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나 광주나 동향이랑께! 그 사람은 나중에 우리나라 대통령감이여!” “김대중 씨가 무조건 고향 사람이라고 편들면 되것냐? 그라믄 경상도 사람들은 무조건 박 대통령 편들텐디… 그렇게 되믄 이 나라가 편이 갈라져 갖고 나중에 어찌께 되것냐?” “김대중 씨가 고향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랑께라우! 그 사람 증말 똑똑해라우!” “그 사람 질 나쁜 사람이라고 최센도 그러더라! 어쨌든지 김대중 씨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말아라잉! 잡혀가서 콩밥 묵게 되니께!” “동네이장 최센이 그럽디까? 그런 사람 말 믿지 말랑께라우!” “어따! 너 누구 닮아서 고집이 그렇게 세냐? 꼭 고집 센 니 애비 닮았구나! 그만하고 자자!” 영례는 희락이가 남편같이 고집센 것이 화가났다. 희락이가 집안 식구들 팽개치고 홀엄씨 집에 가서 살고 있는 남편의 성질을 닮았다고 생각하니까, 남편 생각에 희락이 말까지 역겨워졌다. 그리고 한가지 느낀 것은 남편에게 소망을 잃고 자식들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왔는데 화평이나 희락이를 보면서 저 자식들이 과연 나의 희망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례가정만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박정희대통령의 유신헌법 때문에, 그의 가공할 정권욕 때문에 잡혀가고, 죄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1974년이 밝아오면서는 대통령긴급조치 1, 2호가 발동되었고 유신헌법을 비방하거나 부정적으로 이야기만 해도 구속사유가 되었다. 정부조직을 비방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되었으며, 재판도 비상군법회의에서 받게 되었다. 장준하와 백기완 씨가 구속 되었다. 기관에서 문인간첩단사건을 만들어 이호철, 정을병 씨도 구속했다. 4월 13일에는 긴급조치 4호를 발동해서 민청학련사건으로 213명을 감옥에 보냈다. 이즈음, 영례는 희락이 때문에 유식해지고 있었다. 순전히 희락이 때문에 영례는 라디오방송도 듣게 되었다. 라디오방송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감옥에 잡혀들어 가는 등, 나라가 뒤숭숭할 때마다 희락이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희락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조마조마 하면서 보내는 세월이 어느새 흘러 여름방학이 가까이 되었다. 어느날 희락이가 밤 늦게 들어왔다.영례는 웬일인가하여 겁이 덜컥나서 “왜, 늦었냐?” 라고 물었다. 자라 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희락의 일거수 일투족이 투명해야 마음이 놓이는 영례였다 “학교 친구들하고 영화 보고 오느라 늦었어!” 희락이가 영화관에 갔다가 늦었다는 것이다. 원래 희락이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영화관에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학교 친구들이랑. “먼 영화 봤냐? 넌 영화도 안 좋아험서!” “별들의 고향이라는 영환디… 사람들이 줄을 섰당께로!” “별들의 고향?…” “응!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인간소외를 그린 영환디… 잘 된 영화여! 그 영화 끝머리에 여주인공 경아가 눈밭에 쓰러져 죽는 것이 백미랑께! 그것이 바로 대안 없는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대목이랑께!” 영례가 보기에 희락이는 이상한 해석을 하고 있었다. “영화는 오락으로 보는 것인디… 뭐가 고로코롬 해석이 복잡하냐? 배운 사람들은 간단한 세상을 어렵게 만들어서 돈 벌어먹고 산단다!”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보고… 대학생들이 많이 보는 영화랑께라우!”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떼거지로 몰려가서 영화를 보다니! 돈이 아깝다야! 나는 니그 아부지가 극장에 가자고 해도 한번도 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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