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억압받던 시기에도 성경과 예배는 한글로 이뤄졌다. 이것은 한글이 현재에 우리 나라 고유의 언어와 글자로 남는 데 한국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초의 성경발간 120주년을 기념해 110여 종의 한글번역본 성경을 〈한국성경대전집〉(전60권, 특판가 420만원)이란 영인본으로 묶어 펴낸 한국교회사문헌연구원 심한보 원장(사진·57)은 이처럼 한국교회와 한글 발전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연구가치의 비중을 시사했다. 〈한국성경대전집〉 발간은 성서학자와 교회사가는 물론 국어학자들도 반기는 입장이다. 최태영 박사(숭실대 명예교수)는 “성경을 통해 시대별로 어휘, 표기법 등을 파악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에서도 `수', `줄', `것' 등 형식명사에 대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1887년에 발간된 성경에서는 바울이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편지하는 내용 등 베드로전서·후서에서 본격적으로 띄어쓰기를 하고 있으며, 1884년에 발간된 마태복음 첫 장에서 대두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등 성경을 번역할 당시에 정확한 표기를 위해 얼마만큼 애썼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는 당대의 언어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독교문사 연감 편찬 실장인 이덕주 목사는 〈한국성경대전집〉의 서두에 실린 `한글성서 번역사 개관'에서 “성서의 한글번역은 단순한 기독교 경전의 번역이라는 의미 외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즉 기독교라는 (우리나라로 보아서는) 외래 종교가 한국문화 속에 한글이라는 언어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뿌리를 내리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기독교 토착화(土着化)의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 성서의 한글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 한글은 기독교라는 외래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형성된 첫 기독교문화라며 이번 성경대전집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성경대전집〉은 1882년 만주에서 로스와 메킨타이어 그리고 한국인 청년들이 힘을 모아 의주 사투리로 번역해낸 최초의 한글성경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와 이수정이 일본에서 번역한 〈현토한한 신약성서〉(1884) 등 성경번역이 처음으로 시도됐던 1980년대 것부터 〈관주신약전서〉(1912), 〈소년성서〉(1925), 〈간이선한문신약〉(1940), 〈어린이성경〉(1962), 〈제주방언성경〉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성경을 모두 묶은 것으로 한국교회 신앙과 신학의 근본이 되는 성경의 변천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역사자료를 담은 〈한국성경대전집〉이 더욱 빛나는 가치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 이를 펴낸 심 원장이 개인 사재를 들여 자료를 모으고 다듬기를 30여 년 동안이나 해 왔던 것이다. 심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회사문헌연구원'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료만도 마이크로필름 2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찬송가대전집〉과 〈신학세계〉, 〈신학지남〉, 〈활천〉, 〈신앙생활〉, 〈게자씨〉 등의 기독교 잡지를 비롯해 〈조선감리회연회록, 〈장로교총회록〉, 〈성결교총회록〉, 주한 선교사들이 월간으로 펴낸 〈The Korean Mission Field〉와 초교파 장·감 연합사업 신문인 〈기독신보〉, 장로교의 〈그리스도신문〉, 〈장로회보〉, 〈기독교보〉, 감리교의 〈조선그리스도인회보〉, 〈신학월보〉 등 한국교회의 역사를 발굴해 내고 책으로 묶는 등 도무지 개인의 역량으로 이뤄냈다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성경대전집을 위해 자료를 모기 시작한 것이 15년 정도. 작품을 연대별로 수집하기 위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프랑스 동양학 연구소, 미국성서박물관 등 여러 곳에서 성경을 수집해 왔으나 워낙 대작업이라 주저했다. 그런데 작년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관장 한영제 장로)에서 개관 기념으로 `한글과 기독교'를 주제로 가진 전시회를 통해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유산을 자료화 해 후대에 남기는 것이 선조들의 귀한 신앙정신을 되물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성경 자료 묶는 작업을 단행했다. “미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는 심 원장의 말처럼 그는 지난 30년 간 한국역사의 발자취를 추적하는데 매진해 왔다. 그렇게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교회의 소중한 재산을 차곡차곡 쌓아왔다.이번 〈한국성경대전집〉은 50질 한정본으로 만들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이상은 한국교회에서 소화하기 어렵다며 신자는 많아도 역사자료의 중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그는 “이제 성경 묶는 작업이 끝났으니 내년부터는 200여 종의 초기 전도서를 책으로 묶을 것”이라며 포부를 내보였다. 신자들이 당시 전도문서들을 통해 가시밭길을 믿음 하나 가지고 견뎌낸 신앙선배들의 모습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우리나라에 있고 기독교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이나 된다지만 오히려 부끄러운 양상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옛 것을 보고 헤이해지는 신앙심을 다시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02-353-0772).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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