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양이 새 둥지 찾는 갈급함을 아는가?

 몇 해 전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내가 기독교를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많은 이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논쟁이 됐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본인의 신상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모태신앙으로 자라 30년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다는 것과 그동안 교회에서 느낀 실망과 갈등들, 결국 기독교를 떠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비기독교인들은 물론, 기독교인들도 저마다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 대한 쓴소리들을 쏟아냈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글의 내용에 공감하면서 ‘나도 그랬었다’, ‘우리 교회도 그렇다’는 말을 덧붙인 것은 적지 않은 이들이 현재 교회와 목회자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냈다. 특히 목회자에게서 느낀 실망은 가장 많이 이들이 지적한 부분이었다.
 한 청년은 “목사님이 하신 설교가 너무 좋아 제목과 본문을 외우고 있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어느 유명 목회자의 몇 달 전 설교와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믿고 따랐던 목사님에게 너무나 실망했고 다시는 그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작은 교회라 넉넉지 않지만 성도들이 돈을 모아 목사님 차를 한 대 사드리기로 했다. 장로님들과 차를 보러 가기로 한 전 날, 목사님은 장로님 한 분께 전화해 ‘내가 알아서 계약했다’고 통보하셨고 다음날 알아보니 3000만원을 호가하는 중형차였다. 우리에겐 너무나 부담이 되는 액수였지만 목사님은 ‘고맙다’는 인사말로 그 차를 타셨다”며 목회자의 이기적인 행동을 꼬집는 이도 있었다.

목회자에게 실망,
교회 떠나는 신자 늘어…
 사람을 보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아직 믿음이 성숙하지 않은 초신자들에게 있어 목회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 하다. 목회자에게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는 초신자들은 목회자의 어느 한 모습에 실망하게 되면 아예 교회를 떠나기도 하는데 교회를 옮기는 신자의 80%가 출석 1년 미만이라는 수치는 처음에 교회에 나와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신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목회자를 중요시 여긴다는 결과이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확신하기 때문에 교회를 떠날 수는 없고,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는 계속 다닐 수 없어서 아예 다른 교회, 새로운 교회를 찾아 나서는 신자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서 한국 교회에는 교인의 ‘수평 이동’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교회를 옮기는 교인들이 많아졌고 이제 교회는 전도나, 새신자 정착 외에도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교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데 까지 눈을 돌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목회자의 자질 부족,
교회 옮기는 가장 큰 이유
 교회성장연구소가 지난해 1000여 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어쩔수 없이 교회를 떠나야하는 경우인 직장이전이나 이사를 제외하고 신자들이 교회를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목회자의 자질 문제(22.8%)였다. 교회에서 하는 과도한 봉사로 지쳤기 때문(8.6%), 교인들과의 갈등(6.7%), 예배의 문제(6%)등도 지적됐는데 교회성장연구소의 정종현 전도사는 “수평이동이 중심에 목회자가 있다”면서 목회자 자질의 중요성을 짚었다.
 교회에서 목회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이처럼 크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목회자가 자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인격적인 소양을 갖춘다면 오히려 교인들의 마음을 교회로 붙들어 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흔들리는’ 교인들은 어떤 목회자를 바라는 것일까? 영성이 깊은 목회자(33.4%), 인격이 훌륭한 목회자(22.3%), 교인들을 잘 관리하고 돌보는 목회자(14.9%), 설교를 잘하는 목회자(12.2%), 탁월한 리더쉽을 가진 목회자(9.1%)가 교인들이 원하는 목회자상으로 나타났다.

매주 200통의 편지 쓰며
교인관리 하기도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교인들은 목회자에게 특별한 것, 대단한 능력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였다. 설교 말씀에서 힘을 얻고, 영적인 갈급함을 공급받으며,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목회자. 이런 목회자를 원하는 교인들에게 대구 운암교회의 조승희 목사는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조 목사는 새신자는 물론, 등록한지 3년 미만인 교인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매주 전하고 있다. 프린트된 편지에 이름만 바꿔쓰는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편지를 받는 교인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쓴 조 목사의 편지를 받아본 신자들은 대부분 안전하게 교회에 정착하게 된다. 행여라도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낯설어 하는 교인들이 있을까 시작하게 된 조 목사의 편지는 한 주에만 200명에 달하는 교인들에게 배달되어지고, 개척 11년 만에 800여 명의 성도가 모이게 된 것에는 조 목사의 편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고 운암교회 성도들은 입을 모은다. “계속 편지를 쓰면서 교인들의 결석률이 줄고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신자들도 줄어 힘들어도 편지쓰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고 말하는 조 목사는 “목회자가 인내를 가지고 교인들에게 관심을 갖으면 교회로 그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는 법”이라고 귀뜸한다.
 교인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복잡한 프로그램이나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기보다는 심령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며 또 삶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는 넉넉함을 가진 목회자라면, ‘잃은 양’이 되어 새 둥지를 찾아 헤매는 신자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에 충분할 듯 하다.                               윤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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