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현대사회가 개인주의화되고, 분주하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함께 더불어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사회 속에서 교회는 얼마만큼 도움을 주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지역의 주민들이 교회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무신경 할까. 그 정도를 뛰어넘어 비난 하는 현상은 없을까. 오늘날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아주 귀하게 여겨지는 현장을 발견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도서관을 통해 일어나는 따뜻한 마음들이 바로 그것이다. 교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는 교회로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온 도림교회(유의웅 목사) 도서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꽤 넓은 4층의 교육관 건물에는 이 도서관 외에도 노인학교, 한글학교, 공부방, 문화교실 등 지역 사회에 활짝 열려 있어 일주일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여 평의 도서관에는 손 때가 많이 밴 책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었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은 테이블 하나, 7∼8명이 앉아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작고, 허름해 보이지만 도림교회 도서관의 역사는 오는 3월이면 14년이 된다. 회원도 1천여 명에 가까울 정도고, 이곳에 있는 장서만 해도 1만5천권에 달한다. 교회는 1년에 6백여 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이 중에 400여 만원은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해 신간 마련하는 도서 구입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12년 째, 그러니까 신학생 때부터 군대 제대하고, 신학교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정광림 간사는 `도서관'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해 그동안의 노하우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알찬 정보를 줄줄 쏟아낸다. “교회가 위치한 영등포구 도림2동에 처음 와 보는 사람들은 지금도 이런 동네가 있느냐며 깜짝 놀랍니다. 그래도 발전의 흐름에 많이 따라간 듯 보이지만 아직도 80∼90년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나요.” 그런 만큼 교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C 교회는 10여 년간 도서관을 운영하다가 2∼3년 전에 문을 닫았다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그전에는 그곳이 그래도 일반인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였는데, 어느새 상가로 다 변하다 보니 이용하는 주민들이 현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림교회는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매달 비치해 놓는 신간은 어느 구립도서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구비하고 있어서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준다. 한 달에 30∼40권의 책을 구입하는데, 그럴 때면 신간 중 베스트셀러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신청받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책이다 싶으면 구입한다. “입소문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저희 도서관에 오면 없는 책이 없고, 특히 신간까지 신속하게 구비해서인지 이용자들이 꾸준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홍보전략도 편다. 독서주간을 제정해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기념품도 주고, 방과후 교실 등과 연계해 독서감상문도 쓰게 하고, 퀴즈대회도 갖는다. 그리고 독서왕을 뽑아 상도 준다. 어린이집과 연계해서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도 마련해서 직접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실습'을 겸하기도 한다. 독서왕은 이웃 주민도 함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대개 성탄잔치 때 시상을 하는데, 성인 한 명에게는 쿠쿠 밥솥을, 어린이들에게는 MP3를 시상한다. 책을 가장 많이 대여해 간 사람을 꼽는데, 이들이 대여해 간 책은 1년에 1백여 권에 달한다. “그런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자녀들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권고도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누가 많이 읽었는지 경쟁도 하며 책 속에 빠지게도 합니다.” 독서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들이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고 했으니, 좋은 습관이 될 것은 분명하리라. 그러나 아무래도 교인들의 이용률이 당연히 많다. 통계는 정확하게 내보지는 않았지만 비신자 대 신자의 비율은 20:80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정 간사는 말한다. “교인이냐, 아니냐를 굳이 묻지 않습니다. 단지 회원 가입하는 것에서 감을 잡지요. 무엇보다 비신자들이 교회의 `문턱'을 넘나드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것으로만 해도 많은 부딪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오가면서 교회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도 큰 수확이지요.” 