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청빙 과정

은산교회에서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일은 중학교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고등공민학교를 세워 5회 졸업생을 내면서 청소년 교육을 도왔던 일이다. 그때에 거의 생활비가 되지 않는 낮은 보수로 학생들을 위해 수고했던 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김종필 씨가 부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여러 지방 유지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자리에 은산면 공화당 위원장과 내가 동참하게 되었고 마침 김종필 씨와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김종필 씨가 “은산면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서 “중학교를 세우는 일입이다. 충청남도 교육국에서 공립중학교를 설립할 지역을 선정할 때 은산을 꼭 선정해주고 교사 건축이나 학교설립에 필요한 재정지원도 배당되도록 힘써 줄 것을 여기서 약속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게 되었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30여 명이 우뢰와 같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김종필 씨도 피할 수 없이 확답을 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에 학교 건물과 함께 은산중학교가 설립되었다.
은산중학교의 설립은 주민들의 기쁨이요, 그 지역의 교육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목회자는 개 교회 목회 뿐 아니라 교회와 그 지역사회를 함께 이끌어 가는 사역자임을 한 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교회는 그 지역에서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지역을 이끌어 가는 영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은산교회에서는 1년에 두 세 차례 기도원에 들어가서 기도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한번은 칠보산에 가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수요일 오후에 남집사 한 분과 여집사 두 분이 나를 찾아와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라고 묻자, “여기 기도원에 올라왔는데 목사님 기도를 받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가 머물고 있는 기도 굴로 들어갑시다”라고 해서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기도 굴은 주택의 작은 방만큼이나 넓었기 때문에 함께 자리하기에 충분했다. “그래 무슨 기도제목이 있습니까?” 라고 묻자, 자기들끼리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또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또한 여집사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 기도원에 온 사람의 차림새와는 전혀 다르게 고운 한복에 너무 단정해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분위기를 정돈하면서 “목사님 찬송을 부르고 말씀도 주시고 기도도 해 주세요”라고 해서 함께 심방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예배를 드리고 간절히 축복기도를 드리므로 예배를 마쳤다.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신분을 밝혔다. “우리들은 수원성결교회에서 왔습니다. 목사님 소개를 받고 찾아뵙게 되었는데, 목사님 저희 교회에 오셔서 담임목사님이 되어 주시고 우리 교회를 이끌어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말을 듣게 되어 우선 사양을 하면서 “한번도 교회를 옮겨보고 싶은 생각을 아직 한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말은 고맙지만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대화를 끝냈다. 그러자 이 세 사람이 똑같이 수원교회 목사로 청빙하겠다고 계속 자리를 뜨지 않고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사비용이라고 돈뭉치를 내놓으면서 “이사 오시는 날짜는 목사님이 정하시지만 우리 교회 오시는 것은 확답을 듣기 전에는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라며 막무가내로 확답을 해 달라고 버티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확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돈뭉치를 그 사람들 쪽으로 밀어 주면서 “나도 기도하는 기간을 최소한 일주일간은 가져야 하므로 일주일 후에 가부간 연락을 하겠습니다” 라고 해서 겨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 날 오후는 참으로 내 마음이 정말 하나님의 종이라는 또 다른 느낌을 체험하게 되었다. 성결교단은 교역자를 파송하는 제도가 아니고 청빙하는 제도였기 때문에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응답을 구하는 길밖에 없었다. 은산교회에서 언젠가는 목회지를 옮겨 갈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이어서 내 마음의 결단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주간 동안 열심히 기도했고 하나님의 영감이나 신앙양심을 따라 목회지에 대한 결정에 대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기로 작정했다. 은산교회는 7년간의 목회였지만 교회부흥도 그 지역으로서는 만족하게 이루어졌고, 여러 교회를 개척했기 때문에 이제는 교회를 옮겨가도 내 최선을 다하고 간다는 마음이 들어서 부담이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기도를 마치고 한 달 후에 은산교회에서 수원교회로 부임하게 되었다.
교역자가 목회지를 옮기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진행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결정하고 섭리하시는 일이다. 목회자의 임지는 하나님이 인도하신다. 또한 목회자가 목회지를 옮겨가는 과정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인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온 교회가 울고불고 만류하는 정을 끊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게다가 정말 은혜롭게 발전하는 교회에 교역자 이동은 큰 충격도 되고 성도들의 의욕을 잠시나마 꺾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교회나 교역자나 하나님이 인도하시기 때문에 이는 함께 겪어야 할 마음의 아픔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은평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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