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당당히 요구하는 것처럼 북한에도 당당하게 요구해야”

  “참가국들은 한반도와 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에 대해서, 그리고 상호존중의 정신에 입각한 대화와 평등에 기초한 협의를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의지를 표명한다.”
이는 지난달 2월 25∼28일 북경에서 있었던 제2차 6자회담(한국,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결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 회담 이후 한국은 이 내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진정으로 평화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서로 노력해야 하는가.
지난 3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홀에서 통일부가 주최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가 주최한 `6자 회담 평가와 향후 민족·국제관계 전망'이란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외형은 `평화로운' 난상토론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측이 팽팽해, 시종 긴장감이 흘렀다.

한반도 비핵화, 다양하게 접근

이날 토론회는 홍현익 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연철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태효 교수(외교안보연구원), 이승환 정책위원장(민화협), 김태우 선임연구위원(국방연구원) 등이 지정 및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건영 교수는 2차 회담은 북미간의 차이, 난관, 모순 등으로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참가국들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동의하고, 특히 실무그룹 형성과 3차 회담 개최에 합의하여 모멘텀을 유지하는 일정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실화 되지는 않았지만 문제해결 1단계로써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한 동결과 한국 및 중국 러시아의 대북 에너지 지원의 교환방안을 추진한 한국이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낸 것을 한국 외교의 개가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가 단시일 내 달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압도적 힘을 보유한 미국의 부시 정부가 북한의 항복 외에 다른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부시 정부는 북한과의 시비가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의 전쟁과 전후처리 과정이 피로를 축적하고 있으며, 또 다른 무력 충돌 가능성은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 대부분은 이견이 별로 없었다. 특히 김태효 연구원은 그 이유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들었다. 중국과 북한은 선거가 필요 없는 나라인 반면 미국은 올해 부시가 재선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만큼 북한 문제는 어쨌든 선거가 끝난 이후에 본격 논의하게 될 것이어서 올해 내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부시 정부의 지연전술이 북한에 먹혀들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도 미국의 차기 정부가 정해지기 전까지 중국 등으로부터의 경제원조를 받으면서 핵 활동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 북미 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않자 `의제설정'용으로 3단계 미사일을 실험발사한 북한이 6자 회담이 부진한 과정에서 핵무기를 생산 실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다. `미국이 시간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실책'이라는 김계관 북한대표의 발언이 단순한 협박이 아닐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공동노력을

그러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
일까.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가져 올 보다 장기적이고 본원적인 효과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단순한 군사적 측면에서 조명하기 보다는 북한의 개혁 개방, 시장 경제화 구축 등과 연결해 접근하는 자세가 참가국 모두에게 본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험성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차원과 함께 북한의 이익 정체성 생각을 바꾸는 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이 긴요함을 역설했다. 먼저 한국 시민사회의 외교안보관을 정립하고 오랜 냉전의식, 근거없는 안보불안감, 그리고 이상주의적·감상주의적 통일지상주의를 모두 일소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과 시민단체들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객관적인 국내외 자료에 기초하여 보수 진보 양진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한반도 안보정세 보고서 같은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원하는 국가안보의 내용이 무엇인지, 핵 등 대량파괴무기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지, 군사력에 관한 자료가 과장 왜곡되어 오지 않았는지, 현 시점에서 한국은(주한미군 없이 또는 주한미군과 함께) 대북억지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보다 현실에 가까운 자료를 공급받아 평가되고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김태효 연구원은 핵 문제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이 잘 되기를 위한 것인가를 언급하면서 방법론에 있어서 북한이 대미관계를 위해 새로은 핵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북한의 특수한 체제, 유훈 통치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양분돼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김정일 정권 등 몇 사람이 집권하기 위해 이익과 체제보장이 함께 갖는 핵 카드라면 식량 지원 등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평화'를 모두 얘기하지만 끝까지 안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떤 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말하면서, 한반도의 핵 문제를 남북관계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독이 미국과 함께 동조하면서 동독을 품었던 것을 말하면서, 미국이 한국의 편에 서지 않으면 통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미·북 접근시 이분법 논리 삼가야

그러나 이승환 위원장은 한미 관계는 전략적 관계로서,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번영시켜 온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이 힘에 의해 북한을 굴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건영 교수도 난상토론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하느냐, 북한과의 민족 공조가 우선하느냐 하는 논리로 접근하면 무의식적으로 편가르기식이 되며, 항복과 승리의 지배 논리가 되어 평화와 안전, 공조는 사라지는 만큼 이분법적 논리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교류와 협력 차원에서 보면 많은 변화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50년 전의 북한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모습으로 인식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의 핵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동맹국'이면 당연히 공유해야 하는데, 왜 공유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은 우리의 그런 질문에 `동맹국을 못 믿느냐'면서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파병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맹국'임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태우 위원은 '91년부터 북한 핵문제를 연구해 왔고, 1천여 편의 글을 써오고 있으며, 꿈을 꿀 때도 핵에 관한 꿈을 꿀 정도라며 `전문가'임을 자부했다. 그런데 북한이 플로투늄이 있다고 나오니까 한국의 일부여론은 미국의 `힘'에 대적하기 위한 카드라고 얘기하고 있을 정도인데, `안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며, 한국의 안일한 모습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예를 들어 만약 전과자가 옷 안에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칼'이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있어서 `무엇이냐, 보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보여주어야 한다며 핵의혹을 밝히지 않는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 사례에 있어서 북한을 전과자로 예로 든 것은 부적절하다고 박건영 교수는 말하면서, 전과자와 어떻게 협상과 회담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태우 의원은 또 북한 핵 문제를 바라볼 때 해결을 위해서는 `감기'정도인가, `암'인가를 정확하게 진단· 처리해야 하는 것처럼, 만약 감기라면 화해와 협력 등 햇볕논리로 가능하지만 암이라면 하루빨리 도려내야 하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북한의 핵이 암덩어리라고 볼 때 `핵 문제 만큼은 개혁세력에 찬동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교수는 북한의 우라늄과 플로투늄 등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국과 북한은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합의 지연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성공 위한 한국 역할은?

 북한은 뚜렷하게 말하고 있지 않지만 `체제 보장'이 그들의 요구 핵심이며, 부시는 핵이나 화학무기, 살상무기, 인권탄압 등을 일삼고 있는 북한의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비핵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김 교수는 미국을 향해 소파개정, 방위비 부담 등 양국의 동등함을 요구하는 것처럼 북한을 향해서도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포기할 수 있게 하도록 노력하고 요구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제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가치가 없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은 그것을 지렛대로 사용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음을 북한으로 하여금 인식하여 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6자회담의 성공적 해결을 위해 한국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그것이 미국의 노선과 함께 할 것인지, 북한의 입장을 좀 더 강하게 지지하면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차이를 보였다.
양승록 기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