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능성 보고 노력… 그렇지 않으면 퇴보하니까”

상생의 시대를 향하여
1. 다양성 시대, 갈등하는 사회
2. 갈등하는 교회의 노력방안
3. 대화를 통한 가능성
4. `다름'을 인정한 후

 우리 일상에서는 시시때때로, 예고없이 갈등이 일어난다. 최근 교계에는 감리교의 여성 신학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되는 사태가 일어나 남녀 차별의 골이 깊게 드러났다며 아우성이고, 법적인 대처를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그런가 하면 `이주 노동자'를 위해 사역하는 두 단체가 있는데, 정부의 이주노동자 추방 정책을 반대하며 대응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갈등을 일으키는 그 골은 좁혀지지가 않아 또 다른 아픔을 낳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화를 통해 노력하려 하지만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혹은 남성 우월주의의 사고의 한계에 부딪혀 대화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편 한국교회에 최근 2∼3년간 추진되고 있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모임'(이하 연합 모임)은 다름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국교회에 하나님이 명하신 `하나되라'는 명령에 화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작업에 회의적이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실무 9인위원회'는 정관 초안 작업에 이어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로드맵 기초안을 완성했다.

<&27738>“쓸데 없는 짓” 회의적
 2007년 하반기에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아래 추진하고 있는 기초안에는 KNCC와 한기총의 기구통합을 위한 전체 여론을 수렴하고 지역과 선교단체, 그리고 신학교 등의 협의회를 조직해 기반을 닦고 이후 각 교단들의 승인을 받은 후 양 기구의 연합활동을 가속화시킨 후에 정관세칙을 마련하고 통합기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진하고 있는 9인 위원회의 작업과 결정에 왜 많은 이들이 관조적이고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일까.
 우선 9인위원회의 상위기구인 18인위원회(교단장) 위원들이 매년 한 번씩 교체되니까, 일관성이 부족하고 이해도가 낮은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9인 위원회가 한 달 간격으로 만나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 18인위가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갈라지긴 쉬워도 다시 봉합되긴 어려운 것도 큰 이유다.
 9인 위원회에는 통합, 합동, 기감, 기장, 성공회, 고신, 기침, 기성 등 진보와 보수 계열의 9개 교단 대표들이 총망라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모임에는 서로 이견이 있지만 대화가 무난하게 잘 되고 있고 의견 조율도 어렵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로 다른 점이 왜 없습니까. 괴리가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것을 벽으로 느끼지는 않습니다. 대화하면 통하는게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서로가 다른 점을 인정하고, 함께 넘어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편안하게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9인 위원회의 김근상 신부(성공회)의 말이다. 그는 KNCC 계열이지만 9인위원회가 모이는 대화의 자리에서는 KNCC의 대변인으로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되기 위해 큰 틀을 구성해 가는 시점에서 양쪽에서 나온 위원들이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한기총과 KNCC의 방향을 그대로 답습하려 한다면 하나되기 위한 노력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하나되기 위한 가능성에 대해 묻자 김근상 신부는 “10% 정도의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우리가 현재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자리에서, 맡겨진 위치에서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진일보하지 않고 정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단계는 기다리고, 참으면서 함께 노력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27738>대화 하다보면 길 보인다
 그런가 하면 한기총의 일치위원장이자 `연합모임' 3인위원 중 한 사람인 손인웅 목사(통합)는“한국교회가 하나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은 대세로서 모두들 인식하고 있어서 당사자인 양 기구 실무자들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함께 가기 위해 좀더 자주 만나 대화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손 목사는 “교단간 신학적인 문제는 서로 피하고,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해야 할 부분을 함께 해나가는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면 분명히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자세는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북한 핵 위협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과 맞물린 시점에서 개최된 3·1절·8·15 행사에서 드러난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 현장은 한국사회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춰진 경우다.
이에 대해 손 목사는 “진보와 보수는 어느 한쪽이 좋고 어느 한쪽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다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의 주장만 옳고 그 반대의 주장은 모두 틀리다는 극단적인 사고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손 목사는 이럴 경우 극단적인 색채를 자제하고, 한쪽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한 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을 열면 좀 더 여유롭고, 충돌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7738>연합에 방해?
한편 9인위원회의 한 사람인 K 목사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대화하고 연구하는 9인위원회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진행을 해나가지만 참여 교단장으로 구성돼 있는 18인 위원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여 연합은 힘들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또 “한기총과는 달리 KNCC는 그 단체의 우수한 역사성 등을 내세워 약간 튕기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연합에 방해되는 것 아니냐”고 응수한다. KNCC는 민주화·인권운동에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공헌한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인데, 그것만을 내세워서 21C의 시대 흐름에 방해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K 목사는 또 “KNCC 인사 중에는 한기총의 설립 당시 역사를 보면 너무 부끄러운데, 어떻게 이런 것을 청산하지 않고 갈 수 있느냐면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초반부터 그런 것부터 짚기 시작하면 연합은 물 건너가게 된다”면서 “새 틀을 짜기 위해 모든 것을 `함께라는 인식하에' 단순하고 순수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NCC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한기총은 사업의 잘잘못을 떠나 활발하게 하려 노력하는데 반해 KNCC는 잠자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상대적 우월주의에만 사로잡혀 있을 것이냐”고 지적한다. KNCC는 가톨릭은 물론, 타종교와의 대화에도 비교적 적극적인 행보를 갖고 있는데, 기독교 내적인 일치와 연합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다.

<&27738>공통분모를 찾아서
“무엇보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한국교회 연합 대표기관인 KNCC와 한기총을 대표해서 9인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계속 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서로의 다른 점들이 있지만 하나됨을 위해 공통분모를 찾고 있다는 것에 희망적인 기대를 갖고 기도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손인웅 목사는 몇 년 동안 그렇게 노력, 합의를 통해 오는 3월 1일 행사를 함께 하자고 결정한 것은 작지 않은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냉소적이면서 분열을 거듭해 왔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됨을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간판을 걸고 어떻게 계속 사랑과 일치와 화해를 얘기하겠느냐”고 `연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연합'은 그동안 연합기관으로써 KNCC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던 것인만큼, 이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묘미를 살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모임'의 결실이 이뤄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그것을 향해 진행하고 있는 것을 단지 `꿈'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암담하고, 자신들을 속이고 있는 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연합 모임'이 헤쳐나가야 할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정관이 18일 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하고, 2005년 하반기에 가질 참여교단 확정 문제도 남아있다. 이외에도 다져가야 할 연합의 기초작업은 겹겹산중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선 대화로 물꼬를 트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합 모임'은 서로 다른 사람(교단)끼리 같이 풀어가야 할 현안을 가지고 세미나나 포럼, 연구 모임 등을 확대해 나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이후 진행되는 `연합모임'의 대화, 그리고 협의과정이 주목된다.
양승록 기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