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한잔 묵고 가야것다!” “제발 가시요잉!” “난 술먹어야 가지! 못 가! 발동이 걸려야 가제잉!” 형남이는 오늘따라 곤조를 부렸다.  “사랑아! 후딱 가서 막걸리 반되만 사와라!” 영례는 형남이를 내쫓는 방법은 술을 사다주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사랑이에게 이렇게 말하자, 형남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역시 형수님은 안아주고 싶도록 마음에 쏙 든단 말야!”라고 하면서 음흉하게 웃었고, 사랑이는 썩은얼굴이 되었다.  “무신 말을 그렇게 경우 없이 하는가! 얼른 가서 반되만 사와라!” 영례의 말에 사랑이는 눈을 흘기며, 씩씩거리면서 부엌에 가서 양푼을 가지고 오센네 주막집으로 가서 막걸리 반되를 사가지고 왔다.  형남이는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그러나 반되가지고는 양이 안차는지 양푼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한되짜리 병도 없어서 양푼에다 사온 것이다.  “어째, 사올라믄 한되를 사오지! 참새 눈물만큼 사왔냐?” “묵었으면 어서 가시요잉!” 사랑이가 작심한듯 나섰다.  “아따, 기집애, 쬐꼬만한 것이 되게 무섭네잉!” 형남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형수님! 다음에 오께요잉!”라고 하면서 사립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 “엄니! 저런 놈들은 몽댕이로 개패듯 패서 갖다 버리소잉! 근데 뭔 술을 사오라하요! 에이! 속상해!” “달래서 보내야제! 저런 사람들은 꼭 해꼿지한다잉!” 영례의 말에 사랑이는 밖으로 휑 나가버렸다.  다음날도 영례는 해가 뜨자마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뒷산 개간 밭으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이제 거의 나무뿌리들을 다 캐내었고, 밭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바위 하나만 남았다. 영례는 그러나 그 커다란 바위를 그냥 놔두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커다란 바위를 파내려면 곡괭이 가지고는 안되기 때문이고, 아녀자로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희락이와 화평이도 그 바위는 그냥 놔두자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영례가 그 바위 주위를 살펴보는 중에 조그마한 굴이 하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전에는 몰랐던 굴이었다. 그래서 그 굴을 찬찬히 쳐다보고 있는데 조그마한 뱀이 그 굴속에서 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영례는 그 뱀을 보자, 무섬증이 들었다. 그러나 막대기를 가지고 와서 막 기어나오는 뱀을 두들겨 잡았다. 그리고는 막대기로 그 뱀 굴을 이리저리 쑤셨다. 몇번 쑤시니 아까 뱀보다 더 큰 뱀이 나왔다. 그 뱀도 두들겨 잡았다. 그 뱀을 죽이고 나니 뱀들이 연이어 기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 뱀들도 두들겨 죽였다. 개간하는 밭에 뱀 굴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뱀이 밭에 출몰하게 되면 밭 일하기가 어려운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영례는 기를 쓰고 뱀을 두들겨 잡았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까지의 수고가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용기를 내서 또 그 뱀 굴에 막대기를 집어 넣으면서 쑤셔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더 큰 뱀이 두마리나 엉겨 붙어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뱀 두마리는 영례가 들고 있는 막대기만 했다. 홀레붙은 뱀을 본 순간 영례는 이성을 잃었다. 홀레붙은 그 년놈들을 막대기로 끌어내어 사정없이 막대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분이 솟았던 것이다.  “홀레붙어 있어! 이 년 놈들! 뒈져라! 뒈져!” 영례는 정신없이 막대기를 휘둘렀다.  “이 년 놈들! 홀엄씨년! 이 년! 검둥이년! 내 서방과 홀레붙어 먹어! 이 년! 죽어라! 이 놈 너도 검둥이년과 함께 죽어라!” 영례는 악을 쓰면서 홀래붙은 뱀 두 마리를 막대기로 때렸다. 뱀의 피가 영례의 얼굴에 까지 튀도록 사정없이 때려 죽였다. 한시간 이상을 가까이 뱀을 죽이느라고 보냈다. 영례가 또 다시 막대기를 쑤셔 넣었으나 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영례는 그 뱀을 큰소나무 가지에 걸쳐 놓았다. 그리고는 개간하는 밭에서 나온 돌들을 소쿠리로 담아서 밭 경계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돌들을 작은 봉분처럼 일렬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밭에서 나오는 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영례는 놀랐다. 돌이 많으면 밭에 씨를 뿌려도 잘 결실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속에 미움의 돌, 증오의 돌이 있으면 아프고 쓰라린 괴로운 삶을 살다가 결국 타락하거나 병들고 마는 것이다.  일하다 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난것 같았다. 그래서 영례는 일손을 멈추고 주변에서 검불과 마른나뭇가지를 많이 주어왔다. 그리고 마침 가지고 있는 성냥으로 불을 지피고 아까 소나무가지에 걸쳐 놓았던 두 마리 뱀을 그 불에 얹히고는 그 위에 다시 마른나뭇가지를 수북히 쌓았다.  “엄니 뭘하고 있어!” 영례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희락이었다.  “응! 이제오냐! 밥 묵었냐?” “밥이 솥에 쪼끔 밖에 없던디!” “배고프겠구나!” “엄니 이게 뭐여! 뱀인디! 어서 잡았어!” “응! 저기 밭에 큰 바위 속에 굴이 있더라! 그게 뱀 굴이더라! 뱀이 징하게 많이 나오더라! 내가 다 패죽였다! 그 중에 큰 두마리는 시방 구어 먹을려고 불을 때고 있다! 어따! 나뭇가지가 모자라것다! 후딱 가서 마른나무가지나 등걸들을 좀 가져오거라이!” “엄니! 구운 뱀을 먹을 줄 알어!” “배고픈데 왜 못 먹것냐! 자근자근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놈들! 홀레붙어 있더라!” 희락이는 나뭇가지를 주으려 가면서도 연신 불을 때면서 뱀을 굽고 있는 영례를 뒤돌아 봤다. 영례의 다른 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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