상태이고 보니 왕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두 번 1시간씩 아침에는 혼잡한 교통정리 봉사도 하고, 자전거를 워낙 많이 타는 것이 소문이 나서 지역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가이드 봉사를 할 정도로 자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마다하지 않는다. “사는 날까지 몸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게 최고지.” 강 할아버지의 바람이다.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바람은 다른 것일 것이다. 자식들 키우는 재미,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며 번 돈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던 그 때의 가족애를 확인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식들이 삶의 기력을 회복해 인간답게 사는 것, 그래서 아버지를 보기 위해 떳떳하게 찾아오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렇게 외로움과 사람 내음, 가족 사랑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했다. 강 할아버지처럼 김영동(가명, 78)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 20대 때는 뛰고 날며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큰 공적을 쌓아 독립유공자 반열에 올랐었지만 그 화려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아. 세상을 내려다 보며 살아야지. 올려다 보면 한 없는 욕심 뿐이지.” 김 할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딸은 없고 아들만 둘 있는데, 부인이 15년 전 세상을 뒤로 독립해 혼자 살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침을 먹으면 으례히 제2의 집인 경로당에 나와서 함께 대화도 하고, 점심을 먹는다. 저녁이 되면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 각자 작은 집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자식 얘기가 나오면 모두들 걱정과 근심스러운 표정이었고,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만날 수는 없지만 그 보고 싶은 애틋함과 걱정하는 마음은 이들이 삶을 다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양승록 기자“ 3천원 회원 많아졌으면”독거노인 돕는 `천사사랑 나눔운동'의 소망 일주일 동안 독거노인들의 먹을 반찬을 챙기는 것은 `천사사랑 나눔운동' 회원들의 몫이다. 3년 전에 발족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5∼6명의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반찬을 만들고 배달한다. 신림동중앙교회(나세웅 목사) 내에서 발족됐지만 이제 자립해서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을 계획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교회의 도움으로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5만원씩 지원했지만, 지금은 자체적인 조달이 되지 않아 사정을 말하고 지원하지 못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고 이일을 담당하는 이희영 전도사(38)는 말한다.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반찬을 배달하는 회원들이 독거노인들을 찾는다. 경로당에 나가 있는 이들도 이 시간을 기다린다.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 독거노인들에게 이 시간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 신림동, 꼭대기로 올라가면 갈수록 걷기가 힘든데 독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곳에 더 많이 살고 있다. 방값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희영 전도사는 이들을 위한 `시설'이 너무 필요하다고 한다. 어려운 이들끼리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절실함을 말한다. 일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일거리 창출도 해서 그들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길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회원, 그리고 활동만으로는 너무나 힘이 미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천사사랑 나눔운동' 회원은 100여 명. 이중 회원의 기본으로 매월 3천원씩 지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20여 명은 1만원, 혹은 5만원을 보내준다. 이것으로 한달에 반찬값 15만원을 충당한다. 그러나 사람 사는데 기초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의외로 많다. 때로는 장례도 치러줘야 하고, 이삿짐도 날라주고, 장판도 깔아주고, 겨울 난방도 해결해야 하고, 이불도 구입해야 하는 등 돌발적인 사태를 감안하면 짜맞춘 예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명절 때면 `천사사랑 나눔운동' 회원들은 좀더 특별한 반찬을 만든다. 3∼4가지 반찬에다가 명절 음식 한 두가지를 더 신경 쓴다. 그 작은 정성에도 노인들은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오히려 더 많이 못해줘 미안할 뿐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독거노인들이 난방비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인 것을 바라보는 천사사랑 회원들은 더 많은 이들이 이 일에 동참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더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886-0354). 후원계좌:국민은행 812-01-0137-958, 농협 100113-52-314023(천사사랑나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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