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진군을 명령하는 듯한 소리였다. 그러자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시민 한 사람이 소리치면서 학생들 틈새로 뛰어들었다.  “보라야! 아빠다!”  영례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까 그 중년 남성이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금새 학생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군인들에게 급하게 밀리는 과정에서 어디론가 휩쓸려 가버린 것이다. 상황은 이렇게 급박했다.  “보라야!”  그 중년남성은 딸이 데모대 속으로 사라지자 실성한 듯 했다. 그리고는 데모대의 숲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영례는 데모대에 끼면 큰일나겠다싶어 보도 위로 나가려고 급히 서둘렀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본의 아니게 데모대에 갇힌 것이다. “오메! 뭔일이당가! 오메! 나 죽것써라우! 나 좀 나갑시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려가듯 진압병력과 데모대에게 떠밀려 금남로 쪽으로 밀려가면서 영례는 소리소리 쳤다. 밟고 넘어지고 밀리는 사이, 고무신 한 짝이 어디론가 벗겨져 사라져버렸다. 영례는 한 짝마저 잃을까 염려해서 한 짝 고무신을 들고 맨발로 쫓겨갔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때리면서 고양이가 쥐를 궁지에 몰듯, 자꾸 금남로 쪽으로 내몰고있는 사이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군인들의 과잉진압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저 싸가지 없는 군바리 놈들 봐! 니그들 시방 몽뎅이로 누구를 때리고 잇는거여? 학생들한테 너무한 것 아니여! 싸가지 없는 놈들!” 어떤 청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배어 나왔다. “뭣 땜시 그러요! 어째야 쓰까잉! 참말로 너무하네잉! 군인들이 학생들을…” 어떤 아주머니도 놀라서 소리 질렀다. 길 가던 시민들이 탄압현장을 보고는 항의한 것이다. 이에 이곳저곳에서 길 가던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학생들 편을 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메 징하네잉! 지 동생 같은 얘들을 개 패듯 허다니! 어느 나라 군대여! 저것들!” “저 사람들 너무 허구만! 이보쇼?” 시민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이 때 부대장인 듯한 군인이 길가에서 동조하는 시민들을 째려보더니 마이크에다 대고는 “시민여러분! 이들은 좌경학생들입니다!” 라고 신경질을 부리면서 말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서너 명의 군인들이 길가에 서있는 시민들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들은 과잉진압에 항의했던 시민 몇 사람에게 곤봉을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이에 타깃이 된 시민 몇 사람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걸음이 빠른 군인들이 삽시간에 따라와 아까 군인들을 맨 처음 질타했던 그 시민을 붙잡고는 사정없이 곤봉을 휘둘러댔다. 그 시민은 어깻죽지에 곤봉을 얻어맞고는 넘어졌다. 달려온 군인들이 연이어 발길로 걷어찼다. 그리고는 등짝이며, 어깻죽지며, 온몸에 곤봉세례를 퍼부었다. 이에 그 시민은 피를 흘리면서 충장로 쪽으로 도망쳤다. 군인들은 더 이상 따라 붙지 않았다.  이때 데모대의 물결 속에서 영례를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보니 딸을 찾아서 데모 물결 속으로 들어왔던 그 중년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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