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잔인한 여름 ⑤ 슬프고 놀랠 일은 젖소새끼가 죽은 사건인 것이다. 자책과 당혹감과 실망 속에서 영례는 남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영례가 별로 놀라지도 않고 슬픈 기색도 없자 영춘이 어머니는 영례의 눈치를 살피다가 마음이 상해있는 영례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상심 마쑈! 젖소 새끼가 죽었다고! 어쩌것소. 일이 그렇게 된 것을!” 그러니까 영춘이 어머니는 젖소새끼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사건이 빅뉴스였기 때문에 육여사 서거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것이다. 그러나 영례에게는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사건보다 젖소새끼가 죽은 것이 더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육영사 여사의 서거는 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시골노인들이 울고불고 하는 모습이 TV에도 비쳐지고, 라디오에서는 장송곡이 하루종일 흘러나왔다. 범인 문세광은 재 교포 청년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잡혔지만, 처음에는 북한공작원이다, 조총련이다 확인되지 않은 말이 무성했다.  16일 오전 9시, 발인식을 끝낸 뒤 청화대 앞에서 국립묘지로 떠나는 고인의 장례차량을 손을 흔들면서 작별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골 면장 같은 처량한 홀아비의 모습이었다.  육여사가 마지막 떠나는 중앙청 앞길과 국립묘지 길에는 15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철권을 휘두르는 강인한 박 대통령보다 대갓집 큰며느리 같은 육 여사를 존경했었던 것이다.  아내를 졸지에 잃고 홀아비가 된 박 대통령이 인간의 나약성과 유한성을 깊이 느꼈을 법도 한데, 천년만년 권좌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인지 유신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을 여전히 매섭게 휘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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