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성령 충만의 경험

  세 번째 맡은 교회이지만 젊은 전도사로 사역하다가 목사안수를 받았기 때문에 그 교회 목회를 더 잊을 수 없다. 은산교회는 시골교회이지만 자리 잡힌 교회요 연조가 있는 교회를 전도사가 목회하였기 때문에 힘에 겨운 느낌을 받았다. 그 뿐 아니라 목회를 통해 교회를 이끌어 가는데도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더 힘든 부분은 다양한 은혜체험과 성령체험 등 많은 것을 요구하는 영적인 성향에 대해 교역자로서 자신의 빈곤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도들의 영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내 모습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시골교회이면서도 일찍이 성령체험이나 은사에 대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그들을 자신 있고 자유롭게 보살피는데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송구한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 앞에도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전도사이지만 목회나 영적인 자질에 자신감이 있어야 했고 체험을 통한 영적인 능력이 갖추어져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목적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영적 큰 부흥을 체험하는 성령 충만한 은혜를 집중적으로 사모하게 되었다. 기도의 제목도 기도의 내용도 오직 성령 충만이었다. 새벽기도는 물론이고 아침기도나 낮기도, 성도들과 함께 모인 저녁기도에서도 큰 은혜를 갈망하게 되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속한 은혜 체험을 위해 마음이 바빴고,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 후회도 되었다.
 그 때는 주일 낮 예배와 저녁예배, 새벽예배를 인도하며 자연스럽게 말씀을 전하고 심방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일구월심 큰 성령체험을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칠보산 기도원이나 교역자 수련회, 오순절집회나 산기도 모임 등 가리지 않고 쫓아다녔고, 집회에 가면 은혜를 사모하는 간절한 기도가 복받치곤 하였다. 사모하는 마음으로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앞섰고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의 기도는 예사로 했고 때로는 두 시간 이상 기도하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숙소로 물러간 뒤에 두 세 사람이 남아서 간절히 기도하다 보면 무슨 문제가 있어서 기도하는 사람같이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는 느낌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1963년도에 교역자를 위해 영적 부흥을 목표로 한 큰 집회가 계룡산에서 있었다. 목사와 전도사만 400여 명이 모였고 그 모임의 기도나 분위기가 정말 뜨거운 집회였다. 그런데 집회 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빗물이 계룡산을 뒤덮어 천막이 쓰러지고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발목 위에까지 차오르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집회가 중단되었고 숙소나 집회장소에 사람이 머무를 수 없게 되어 다 보따리를 들고 하산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려갔지만 나는 혼자 산에 남았다. 그 때가 오전 10시경이었다. 나는 한 바위를 정하고 그 자리에 앉아 특별한 각오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보따리를 옆에 놓고 바위 위에서 시작한 그 기도는 정말 탄원하는 기도였다. 물론 계속 비가 쏟아지고 있어서 온 몸이 젖었고 내가 기도하던 곳은 경사진 곳이었는데 산 전체를 흘러내리는 물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러나 야곱이 브니엘에서 기도했던 것과 같은 심정으로 뜨거운 기도를 하나님 앞에 드렸다. 은혜를 주시지 아니하면 내려갈 수 없다는 마음의 다짐을 갖고 시작한 기도는 그 폭우 속에서 네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다른 방법을 취할 수 없는 여건에서 기도를 했기 때문에 정말 온 힘을 쏟는 열정의 기도였다. 신기하게도 기도 중에 힘이 솟는 영력 있는 기도가 나왔고 전혀 잡념이 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진지한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전도사가 목회를 위해 영적 능력을 갖고자 목숨을 건 간절한 기도를 드렸더니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었다. 온 몸이 뜨거워지면서 내 자신이 내 몸의 중량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영적인 영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몸에 진동을 느꼈지만 바위에 앉아 있어도 전혀 몸이 상하지 않는 성령의 강력한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나 자신의 상태를 내가 보게 되어 하나님 앞에 내 마음이 우는 영적 체험도 하게 되었다. 나는 요엘서 2장 13절에 나오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말씀이 분명하게 이해되는 영적인 통곡을 하였다.
 얼마동안 다리와 무릎을 바위에 짓찧는 진동이 있었는데도 아무데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 오후 4시에 그 바위에서 일어났으니 6시간을 기도한 것이었다. 그 기도를 통해 성령체험을 분명히 경험할 수 있었고, 성령세례와 거듭나는 은혜는 전혀 다른 하나님의 역사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성령의 역사를 몇 차례 경험했지만, 이번같이 성령이 충만한 내면적인 감격이나 기쁨 그리고 영적인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한 사람의 영적 변화를 위해 하나님이 베푸시는 소중한 은혜를 경험한 그 감격은 헤아릴 수 없었다. 일어나서 두 손을 들고 하나님 앞에 부르는 찬송은 정말 감격스러워서 드리는 감사의 찬양이었다. 또한 사죄의 은혜를 경험한 과거에도 집에 돌아올 때 천지가 환영하는 것 같은 은혜를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몇 갑절이나 더 산과 나무 하늘이 나를 축하해 주는 것과 같은 하나님의 큰 사랑을 입게 되었다.
은평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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