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서울시지하철공사,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와 함께 `책으로 여는 월드컵,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 책 읽는 사람이 이끄는 사회'를 주제로 전 국민 독서문화 생활화와 월드컵 기간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출판문화를 알리는 등의 목적으로 오는 8월 31일까지 운행하는 4호선 책열차 `메트로 북 메세'(www.metrobookmesse.or.kr)가 바로 그것인데 1편성 10량으로 구성된 열차 안에는 칸칸마다 책이 다량 비치되어 있고 누구나 원하면 꺼내볼 수 있도록 했다. “제가 원하는 책을 읽으면서 가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책 열차를 이용한 한 승객의 말이다. 책 열차를 탄 승객들은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지만 이내 관심이 가는 책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지하철은 버스에 비해 흔들림이 덜해 책을 읽기에는 좋은 조건, 승객들은 책을 읽으며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니 좋고 덩달아 독서인구가 늘어나니 좋고, 책을 지식의 보고라고 하는데 이래저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도우미 사서들이 수시로 다니며 승객들의 요청을 들어준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현장에서도 우리의 낮은 수준의 시민의식이 여지없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200여 개의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총 3300여 권의 책을 비치하고 운행이 시작된 후 10일쯤 지나자 1000여 권 밖에 남지 않더라는 것. 그것도 2∼3만원대의 고가의 책들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그 외에도 많은 책들이 분실돼 자유로운 열람 자체가 잘못 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주최측은 다음날 급하게 1000여 권을 다시 보충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각 차량마다 테마별로 꾸몄지만 책이 분실되는 바람에 테마별로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지자 `키즈, 키즈, 키즈야!'와 `책나라 만화나라' 등 어린이물을 비치한 차량 외에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은 상태로 긴급 지원 받은 책들로 책꽂이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책 분실 문제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책에 사슬형의 끈 달기, 구멍내기 등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지만 끈을 달든지 하는 것들은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행사 초기 의도와도 맞지 않아 책에 검인도장을 찍거나 스티커 등을 이용해 강조하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이용자들의 양심에 맡길 뿐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지하철 수사대가 이러한 현상을 보고는 현행법상 절도 아니냐며 책 도둑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지만 그럴 경우 좋은 취지로 시작한 행사인데 오히려 올가미를 죄는 격이 되지 않겠느냐며 그저 공공의 자산을 보호하고 아끼는 시민의식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운행 초보다는 분실되는 정도가 많이 줄었고 또 열차를 이용한 개인이나 소식을 들은 단체에서 보유하고 있던 책들을 기증하는 등의 반가운 손길들이 이어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야말로 이 행사의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한다. 텅 빈 책꽂이.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의 우수한 출판문화를 보여주기 이전에 낮은 시민의식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좋은 문화를 아름답게 지키며 함께 나눌 수 있는 고매한 시민의식이 하루속히 조성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랑스러운 면모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은 이제 철저히 시민의 몫으로 남아 있다. 한편 그 많은 책 가운데 기독교 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다. 주최측에 이유를 묻자 “종교관련 출판사들에도 똑같이 협조를 요청을 했지만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의 출판사들도 마찬가지로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이미 기존의 구매자 층이 정해져있는 종교서적의 경우 이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그다지 홍보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출판사들의 계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일 이 같은 판단이 사실이라면 복음전파를 지상명령으로 한다는 기독교 출판사들의 `사시(社是)'는 말 뿐이지 않는가 하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몇 권 남아있지 않는 책들 가운데는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지칭하는 T종파의 책들이 적지 않았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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