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들소리문학상 당선자 소감
■ 대 상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 정숙자
“시는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천지인의 합작”
글 짓는 이에게 고통은 사유의 극점을 엿볼 수 있는 통로이며 별난 상상력을 구매할 수 있는 고액권 화폐다. 일부러 꾸며 가질 수 없고, 타인에게 떠넘길 수 없으며, 슬쩍 눈감아 버릴 수도 없는 고뇌의 여과야말로 (연필을 깎기 이전에 주어지는) 신의 선물일 것이다. 뮤즈는 우리들이 저자거리에서 주고받는 금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체험과 인내가 수반된 피와 눈물, 조탁이 가미된 뼈마디만으로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염원을 평가한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단 한번도 고정된 주소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그 변화무쌍한 분진(粉塵) 속에서도 본질은 결코 야합을 용납하지 않는다. 기왕 붓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올바른 문장, 결바른 문맥을 위해 생애를 살라야 하리라. 고독과 화합해야하고, 한 편 한 편의 우열에 생사를 담보해야 하리라. 먹물에 발 담근 이에게 가장 큰 애로(隘路)는 작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일일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 앞에서 여타의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어느 해 어버이날 아침. 새 사위가 올 줄 알면서도 음식장만은 제쳐두고 퇴고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염치불구! 원흉인 시 한 편과 양해편지를 찻상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집필의 어려움이 그와 같으니 시는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천지인의 합작이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죄드린다. 문득 가슴을 쓸면 여기저기 못 자국이 만져진다. 누가 왜 박았는지, 언제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지만 흉터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통점들이 바로 시가 발아된 지점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열매’가 아닌 ‘잎새시인’으로서 오랫동안 문단의 변방을 지켜왔다. 그런데 오늘, 등단 20여 년 만에 최초로 ‘들소리 문학상’을 받게 되다니! 졸저『열매보다 강한 잎』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이태동 선생님, ‘들소리 문학상’ 제정자이신 조효근 목사님, 그리고 스승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선후배 동료 문인들께도 깊이 감사드리며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을 빈다. 먼먼 정진을 약속드리며!
열매보다 강한 잎
마지막엔 이것뿐이다
꽃 아니다 기둥 아니다 수많은 잎새도 아닌 다만 두 잎뿐이다
두 잎이면 다시 하늘을 열고 별을 기르고 마파람 부를 수 있다
껍질속 두 잎은 우뇌/좌뇌란다
좌청룡 우백호란다
씨앗들은 스스로 명당이요 명문이란다
흔들림 없는 두 잎을 열고 나무는 걸어나간다
큰길 소롯길 모두 제 안에 있다
만 리를 내다보는 키가 되어도 어느 한 잎 잎차례 변치 않는다
잎들은 알을 품는다
알보다 먼저 달리고 알보다 늦게 익는다
첫 잎이자 마지막 두 잎
간절히 합장한 두 잎
두 잎을 밀봉한 다음이라야 잎잎 붉은 잎 몸을 날린다
가슴 한복판으로 툼벙툼벙 떨어진 날들
밀리고 밀린 나이테 파문! 나무 속에 호수가 있다
잎새에선 노상 잔물결 소리가 난다
두 잎이면 모든 잎이다
두 잎이 남아 있는 한 어떤 내일도 초록빛이다
제 8 회 들소리문학상 입상자 소감
■ 특별상-한시 ` 심곡한필 (深谷閒筆)'-황기학
이 찬란한 계절에 창조주의 숨결 들려 감격스럽습니다.
늘 따뜻한 이웃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숨 쉬면서 깊은 감사의 마음뿐이었는데 더구나 뜻밖의 소식에 더욱 감격할 뿐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숲속에서 조그만 샘물처럼 살고 싶어 이웃한 초목들 그리고 새들과 함께한 노래를 남겼을 뿐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푸른 숲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된 것도 하늘의 은총이라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쁜 인연을 맺게 된 복음의 소식 들소리신문과 부족한 내 삶의 토막을 애써 눈여겨 보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오늘의 이 감격이 꽃피도록 늘 옆에서 솜이불처럼 푸근하게 감싸주시고 기도해주신 존경하는 김광준 목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41년 평양 출생
· 서울대 사범대 졸업
· 교직 30여 년(1999년 퇴임)
· 서울시 카운슬러협회 이사 역임
참회(懺悔)
푸른 산 길에서휘파람 불다
吹嘯碧山路 취소벽산로
문득 부끄러워 얼굴 가렸네
忽慙掩顔面 홀참엄안면
산길 옆 큰 나무들 줄지어 서서
路傍喬木列 로방교목렬
나를 반겨 기쁘게 맞아 주건만
迎俄以喜色 영아이희색
혹시나 욕심 많은 내 마음 알까
或知我慾滿 혹지아욕만
마음 졸여 머리 숙여 걸어 갔다네
抑臆屈頭步 억억굴두보
이 허물 어찌해야 씻을 수 있나
是咎豈有洗 시구기유세
주님께 진심으로 참회 한다네
悔過苟於主 회과구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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