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벼락 ③ 산 위에서 바라보니, 광주 시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어둠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동네쪽을 바라보니, 동네 몇집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올 뿐,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  “오메! 시간이 겁나게 갔나베! 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이 솔찬히 갔나베! 어쩌크나!” 영례는 두세번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곁에 서 있는 물오른 생솔가지들을 손으로 잡아 꺾었다. 그렇게 한참을 꺾고서는 꺾어놓은 솔가지들을 주섬주섬 새끼로 묶었다. 그리고는 머리에 이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발걸음이 꿈속같이 가벼웠다.  영례는 가사를 잘 모르는 찬송을 부르면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 기쁜소식을 온세상 전하세/큰 환란 고통을 당하는 자에게… 더 이상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게 속상했다. 그러다가 깜짝 놀랐다.  “오메! 이 무신일이당가! 난, 난 찬송도 잘 모르는디…안불러 봤는디! 시방, 찬송이 잘 불러지니! 이 무신 일이당가! …아이고, 하나님! 감사하요! 감사합니다!” 교회를 몇번 나갔다고 하지만 그것도 가뭄에 콩나듯 띄엄띄엄 나갔다. 그런데 한번도 찬송가를 크게 불러본 일이 없고, 찬송가 가사도 다 잘 모르는데 찬송가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이상했다. 목사님의 설교말씀도 생각이 났다.  “신자는 세상에서 환란을 당하는 거요. 그러나 담대하시요!우리 예수님이 세상을 이겼기 때문이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는 것이요!” 설교를 들으면서도 이해가 안되던 윤 목사의 설교말씀이 생각나는 것도 희안한 일이지만, 또 설교듣고 교회다니면서도 왜, 교회를 다니는지도 몰랐는데, 아까 산에서 별안간 등허리에 뜨거운 불이 지나가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마음이 확 달라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하늘에서 배락을 내려 이년 죽여달라고 했더니, 성령의 불배락을 내리셨네! 어따! 감사하네!”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웃음이 자꾸 나왔다.  이 기쁜소식을 온세상 전하세/큰 환란 고통을 당하는 자에게… 이렇게 아는 찬송가사만 계속 부르면서 산을 내려와 동네로 들어왔다. 영례가 집 앞 골목길로 들어 섰을 때, 집 앞에서 시꺼먼 것들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영례의 모습을 본 그 시꺼먼 것들이 “엄니여?” 하고 물어왔다.  “응, 나다!” 아이들이었다. 사랑이와 희락이가 집 앞 골목 길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엄니, 왜, 이렇게 늦게와? 배고파 죽겠는디!” 사랑이가 다가와 영례의 몸뻬를 잡고는 늘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따, 무겁다! 비켜라!” 영례는 소리를 질렀다. 산에서 생솔가지를 꺾어 나무둥치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올때에는 무거운줄 몰랐다. 찬송까지 부르고 왔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본 순간, 머리에 인 생솔가지 나무둥치가 별안간 무거워졌다.  “왜 늦게와? 배고픈디!” 희락이가 볼멘소리를 했다.  “생솔가지를 꺾어서 그냥 올 수 있냐? 동네사람들이 수근거리는디… 산감한테 이르면 벌금물어!”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부엌에다 생솔가지 둥치를 부려 놓았다.  “빨리 밥해주께 쪼그만 기다려라잉! 사랑아! 불쏘시게 갖다가 생솔가지로 불을 때라!” 영례는 이렇게 말하고는 장독대로 가서 항아리에서 쌀을 조금 꺼내 씻어서 오랫만에 쌀밥을 지었다. 쌀밥은 맛있고 쉽게 되기 때문이다. 영례는 마음으로 생각한 것이 있어서 다음날 달걀 한꾸러미를 선물로 들고 진월교회 윤 목사를 찾아갔다. 비가 와서 밭 일을 하지 못하게 돼 시간이 있었다. 교회문을 들어서면 맞은 편은 교회로 들어가는 마당이요, 왼편은 사택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사택에 들어서니 문은각사모가 시금치를 다듬고 있다가 “아니, 희락이엄니가 웬일이이오! 참말로 요새 고상 많이 하시제라우?”라고 하면서 일어나 달려와영례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편히 계시셨쇼?” “요새 어찌께사쇼?” “그럭저럭 사요?” “무신 일이 있소?” “예, 목사님 좀 만날라고라우!” “교회 방에 계신디… 이리 오시요잉. 일러드릴께!”라고 하면서 앞장서 교회로 나가는 것을 영례가 불러 세웠다.  “이것쫌… 달걀인디라우! 목사님 아침 상에 한 개씩 놔드리시요잉!” “오메! 쓰잘데기 없이 이런 것은 왜 가져왔소? 안가져와도 되는디. 새끼들도 많은디…. 새끼들 주지않고서!…” 이렇게 말하면서 문은각 사모는 달걀꾸러미를 받아 마루에 놔두고는  “고맙기도혀라! 어서 따라오시요잉!”라고 하면서 교회로 앞서 나갔다.  사택이 있지만 사택은 사모님 차지고 윤 목사는 거의 교회에 딸린 방에서 혼자 기거했다.  영례는 윤 목사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윤 목사가 영례집에 찾아 오기도 했고, 아이들 이름도 개명해줬고, 더구나 남편이 예전에 동네 이장질 할 때 교회 사택에 우물을 파는 노력봉사를 했는데도, 윤 목사 앞에 앉아 있으려니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오금이 저려왔다.  윤 목사는 이야기 길게 하는 사람을 극히 싫어했다. 간단히 요점만 이야기하라고 상담자에게 늘 주의를 주는 사람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영례는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간단하게 어젯밤 뒷산에서 경험한 신앙체험을 이야기하고 난 뒤,  “목사님! 이제부터는 예수 잘 믿을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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