어느날은 한 고등학생이 이사왔다며, 도서관을 이용해도 되겠느냐며 찾아온 적이 있었단다. 교회에 처음 왔다는 이 학생은 몇 달이 지나니까 교회에 다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먼저 자연스럽게 와서 얘기하더라고. 그런가 하면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려다 보던 주민이 어느날에는 보니까 예배 시간에 보이는 것도 목도했단다. 그렇지만 정 간사는 요즘 청소년들이 너무 바빠서 예전처럼 도서관에 발길이 뜸한 것을 못내 안타까워 했다. 14년간 일하면서 제일 많이 바뀐 도서관의 풍경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지요. 한 두 명의 아이들만 낳아 키우는 문화여서인지 아이들 손을 붙잡고 함께 책을 고르기도 하고 아이가 무슨 책을 보는지도 주의깊게 살펴 보기도 합니다. 덩달아 부모도 함께 책을 빌려가기도 하지요.” 정 간사는 주변의 주민들이 필요성이 있다면 교회에서의 도서관 운영은 일석이조라고 말한다. 한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도서관은 지난 12월 30일에 개관한 대형 규모 도서관으로 많은 이들의 지적 욕구와 편안한 공간 등을 채워주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꾸며진 연건평 646평의 이 도서관은 웬만한 구립 도서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보인다. 최신식 시설은 물론 장서도 5만여 권을 구비하고 있을 정도다. 지하 1층 자유 열람실에는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늦게까지 공부 할 수 있도록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어린이 열람실과 기독교열람실, 일반열람실. 그리고 전자정보실까지 갖추고 있었고, 맨 윗층에는 휴게실까지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비품 및 공사비를 포함해 31억원을 들여 마련한 도서관은 평일에는 5백여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곳 지역의 주민들에게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 보였다. 부근의 지하철 명일역에서 만난 학생들 3명과 주부들은 이 도서관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렇게 대규모의 도서관을 갖췄지만 이 또한 하루 이틀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14년 전부터 도서관을 운영해 오다가 이곳에 2.5배 정도로 늘려서 왔다. 처음에는 김삼환 목사와 신자들이 소장하고 있던 도서를 내놓아 시작했던 도서관이라는 것이다. 도림교회와 명성교회 도서관은 평일 이용인원의 5∼6배가 넘는 인원이 이용,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하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한편 개 교회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교단의 뜻있는 이들이 함께 하는 모임도 있다. 2000년부터 실시한 감리교어린이도서관협의회(총무 안성영 목사)가 바로 그것. 현재까지 30여 곳이 협의회에 소속돼 있으며, 체계적인 어린이도서관 운영과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문래동교회(유영설 목사)의 반딧불 도서관을 열게 된 것은 주변에 어린이 도서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착안, 어린이도서관협의회에 의뢰해 도서관 만들기를 시작했다. 도서관 개관에 앞서 전문조사기관에 위탁,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지역주민의 90% 가까이가 이용하기를 원하지만 도서관이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준비해서 마련한 이 도서관에는 하루 아이들 이용률이 50여 명에 달한다. 한편 한국사립문고협회에서는 11년 전부터 교회도서관 문고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지역 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주민이 자율적으로 문고를 개설·운영하고 전국민에게 독서기회를 제공하고 독서생활화를 도모하여 책을 도서관의 문고를 통해 교육, 오락, 문화, 정보의 장으로 지역 주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그 효과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현재 서울에는 공립문고 496개, 사립문고 61개 등 557개의 문고가 있으며, 공립문고의 경우 자치구에서 예산을 편성 운영하고 있지만 사립문고는 문화관광부 국비지원(전체 문고의 15% 내외)을 일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서울시 문화국 업무계획에 따르면 1억 8천만원의 예산을 마련, 사립문고의 자료구입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며, 우선 자치구에 사립문고로 등록된 곳으로 한정하고 점차 미등록 시설에 대해서도 등록을 유도하고 활성화 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역사회(교회)의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시 여유를 찾아 향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공부나 탐구에 대한 본질의 열정은 사라지고 바로 앞의 시험과 컴퓨터게임 점수에 목을 매고 있고, 예전의 축구공과 독서문화는 학원과 게임방으로 대체되었지만 이렇듯 동네마다 준비되는 도서관으로 지식기반 경제와 학습 사회의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함께 사는 내일은 밝은 빛을 비추게 될 것이다.양승록 기자도서관 정보 사이트 둘러보기문화관광부 www.mct.go.kr/index.jsp한국사립문고협회 031-401-6458http://reading.or.kr/감리교어린이도서관협의회 02-2237-8390 http://cafe.daum.net/mchildlibrary도림교회 도서관 영등포구 02-848-0989 http://www.dorim.net명성교회 도서관 강동구 02-440-9140 http://www.myungsungchurch.or.kr/남포교회 도서관 서울 송파구 02-415-1323 늘빛교회 도서관 서울 화곡동 02-2661-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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