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소 성님! 그냥 갈라요!” 영례는 그 썩은 고구마를 보면서 손사래를 쳐댔다. 그러나 큰동서는 따라오면서 소쿠리 채 내밀면서 “어서 받게! 아, 손 떨어지것네잉! 썩은 것은 추려내면 몇 끼 양식은 될 것이네!” 라고 말하면서 완강하게 내밀었다. 영례는 어쩔 수가 없어서 소쿠리 채 고구마를 받아들어 머리에 이고 큰집을 나와서 진월리로 향했다. 마음이 몹시 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희락이가 군대가서 얻어맞아서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 때문에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 집에 들어오니까 희락이가 들어와 있었다. “어디 갔다 와?” “큰집 갔다온다!” “큰집 가지 말랑께! 거 큰집식구들 남보다 더해라우!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사람은 혼자선 못 산다! 어울려 살아야제! 글고 큰집은 니그 광산 김씨 핏줄이다. 사촌이고….” “거 뭐여? 이고 온 것은….” 희락이는 군대영장을 받아놓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았다. 영례에게 묻는 말이 꼭 형사같이 느껴졌다. “고구마다! 썩은 것은 칼로 도려내고 쪄 묵으라고 해서 큰집에서 가져왔다!” “줄라믄 좋은 것이나 주지! 썩은 것을 줘! 그 사람들 진짜로 맘씨가 고약해서 못써라우! 거지한테도 그렇게 안 허것소!” 희락이는 큰집 이야기만 나오면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오늘은 썩은 고구마를 보더니 마음이 더 상한 것 같았다. 영례 또한 큰동서나 큰집조카들이 오늘따라 모두 남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영례는 큰집동서가 준 고구마를 마당에다 쏟아놓고는 썩은 부분은 칼로 다듬어서 물로 씻었다. 그리고 고구마를 씻어 가마솥에다 넣고 불을 피워서 찌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저녁끼니용으로 고구마를 찌면서도 영례의 마음은 바빴다. 영례의 마음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급했다. 그래서 쫓기듯 고구마를 완전히 쪄놓고는 몸빼를 훌훌 털면서 일어섰다. “나좀 시내 갔다 와야것다! 니그덜 좀 있다가 가마솥에 고구마 쪄 놨응께 꺼내서 묵어라잉!” “어디갈라고?” 희락이가 궁금한지 물었다. “니그 아부지헌테 가서 니가 군대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 혀야것다!” “내가 벌써 그 이야기 혔는디! 다 말했어!” “아니! 그래도 내가 니 아부지와 상의할 일이 좀 있다!” “….” 영례는 이렇게 말하고는 바쁘게 골목을 나섰다.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영례의 마음이 다급했다. 영례가 지금 어둠이 질주해오는 동네 길을 벗어나서 바쁜 걸음으로 시내로 들어가는 것은 언젠가 남편과 함께 사는 홀엄씨의 동생 친구가 병무청 부로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희락이가 군대에 안 갈 수 있는 길이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어미의 마음인가. 영례는 희락이가 군대에 가면 꼭 잘못될 것만 같았다. 웬만하면 차를 타지 않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강진에서 영산포, 나주, 남평을 거쳐서 광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타고 월산동에서 내려서 돌고개 쪽으로 단숨에 걸어갔다. 마침 남편과 홀엄씨 둘 다 있었다. 영례는 급한김에 두서없이 말을 쏟아놨다. 홀엄씨와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랑 같이 시방 그 병무청 부로커 집에 가봅시다!” 영례는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시간에 어떻게… 오늘은 안되고 내일모래나 가 볼께 빨리 집에 가봐!” 남편은 난색을 표명하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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