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아시아 역사 찾기 ⑤

우르무치 고대사 박물관 휴게실에 앉아서 오늘 이후의 일정을 계산해 보았다. 출발전 계획은 돈황, 서안, 우르무치, 카쉬가르, 호탄 그리고 투르판을 거쳐서 귀국하려했으나 부득이 일정 조정을 해야 했다.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된 때문이었다. 계획에 없었던 `파미르 고원'을 가게 되었다.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비용도 부담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금번 일정에서는 제외했던 곳인데 나를 도와주시는 황박사가 모처럼 여행이잖아요. 또 바나바 선교훈련원(기독교대한성결교단의 선교훈련기관)팀이 28명 중국 연수차 방문했는데 함께 가자는 권유였다. 나는 건강상 이유를 말했다. 지난 3월에 어지럼증이 발생해서 6개월이 지났으나 걸을 때는 몸의 중심이 흔들리고 피곤이 자주 온다고 밝혔다. 그때 황은 파미르 고원을 넘어서 네스토리안 선교사들이 중국선교에 나섰다던데 몸을 아끼려고만 드느냐고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네스토리우스 교단의 중앙 아시아와 중국선교과정을 탐사차 여행에 나선 내가 너무 몸을 아끼는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그러나 내가 더 염려하는 것은 어지럼증 보다 심장기능이었다. 부정맥 현상 때문에 약을 장기 복용하는 형편이고 또 금년 들어서 5층 정도를 오르는데도 많은 부담을 느끼는 몸으로 과연 4,300미터의 고지대를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3년 전만 해도 페루의 치치카카 호수(해발 3,500미터)는 물론이고 볼리비아의 수도 라 파스(해발 3,500미터), 내 친구 윤도근 선교사의 선교지인 인디오 마을(해발 4,300미터) 광장에서 테스스를 한판 놀아본 경험이 있으며, 킬리만자로의 정상 해발 7,000미터가 더 되는 곳을 등정하겠다고 준비중인 몸인데 금년 들어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그러나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황 박사가 말하는 응급치료용 산소 때문이 아니라 3년전 경험을 더 신뢰했다. 파미르 고원을 간다. 주여, 낭패를 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혹시 바나바 선교팀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해 주소서.
하루 한나절이 추가 되는 시간을 어떻게 조정할까? 방문지의 중요성 때문에 여행기간 연장을 해야 할 듯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내가 신문사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지난 9월에도 16일, 금번 10월에도 15일인데 일정 연장이 쉽지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강행군을 한다. 내 일정을 황 박사에게 말했더니 안된다는 것, 한군데 방문지를 줄이든지 여행일정을 연장해야지 큰일난다고 말했다.
사실 앞서 내 일정을 말한대로 쉽지 않다. 카쉬기르, 호탄, 투르판, 그리고 타마르칸 파미르 고원까지를 감당한다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
타마르칸 사막은 중국의 서쪽, 신강지역의 한반도보다 더 큰 사막이고, 일명 `죽음의 사막'이라고까지 말하는 지역이다. 그 사막을 가로질러 통과하기 위한 24시간 버스여행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내 욕심에 황 박사는 혀를 내둘렀다. 타마르칸 사막 경험도 양보하지 않겠다 했더니 그럼 투르판 방문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고 했더니 황 박사는 “당신 알아서 하세요”하면서 돌아섰다.
타마르칸 사막 주변에는 지금에는 묻혀버린 수많은 도시들이 있다. 1875년 롭노르 근처의 소택지에서 양치던 한 키르키즈의 부족민이 남긴 글을 한 대목 옮겨 보자. `도시를 가리고 있는 갈대 숲 위로 솟아 있는게 보였다. 나는 수렁에 빠지거나 갈대숲에 사는 독 있는 곤충이나 독 뱀에 물릴까 두려워 폐허가 있는 곳으로 갈수 없었다. 그곳은 쌓여있는 금은보화를 훔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폐허로 갔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알고 있다. 또 어떤 이들, 수백명의 칼 막크 사람들이 폐허 가운데 있는 사원에 기도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
아시아 학자이며 여행가인 네이 일라이아스는 1895년 발행한 그의 저서에서 타마르칸 사막 주변에는 역사 현장에서 사라져간 도시가 3백개는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땅 속에 묻혀버린 도시들,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할 수도 있는 타 마르칸. 그곳으로 금과 보물들을 찾아갔다가 죽은 사람들, 사막을 건너 구도의 길에 나섰다가 죽은 승려들, 이 사막을 건너 대륙으로 복음을 들고 찾아간 아시아 기독교 사람들, 네스토리우스파 선교사들이 살았고, 걸어갔던 길을 찾아나서는 길이다.
사막 속에 묻힌 도시의 발굴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남아있는 도시의 모양새와 그 사람들의 풍습, 그리고 언어 등을 통해서 내가 준비한 만큼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숨은 역사를 직감으로 찾아낼 수도 있다. 일단, 파미르에 간다. 그 중간도시 카쉬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조효근/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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