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위기에서 희망을 싹을 본다 종교사회학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기독교'는 오늘날 사회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성장의 시대를 지나면서 주춤거리다가 이제는 그 모이는 숫자가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는 통계를 내놓지 않아도 기독교는 스스로가 소금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는 시점이다. 감리교신학대학에서 23년간 `종교사회학' 과 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원규 교수(56)가 최근 내놓은 〈기독교의 위기와 희망〉은 오늘날 많은 교회와 목회자, 신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현상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 대안까지 어느 정도 내놓고 있다. 이 교수는 '87년부터 〈종교의 세속화를 사회학적 관점〉, 〈한국교회와 사회〉, 〈현대 한국종교변동 연구〉, 〈종교사회학의 이해〉, 〈한국교회의 현실과 전망〉, 〈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사회 문제와 교회공동체〉 등의 저서를 집필해 왔다. 한국교회를 있는 그대로 진단하고 평가해보고자 하는 노력이었으나 많은 목회자들의 반응은 “왜 굳이 그런 문제들을 들추느냐”, “교회나 신앙의 문제는 신성한 영역이기 때문에 신앙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안되고, 교회 실태에 대해서도 교리나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교회가 그런 노력을 추구했지만 결과로 봤을 때, 현상적으로 어떠한지를 바로 볼 수 있는 사회접근방법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교회를 바로 세워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 나가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며 아프지만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 내적으로, 신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신학자들이 어느정도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이뤄져 왔지요. 그러나 교회 밖에서의 신자들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 한 복판에 살고 있는 신앙인은 신앙인이기에 앞서서 사회인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교수는 수직적인 하나님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신학적인 면과, 수평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사랑을 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한 종교사회학적인 면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기독교의 위기는 무엇일까. 교회성장이 멈춰버렸다는 위기감에 더해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어버리고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 그래서 한국교회 목회구조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다양한 형태의 목회적 갈등은 목회자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한국교회의 근본주의 성향은 교회의 탈사회적·몰역사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으며, 여전히 존재하는 한국교회의 성차별적 요소는 교회를 배타적 집단의 전형으로 만들고 있다. 또 경제성장과 여가산업의 발달로 가뜩이나 성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주 5일이라는 문제는 교회에 더 큰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것 등을 이 교수는 위기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이런 위기의 틈새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기독교가 당면한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기독교에 대한, 교회에 대한 위기의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면서도 “오늘날 교회에 아무 문제도 없고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희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무엇이 왜 어떻게 위기인지 바로 알아야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원천을 보게 되며, 이에 따라 기독교와 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세계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촌 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민족문제와 종교문제로 진단하는 이 교수는 종교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민족주의이며, 이것은 제3세계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는 현대의 세속신앙이라고 말한다. 2000년 현재 세계 인구 60억 5,500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20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33.0%, 이슬람교인은 11억 8,80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9.6%를 차지해, 두 종교 인구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고 있다. 이외에 힌두교, 불교 등의 인구도 적지 않다. “9·11 테러 이후 종교와 민족, 지역 문제에 대한 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 확산돼 평화가 없는 세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종교만 절대라고 할 때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나와 생각이나 이념,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멸을 가져올 것입니다. 온통 갈등과 긴장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와 다를지라도 그들의 존재 자체는 인정해야 합니다. 구원의 논리가 아닌, 같은 국민으로서, 이 시대에 함께 사는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가 배타적인 것은 종교적인 유일신 사상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단일민족'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 때문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미국은 다민족국가 속에서 더불어 사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런 문화에는 익숙해져 있지 않고 있다며, 다종교 국가 속에서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신학·교육·훈련이 필요하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향해 이 교수는 몇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성장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은 무분별한 팽창주의와 외형적 성장주의를 지양하는 `성숙 중심'의 목회로 바뀌어야 한다. 교회 성장이란 것은 교회의 성숙한 발전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미 교회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교회의 교육, 본사, 친교 기능들을 제대로 수행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신앙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이 한국교회 교인들의 하나님 신앙을 강화하여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교회생활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신앙 중심의 목회는 `삶 중심'의 목회와, 교리 중심의 목회는 `실천 중심'의 목회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등한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 `교회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 `지역사회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과 결합돼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물적·인적·시설 자원의 과감한 투자와 활용이 필요하다. `조직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조직 구조와 직능 수행이다. 따라서 이것은 `인간 중심'의 목회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직이란 이름 아래서 사람이 희생돼서는 안되는 만큼 민주적인 교회 운영 방식으로 권위주의, 편견과 차별, 불평등 구조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여성의 지위가 교회에서 대폭 향상돼야 하고,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한국교회의 목회구조와 목회적 갈등에 있어서도 심각한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세속적인 가치와 교회적 가치와의 갈등은 크다. 교회가 영적이고 정신적인, 도덕적이고 신앙적인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세상적인 가치에 쉽게 물들고 있어 교회 내애서도 물질주의, 성공주의, 업적주의, 감투지향주의 등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목회구조와 사회변동의 영향을 받아 형성돼 왔다면, 이제는 목회구조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해 목회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기저귀' 발언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차별과도 연결될 수 있는 `교회여성의 생활과 의식구조'에 대해 이 교수는 교회 내 성차별의 두가지 입장을 소개했다. 하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내 성차별 구조 자체를 신앙적으로 정당화하는 가부장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버린 경우라고 말한다. 또 여성 자신이 문제에 대해 시정하려고 하는, 그래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고, 문제의 근원이 남자에게도 있어서 남성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점 등 이 두가지를 같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여성에게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보수교단 소속 교회 여성, 여성을 종속적 존재로 설명하는 거짓된 이데올로기를 신앙적 진실로 믿고 있는 보수적인 교회여성, 이들이 눈을 뜨지 않는 한 교회 내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성차별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교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성(聖)의 복귀, 과학시대의 종교, 스포츠와 종교, 한국교회와 근본주의, 주5일 근무제와 한국교회, 이혼문제와 한국교회 등에 대해 심도있게 문제점을 분석·비판하고 희망의 길을 열어보이고 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교회의 역사를 보면 많은 부침(浮沈)이 있어 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많은 영욕(榮辱)의 사건들이 있어 왔음을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성(聖)과 속(俗)의 과정을 되풀이해 왔다. 따라서 절망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이미 그 안에 희망의 싹을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이 있으며, 기독교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조만간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지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양승록 기자종교사회학은 어떤 분야를 다루는가? 종교현상을 사회학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특수사회학의 한 분야. 이론상 종교의 사회학적 해명은 사회통합을 이해하는 데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종교와 사회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하여 다각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이론이나 방법면에서 아직 충분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나, 오늘날에는 사회의 존속과 발전의 기본적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관점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시작된 이 학문의 역사는 길게는 200여 년으로 보지만 짧게는 100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30여 년 됐다. 감리교신학대학에 이원규 교수가 23년 전 처음으로 이 전공과목으로 가르치기 시작, 현재 신학교 과목 중 유일무일하게 전임교수를 두고 가르치고 있는 학교는 감신대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규 교수는 기독교의 교리나 신학적인 입장에서가 아닌 기독교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교회의 지도자들은 또 어떤 특성이 있고, 그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왔으며, '87년부터 이에 대한 책도 10권을 넘게 발행해 왔다. 교회를 신앙(교리, 신학)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있어왔지만 교회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해 온 것이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이어서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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