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갈등·싸움은 나쁜 것 아니다”

 21C 초입에 사는 우리 사회는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이 표출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 노사·이념·세대·남녀 문제 등에서 계속 갈등이 일고 있다. 정치계 현실도 `신물이 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기독교계 역시 이런 사회의 어려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갈등 시대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풀어내려 하는 노력과 의지가 크게 진전되지 않았음이다.
 이런 시점에서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게 되는 대화문화아카데미(크리스찬 아카데미의 후신)의 이사장 고범서 박사(한림대학교 석좌교수·79)에게 그 현상의 이유와 해법, 그리고 그동안 `대화'문화의 현장을 이뤄가기 위해 선구자 역할을 해 온 대화문화아카데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상생의 시대를 향하여
1. 다양성 시대, 갈등하는 사회
2. 갈등하는 교회의 노력방안
3. 대화를 통한 가능성
4. `다름'을 인정한 후


 고범서 이사장은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다르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는 고 이사장은 “이런 현상은 올 것이 왔고, 올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은 것이며,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런 사태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숙, 개인의식 및 주체의식과 경제 발전 등 세가지 이유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문제가 많지만 발전의 의지가 많다고 고 이사장은 희망적으로 얘기했다. 또한 해방 후 민주교육 실시로 개인의식과 주체의식이 많이 발전해 왔는데, 이로 인해 오늘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성격이 명확해지고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다 보니 갈등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경제의 발전으로(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제일가는 나라) 각 분야의 전문화가 된 것 또한 갈등을 야기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 보니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권리가 옳다고 목소리를 내며 세력화시키는 현상이 많아졌습니다.”
 고 이사장은 이런 흐름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며 특정된 시각에 대해 말했다.
 칼 맑스는 말하기를 “사회의 기득권을 보존하려는 부르주와 세력은 실상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그러면 프롤레타리아는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면서 “한쪽을 비방할 문제가 아니라 양쪽 모두 다 똑같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그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적 오염'(ideological taint)이라고 지적했다.
 그 좋은 예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FTA 협상이라고 제시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수출시장 및 세계 속에서의 경제를 생각하면서 수출업계에서는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 농민들의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에 농민들은 적극 반대하는 것, 그런가 하면 오늘날 여성과 남성의 갈등, 경상도와 전라도, 젊은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다시 한 번 말해 봅시다. 어떤 일에 있어서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옳은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 혹은 옳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은 특정된 시야 속에서 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고 이사장은 `갈등의 원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가 생길 때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욕심은 `상대방을 죽이기' 방법을 택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나만 살아야 하는 욕심을 낳게 된다고.
 “성경으로 비춰보면 그것이 우상 아닙니까. 내 생각이 모두 옳고, 내 생각이 절대적이라고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만이 절대이신데 어떻게 인간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까.”
 그것의 하나가 `십자군 전쟁'이 아니냐고 고 이사장은 말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하나님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게 인간이라고 지적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씁쓸해 하는 표정이다.
 고 박사는 또 이런 여러가지 일련의 사회적인 문제, 인간들의 문제에 대해 기독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사회가 잘못 진행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교회(목회자 성도)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가르쳐 온 것이 지금까지의 교회의 정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교회 속에서의 신자들은 너무나 선하고 아름답게 비춰집니다. 그러나 사회 속에 살면서도 그럴까요? 그렇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개개인의 죄성과 회개의 부분도 있지만, 그 개개인이 이루고 있는 가정, 직장, 사회가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 잘못된 생각, 잘못된 시스템 등 때문일 것입니다.”
 고 이사장은 그것을 `죄의 사회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대다수의 보수 교단들은 이것을 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의 혼란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고, 경제도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고 이사장은 “갈등 없이는 발전이 없다”고 말하면서, 희랍 철학자 헤라크레토스(Heraclitus)가 `만물은 흐르며(변화),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대립과 갈등이 오히려 사회 발전의 추진력임을 그는 강조하면서, “어쩌면 대립을 통해야 진리가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열심히 웃으며 싸워야 하는가 하고 질문하자, “맞다, 그렇다”고 한다. 일찍이 칼리바스는 “웃으며 싸워야 한다”고 했고, 진실로 밀어주고 당겨주라는 뜻으로 “대화는 사랑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해법'을 제시한다. “무기를 상대방에게 주고 싸운다는 말이 있지요? 그것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한 번 겨뤄 보자는 것입니다.”
 고 이사장은 “`희망의 신학자'로 잘 알려진 위르겐 몰트만(Jirgen Moltman)은 `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고 했는데, 그 미래 창출에 있어서 대화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21C 상생의 시대를 향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고 이사장은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민주주의가 성숙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이뤄내기는 먼 느낌이라며 대화를 좀 더 긴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계든 교계든 진보와 보수는 모두 있어서 서로 견제하고 도전을 주어야 하는 소중한 기능이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회위원들의 대립을 두고 시민들의 비난을 받기가 일쑤지만 고 이사장은 “국회는 싸우는 곳”이라고 한다. “단지, 싸움을 하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로 상반되는 의견 없이 일관성 있게 나아가는 것이 미래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매스컴에서 정치인들의 싸움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둘째, 경제와 시장주의 발전으로 `가진 자'들이 많아졌는데, 물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 문제가 생겼다며,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를 이루기 위해 개인의 도덕성 고취와 함께 국가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개인적인 인성에 관심을 두는 교육'을 강조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개혁'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오늘의 참여정부지만 “개성과 창의력 있는 인재 배출에는 너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한 평생을 교육자로, 그리고 `대화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삶을 이어온 고범서 이사장과의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그는 `나와 너'가 몸은 서로 분리는 돼 있지만 `우리'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함을 강조했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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