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가 옆에서 소리질렀다. 그 말에 영례는 정신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을 다 헤집었다. 빨래 보따리를 헤집었다. 그러나 쓸만한 것이 없었다. 영례가 방안에서 옥양목 띠와 노끈을 찾는 사이 젖소는 움메! 움메! 하고 또 한번 부르짖었다. 아까보다는 그 부르짖는 소리가 힘이 없었다. 영례는 그러나 마음만 다급했다. 사방을 살펴보다가 문득 치마끈이 생각났다. 영례는 지체없이 치마끈을 잡아 뜯었다. 그리고 빨래감에서 치마를 찾아서 또 잡아 뜯었다. 치마끈을 갖고 외양간에 가니 오복이와 영기가 자기들의 허리띠를 풀어서 새끼 목에다 걸고 있었다. “이거면 되것소? 옛소 여기!” 영례는 치마끈을 보였다. “되것소! 이리 빨리 주시오!” 오복이가 이렇게 말하면서 영례에게서 치마끈을 잡아 빼앗듯 받아서 급하게 새끼의 두다리를 묶었다. 젖소 어미는 아픈 배를 씰룩씰룩 거렸다. 입에서는 거품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젖소 어미는 힘이 점점 빠지는듯 했다. “자네, 여기 잡아당겨 보소! 자, 잡아당기네! 조심해서 잡아당겨야 허네잉!” 오복이가 허리띠로 새끼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 목을 조이지 않도록 끈으로 다시 잡아 매서 잡아당기면서 영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영기는 대답하기 전에 벌써 끈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젖소가 힘이 없는지 움메! 움메 하는 소리가 점점 작아져 갔다. “야! 이것아! 빨리 힘 써 봐라잉!” 오복이가 안타까운 듯 젖소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복이와 영기의 이마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젖소가 힘이 빠져부렀어! 큰일이네잉!” 영기가 승렬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급기야 구경하던 승렬이도 가담했다. 건장한 사내 3명이 붙어서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낑낑대며 잡아당겼다. 그러자 몸통이 절반쯤 쑥 나왔다. “오메! 나오네! 나온다! 쬐끔만 더 쎄게 잡아당기소잉!” 오복이가 신이 나서 외쳤다. 영례도 오복이의 말에 힘이 생겼다.  “쪼끔만 더 세게 잡아당겨보세!” 영기도 말했다. 그러나 새끼 젖소는 허리까지 나오고는 또 요지부동이었다. 또다시 영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미가 힘이 다 빠졌는디! 사고 나기 전에… 수의사를 불러야 허것네!” 영기가 이렇게 말했다. 오복이도 이 말에 잡아 당기던 끈을 놓으면서 “그먼 자네가 불러오소!” 라고 말했다. “아니! 오늘 아침에 우리집에 온다 했당께로 혹시 시방 왔는지 모르니께 내가 집에 갔다오께!자네 여기를 잡고 잡아당기소잉!” 영기는 승렬이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집을 나갔다. 그러나 젖소새끼는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몸통 절반만이 나온 것이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도 수의사도, 영기도 안오는 것이었다. 영례의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이 일을 어쩔 것인가. 젖소는 이제 주저앉아서 거품을 흘리면서 숨을 가프게 몰아쉬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소리지를 여력이 없는지 움메! 하고 소리치는데 목쉰소리가 나왔다. 소리가 완전히 힘이 없었다. 영례는 겁이 덜컥 났다. 두려움이 임하기 시작했다. “희락이 엄니! 새끼는 포기허씨요! 아무래도 살지 못할 것 같소!” 오복이가 주저앉아서 담배를 피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복이 말이 가망 없다는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영례가 젖소새끼를 보니 벌써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숨은 가냘프게 몰아쉬고 있었다. 어미와 새끼가 모두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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