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라도 살려야 한다말이요! 이대로 놔두면 어미도 죽소잉! 빨리 결정허시오.” 오복이는 냉정하게 말했다. 오복이 말은 지금 새끼 모가지를 노끈으로 묶어서 잡아 빼내지 않으면 새끼뿐만 아니라 어미도 죽는다는 것이다. 노끈으로 목을 묶어 사정없이 빼내면 새끼가 죽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니 영례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러나 오복이는 성화를 부렸다. 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도리가 없어서 영례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복이는 그 즉시 젖소새끼 목에 노끈을 칭칭 감았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승렬이에게 “자! 잡아빼세! 힘있게 잡아당기소잉!”라고 말했다. “그먼 새끼가 죽는디!…” “이렇게 안 허믄 어미까지 죽는다마시! 어미눈을 봐! 죽어간다니까. 그러니 자 빨리 잡아채세!” 승렬이도 마지 못해서 오복이 의견을 따랐다. 이렇게 해서 승렬이와 오복이는 새끼 목에 감긴 노끈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젖소어미가 죽는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움메! 움메! 움메” 젖소의 부르짖음은 자체가 절규였다. 영례는 눈물이 나왔다. “오메! 불쌍한 것! 오메 불쌍한 것! 오메 어쩌까잉!” 영례는 어쩔줄 몰라했다. 결국 새끼는 죽어서 빠져 나왔다. 젖소새끼가 뱃속에서 너무 커버린 것이 비극이었던 것이다. 새끼를 빼내고 났을때야 영기와 수의사가 달려왔다. 그러나 그때는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영례는 새끼를 가마니 위에다 치워놓고 젖소어미에게 풀을 주었다. 안 먹었다. 사료를 주었다. 안 먹었다. 영례가 자세히 보니까 젖소어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짐씨! 이 젖소새끼를 파시요! 내가 사가겠소!” 오토바이를 타고 온 수의사가 이렇게 영례에게 말했다. “그렇게 허씨요! 한 5만원 받으면 되것소!” 오복이도 이렇게 말했다. 영례는 삶을 포기하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의사는 재빨리 돈을 꺼내 세어 주더니 가마니에다 젖소새끼를 둘둘 말아서 오토바이 뒤에 싣고 부르릉 부르릉 거리면서 떠나갔다. 오토바이 연기가 자욱이 깔렸다가 흩어졌다. 영례는 자신의 꿈도 연기처럼 사라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자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오복이도 가고 승렬이도 가고 모두들 갔다. 영례는 한숨 자야겠다는 생각에서 막마루에 올라가서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헛기침소리가 나면서 “희락이 엄니 계시오!” 라고 부르는 소리와 함께 영춘이 어머니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어쩐 일이시오!” “아니, 큰일났소! 야단났소!” 영춘이 엄니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무신 일이 일어났소!” 영례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소식 못 들었소!” “무슨 소식이요!” “육여사가 죽었다요!” “누구요?” 영례는 말을 잘못 듣고 되물었다. “육여사요! 대통령 부인 말이요! 육영수 여사요!” 이렇게 말하면서 영춘이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아니! 어쩌다가 죽었다요?” “모르것소! 방송에 나왔다고 헙디다! 방송을 들어보시오! 큰일 낫소!” 영춘이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영례는 슬프지도 않았고 놀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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