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례는 마음이 심란했었다. 이 걱정 저 염려를 하면서 심란한 마음으로 교회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밖에서 집으로 들어가면서 무심코 쳐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희락이가 집마당에 서서 분적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메! 너 어찌케 집에 왔냐? 나는 니가 감옥에 가 있는지 알고 감옥소까지 갔었는디! 근디 어찌케 나왔냐? 오메! 하나님 감사하요잉!” 영례는 희락이를 보자마자 반가워서 마치 인민군들이 따발총을 쏘듯이 이렇게 연거퍼 궁금한 말을 쏟아냈다. “학생회장하고 두세명 간부만 교도소로 갔고… 나랑 성준이랑은 훈방됐당께!” “오메! 잘 됐다 잉!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형사들이 니가 교도소 갔다 허기에 얼매나 낙심했는지 아냐? 근디! 다른 학상들은 교도소 갔는디 어찌케 나왔냐?” “성준이 아부지가 시내 파출소장인디라우! 우리 둘이 데모를 주동한 것이 아니고 회장 지시에 따라 동조했을 뿐이라고 해갖고 우리를 빼내줬당께!” “오메! 잘 됐다야! 난 얼매나 놀랬는지 아냐? 어떠! 하나님 감사하요잉!”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인데 얼마나 놀랬던지 간이 벌벌했었다. 소문은 원래 빠른 것이다. 희락이가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동네사람들이 몇 명이서 찾아오기도 했다. 대부분 희락이 친구 아니면 동네아저씨들이었다. 그들은 밤이 깊도록 희락이와 작은방에서 무슨 이야기인지 하하하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더니 늦게서야 자기들 집으로 돌아갔다. 영례는 희락이가 무사히 나왔다는 이야기를 큰집에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방객들을 보내고 안방으로 잠깐 건너온 희락이에게 “큰집에 알려줘야것다! 봉주한테랑 니 아부지한테랑 알려줘야것다!” 하고 말했더니 이내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봉주형은 동과주 경찰서 정보과 형사여라우! 학교에서 데모하는 학생들 동향을 알아내서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한당께라우! 이번에도 우리친구들한테 많은 해를 끼쳤어라우! 우리들이 김대중씨 추종자들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당께라우!” “오매! 봉주조카가 그랬냐? 증말로!” 영례는 희락이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린시절부터 다른 조카들 하고 달리 착하게 커온 조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광주 경찰서에 찾아갔을 때 허둥대는 모습이나, 희락이를 빨갱이 취급하듯 하면서 희락이는 이제 잘되기는 글렀다는 식으로 비관적으로 말한 것만은 좀 서운하게 생각되었다. “근디! 왜 학상들이 허라는 공부는 안허고 데모를 했다냐? 앞으로는 증말 절대 질 나쁜 학상들과 친구허지 말어라잉! 친구 잘못 알믄 감옥 가니께잉! 내 말 명심허거라잉!” “박통은 시방 삼선개헌을 해갖고 평생 대통령 해묵게 됐당께라우! 인자 우리나라는 소망 없당께라우! 그리고 자기 정적인 김대중씨를 빨갱이로 만들고도 모자라서 현해탄에다 수장시킬라고 했당께라우!” “그건 니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나랏일을 허는 사람들이 할 것인께… 너는 학생인께 공부나 해라잉! 글고 김대중씨 말은 허지말어 그 사람 말 하믄 잡혀간단다!” 영례도 이제 감을 잡고 있었다. 몇일동안 경찰서로 <&08538>아다니고 형사들을 만나고 하면서 단편적이나마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희락이에게 단단히 일렀던 것이다. “그 사람 바른말 허는 민주투사랑께라우! 그 사람 목포사람이랑께라우!” 희락이가 토를 달았다. “그 사람은 목포사람이고, 넌 광주사람인디 고향도 틀리구만! 왜 그 사람 편을 드냐 신세 망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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