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앞에서 군인들 이야기를 들었는디라우! 어제 그 공수부대원들은 전북 금마에 주둔하고 있던 7공수부대원들이라고하는디라우! 어저께 금남로에서 대학생들이 곤봉세례를 맞은 것은 약과고…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까지 곤봉으로 머리를 때려서 몇 사람이나 조대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한당께!” “화평아 안되것다! 오늘은 니 형 찾으러가야것다!” “안된당께라우! 위험하당께라우!” “니 형이 어찌된지도 모르는데, 그냥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으믄 되것냐!” 영례는 집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다. “그럼 쫌 있다가 나랑 같이가!” “아니다! 넌 대학생이니께 위험하다! 어저께도 큰일날 뻔 했지 안냐?” “그럼 엄니 혼자서 위험한디!” “나는 여잔디 괜찮을 것이다!” 영례는 혼자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평이를 집에 떼어놓고 길을 나섰다. 5월 18일 아침이다. 날씨는 맑았다. 골목길을 돌아서 막 진월교회쪽 으로 돌아서는데 때마침 흰옷을 단정히 입고, 가방을 들고 걸어 올라오는 영국이엄니를 만났다. 묵직한 가방은 성경찬송을 넣은 가방이다. 영국이 엄니는 지성스럽게 성경 찬송가 가방을 챙겨들고 다녔다. 가끔 영국이 엄니는 윤 목사님을 따라 심방 갈때도 그 가방을 들고 다녔다. “아니 희락이 엄니 어디 가시오?” “나 시방 광주가요!” “오메 오늘 주일인데, 교회가야제 어딜가시요잉!” 영국이 엄니는 걱정스러운듯 영례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희락이가 집에 안들어온단말요! 시방 한열흘 됐써라우!”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늘이 일요일인 줄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쩔수가 없다. 하나님께 죄송한 일이지만, 희락이 생사를 알수 없는 마당에 희락이를 안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영례의 사정이다. “오메! 희락이한테 무신 일이 있소?” “어제 희락이를 찾으러 시내 나갔다가 금남로에서 봉께 어디서 온 군인들인지 군인들이 데모하는 학생들을 막 개패듯 곤봉으로 때리고, 난리가 났어라우! 학생들은 얻어맞고 피흘리고 쓰러지고… 어저께 화평이도 군인들한테 엊어맞고 왔단말요! 뭔세상인지 모르것소잉!” “오메 어째야 쓰끄라우! 그먼 희락이가 잡혀갔쓰끄라우!” “모르것소! 그래서 걱정되서 찾아볼라고 광주가요!” “요새 세상이 무섭소잉! 무신 일이 날라고 그런 모양이요잉! 조심혀서 다녀오시요잉!” 교회 앞에서 영국이 엄니는 영례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갔다오께라우! 어서 교회로 가시요!” 영국이 엄니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고,영례는 월전으로 향했다. 월전을 거쳐서 광주로 나가는 길이다. 월전으로 들어서서 몇집을 지나면 큰집이다. 큰집 앞을 막 지나가려는데 대문이 열리면서 봉주가 나왔다. “아니! 당숙모 이 아침에 어디가시오?” “자네는 어디가는가? 이 아침에?” 봉주도 영례도 깜짝 놀라면서 엉겹결에 인사를 나누었다. “희락이가 한열흘 집에 안들어 와서 찾으러가네!” “당숙모! 조심허시요잉! 시방 온천지가 계엄령에다 경찰들은 비상 걸리고, 세상이 난리날 것 같소! 난리! 난 시방 비상 걸려서 출근허요! 조심허시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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