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라서 그럴까. 기독교에서 이제 더 이상 정치는 그리 생소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큰 관심과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교(政敎)분리'를 외쳤던 독재시대의 목회자들도 이제는 앞다투어 `한국기독당'이라는 정당을 창립,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바람직한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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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도 정교분리인가

   2.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아직도 정교(政敎) 분리인가', 아니면 `그럼 정치와 종교가 유착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양측의 의견에 속시원하게 답을 하내리기가 힘들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의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크리스찬 개개인이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회의원을 뽑고, 국가의 정책 등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잘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신앙'이나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떠한가. 아직도 그래야 할까?
최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탄핵 찬반을 두고 한 달이 다 돼가도록 TV와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연일 토론을 벌이고 있으며 정부와 정치계는 마찰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때 기독인은 어떤 눈으로 현상들을 바라보고, 참여하며, 선택해야 할까. 사회 문제가 대두될 때 침묵을 지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만 부르짖던 이들이 한편에서는 `기독교정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정치 참여를 하는가 하면, 이를 바라보는 많은 `침묵의 크리스찬'들은 이를 반대하며 우려를 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정치 발언을 하며 사회의 정치색을 띠었던 진보계열의 목회자들은 `지금 기독교정당은 오히려 폐해만을 나을 것'이라며 창당 반대를 외치는 시점에 서 있다. 정치 참여에 대해 진보계열의 목회자들이 적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이제는 보수계열 중심으로 정당을 창당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기독교정당이 창당을 선언하고 활동에 들어간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독교가 정치 참여의 올바른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느냐며 불행 중 다행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의 기독교 역사 120여 년. 몇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기독교는 먼저 많은 교육과 훈련을 통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에 대한 참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종교가 하나의 이상이나 액서서리가 아닌,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삶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때 정치 또한 그것에 비해 만만치 않게 중요하지 않은가.
종교 기관으로서 교회는 정부의 일에 간섭하거나 정부로부터 간섭받아서는 안되는 이것이 `정교(政敎)분리', 즉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말하는 것인데,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관심 갖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등한히 했던 것은 아닐까. 국가나 권력을 가진 자가 힘을 사용해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반대하는 의미로서의 것이 정교분리원칙이라 할 때 국가와 교회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부상조 보완관계를 해야 하는 관계인 것이다.
손봉호 교수(공의정치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한국기독교정치연구소의 세미나에서 “이제는 그리스도인들도 정치와 정치참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인이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만큼 수가 많아졌고, 영향력이 커졌으며, 다른 분야에 대해 관심 쓸 만큼 성숙되었고, 한국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해 시민들의 이익에 충분히 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손 교수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의 방법에 두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법적이고 제도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거기서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협의의 정치, 예를들면 기독교 정당을 만들거나 기존의 정당 내에서라도 기독교인만의 정치조직을 형성하여 의식적으로 기독교적 정치 이데올로기를 실천하는 노력 등을 들었다. 또한 광의의 정치는 제도적·법적인 권력을 갖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기관에 영향을 끼침으로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한국의 상황과 이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의식수준이 아직은 협의의 정치참여가 가능할 만큼 성숙되지 않았다며, 적어도 당분간은 광의의 정치참여로 만족해야 하며, 협의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상황을 바꿔나가야 할 것을 과제로 들었다.
또 손 교수는 그리스도인 유권자들은 민주의식 성숙도에 있어서 비기독교인 유권자들 보다 근본적으로 낫지 않으며, 무엇보다 투표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행사할 만큼 충분한 훈련을 거친 시도가 그렇게 많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반면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신학과)는 지난 4일 기독교정당에 관한 토론회에서 바람직한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 “교회는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지혜라 할 수 있다”며 “삼분법에 의해 볼 때 국가, 교회, 경제 혹은 국가, 시민사회, 경제로 나눠볼 수 있는데, 교회는 정치사회 속에서 세력을 가지려고 하기 보다는 시민 사회 속에 속하고 그 속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시민 사회 속에서 기존의 정치를 향해 비판과 감시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교회가 정치의 발전에 공헌하려고 한다면 시민사회단체들과 힘을 합하여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정치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라며 “개인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나 기독교 자체가 그리고 교회 자체가 정치권에 참여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헌일 원장(한국의정연구원)은 “교회는 인간의 영적 생활에 관여하고, 국가는 세상적인 것을 다루는 기관인데, 영과 육을 나눌 수 없듯이 두 기관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정교분리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나면 `교인이 정치 참여해야 하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참여할 것이냐' 하는 방법상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 원장은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몇 가지로 짚는다. 우선 끊임없이 이 세상에서 바르게 살려면 정신적, 수직적으로 그리스도와 만나는 신앙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수평적 인간관계를 잘 할 것을 성서는 가르치고 있음을 언급하며, 교계지도자는 강단과 교단을 통하여 모든 신도들로 하여금 우리가 처해 있는 정황을 바르게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과정에서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치에 적극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참여 방법은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 참여 몸짓에 익숙하지 않은 기독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바야흐로 지금은 정치의 계절이다. 4·15 총선이 불과 보름도 남지 않았다. 한국 사회 속에서 크리스찬들의 올바른 선택, 그 이전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정치를 읽을 수 있을지 짧은 D-day 기간이지만 기도와 정치 공부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조언하고 있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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