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생명은 진실… 무조건 긍정 포장 안돼”

▶ 제6회 들소리문학상 대상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하신 것으로 압니다. 글을 쓰시게 된 배경은?
- 어려서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고 독문학을 전공했지만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끌어내신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1981년에 41세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양로원'이 당선된 것이 계기가 됐어요. 뒷얘기지만 당시 집에 장롱을 사야하는데 그 값이 80만원이었어요. 마침 신춘문예 당선 상금이 80만원이라기에 작품을 써서 응모했던 것인데 당선이 되었지요.

▶ 사모역할을 감당하시면서 전문작가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 당시만 해도 사모가 글을 쓴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주변에서 남편 목회에 지장이 될까봐 걱정했고 남편도 글을 못 쓰게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고전을 가르치셨던 이상보 선생님께서 목사님을 불러 야단을 치셨어요. 신춘문예 당선까지 됐는데 재주를 썩히면 되겠느냐면서 글을 쓰도록 놔두라고요. 지금도 이상보 선생님께서는 제 작품을 보시면 그렇게 기뻐하십니다. 사모로서 글을 쓰는 것은 첫 테잎을 끊은 셈입니다. 처음에는 다들 사람들이 읽지 않는 소설은 쓰지 말라고 해서 수필을 썼어요. 국내 창작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저조했으니까요.
 마침 80년대부터 기독교잡지가 발간되기 시작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확보됐고 주로 사모들을 위한 글을 많이 써서 그동안 펴낸 수필집들은 사모들의 핸드북이라고 할 만큼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잡문을 쓰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은 독자들로부터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내지만 사실상 글을 쓰는 작업은 철저히 차갑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입니다. 글을 쓰다가 기도를 하려고 하면 충분히 몰입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것이 작가와 사모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라고 할까요.

▶ 대상작인 소설 〈사람의 딸〉은 ‘조수자’라는 여인의 삶을 추적해 들어가면서 목사가 목회성공을 위해 암에 걸린 사모에게 자살을 종용하고 부호의 딸과 재혼하는 등 한국교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한편 ‘목사를 구원한 여자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추악한 현실을 들춰내면서 구원의 길을 모색하는 긴장감 있는 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인데요, 무엇보다 이러한 내용을 사모의 입장에서 썼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의 딸〉에 대한 발상은 어디에서 얻으셨는지요?
- 선배 사모의 입장에서 상담을 많이 했어요. 소설의 내용이 충격적이라지만 상담을 해 보면 그것이 단지 허구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교회에서 경험한 아픔도 있었고요. 1995~2001년까지 미국에서 목회하는 동안에 기독교잡지에 연재했던 것인데 내용이 과격해서 책 발간을 미뤄오다가 뒷부분을 과감히 수정해서 일반출판사를 통해 내놨어요.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연재하는 동안에도 사모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냐는 거지요. 고통 중에 있는 사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이 작품의 매력은 한국교회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또 그 가운데서 해법(구원)을 찾는 ‘진정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 부정과 긍정이 깊은 골을 형성하면서도 균형을 이뤄야만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갈등구조이지요. 부정을 깊이 파야 긍정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를 표방하는 작품들을 보면 ‘긍정’만을 너무 드러내는 형국입니다. 시는 그럴 수 있지만 소설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시선을 날카롭게 해야 합니다. 작품의 생명은 진실입니다. 분명히 한국교회에 부정부패가 있는데 무조건 긍정적인 내용만으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고 이러한 진실의 과정을 통해 구원을 모색해야 합니다.

▶ 제목이 이문열 씨의 소설 〈사람의 아들〉과 대비되는데요, 이유가 있으신지요. 또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 연재할 때의 제목은 ‘장대 위에 달린 여자’였습니다. 나중에 책으로 내면서 바꿨지요. 내용은 남편이자 목사인 ‘민경덕’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아픈 일생을 산 ‘조수자’와 그의 과거를 추적해 가는 ‘예은’이라는 그 역시 아픈 과거를 가진 여성의 이야기, 바로 장대 위에 달린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철저하게 혼자 높은 곳에 매달려 눈, 비, 폭풍을 맨몸으로 맞으며 외로움을 삭혀야 하는 여인, 그러나 그 고통을 견디며 비로소 그 자리에서 인생을 관조하고 밑의 세상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여자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목회를 해 보니 너무들 쉽게 이혼하더군요. 믿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여성상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구원의 메시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소설에서는 두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조수자가 보물처럼 가지고 다니는 ‘유두화 뿌리’와 목사 민경덕의 이미지를 담은 ‘뱀’입니다. 유두화 뿌리는 삶아서 먹으면 죽는데 민경덕이 조수자를 죽이기 위해 썼던 것입니다. 그것을 조수자는 늘 가지고 다니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절망인 동시에 구원을 상징합니다. 뱀은 바로 인간 내면의 욕망입니다. 그것을 죽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아와 만나게 됩니다.

▶ 기독교문학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 작품이 신본주의의 입장에서 쓴 것이면 기독교문학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유교적인 뿌리가 깊게 박힌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의 기독교 120년 역사 속에서 예술을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입니다. 그러나 육적세계와 영의 추상적 세계까지를 포괄하는 기독교에서 앞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은 영적 깊이가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레 미제라블〉을 읽으면서 누구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바로 기독교 영성이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하나님의 문화가 전체 인류를 덮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내년이면 남편이 목회를 은퇴하게 되는데 그때면 좀더 자유롭게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작을 남기고 싶습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을 연재해 〈바람 바람 새바람〉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는데 이것을 더 잘 준비해서 10부작으로 낼 계획이며, 또 하나는 신비주의자였던 이용도 목사의 삶을 그린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건강이 허락되길 바라지요.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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