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어라우! 근디 형이 걱정이네!” “오메! 오메! 어째야 쓰꺼나! 니 형을 찾아봐야 할텐디!”  영례는 희락이를 찾으러 갔다가 당한 봉변의 충격으로 희락이를 잊고 있었다.  “니 형 찾으러 가자!”  영례는 걱정이 되어서 화평이를 보며 말했다.  “안된당께! 어찌께 여기서 것까지 걸어서 가것소! 간다해도 시방 군인들이 조대에도 꽉차 있을거여! 못들어갈꺼여!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어서 학교마다 문을 다 닫았당께!”  “오메! 그먼 어찌께하믄 조컷냐?”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길게 쉬었다. 영례는 마음이 낙심되면 한숨을 길게 내리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례의 한숨 쉬는 것을 식구들은 모두 못마땅해 했다. 한숨은 한많은 사람들의 소리없는 절규요, 소리없는 눈물이다. 한숨을 쉬자 영례의 마음속에서 한가닥 분노의 연기가 모락모락 치밀어 올라왔다.  “니 아부지한테 들렸다 갈래!”  한숨을 내쉬던 영례는 화평이를 바로보며 말했다. 바로 몇 발자욱만 가면 홀엄씨네 집이다.  “그냥 가! 가서 뭘하게?”  화평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화평이는 양동 홀엄씨네 집에 얹혀살고 있는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희락이가 군대가서 눈을 다쳐온 후부터는 불같은 적개심은 많이 순화되었지만, 아버지와 그 홀엄씨집 식구들에게만은 순간순간 적개심을 표출해왔던 화평이였다.  “니 형이 집에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해야제잉! 니 아부지라도 희락이를 찾아봐야 할 것 아니냐!”  “안된당께! 위험하당께! 개죽음 당할 수 있당께! 그 공수부대 놈들 약 먹은 것 같아! 사람을 개 패듯 막 패고! 군화발로 짓밟고!”  “그먼 니 형을 그냥 놔두란 말이냐! 군인 놈들이 그렇게 생사람을 잡는디!”  “…. ….”  화평이는 침묵했다. 영례는 애가 탔지만 어쩔 수 없어 화평이와 같이 돌고개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백운동을 거쳐 송암동까지 가는 시내버스다. 돌고개쪽 분위기는 평온했다. 시내버스도 정상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영례는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금남로에서 겪은 일들이 지워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영례는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불안한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화평이도 야간대학을 가지 않았다. 학교에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피곤치도 않았다.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때문일까. 밥을 지으려고 부엌으로 막 내려가는데 화평이가 자전거를 끌고 들어왔다. 화평이는 매일같이 새벽에 돼지먹이 짬밥을 가지러 자전거를 타고 시내부대에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때보다 일찍 들어온 것이다.  “오늘은 일찍 갔다온다잉!”  영례는 무심코 말했다.  “엄니! 큰일났어라우!”  “부대에서 군인들이 민간인들은 통제하면서 못들어가게해라우! 그래서 짬밥도 못가져왔어라우! 그냥 왔어라우!”  “오메! 그라믄 돼지들은 뭘주냐? 근디 무신 큰일 났다고?”  “군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큰일나것써라우!”  “뭔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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