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대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각기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 많았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따라 가기만 할 뿐 때리거나 잡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이 때였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헬기가 공중에 나타났다. 헬기소리에 영례도 그 중년남성도 데모대들도 놀랐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헬기를 쳐다 보았다. 군용헬기는 전남대학교가 있는 북동쪽에서 날아와 금남로를 한번 선회하더니 조선대학교 쪽으로 날아갔다. “오메! 큰일 나는구먼! 저것은 군용헬기여! 헬기까지 뜨는구먼!” 중년남성이 큰 재앙을 예감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나 영례는 어제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희락이를 빨리 찾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난 시방 유동 쪽으로 가봐야것소! 몸조심허시요잉!” 영례는 중년남성에게 이렇게 작별인사를 한 뒤, 한 짝만 남은 고무신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금남로 전남일보사 앞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때 “당숙모? 어딜 가시요!” 하고 누군가 영례를 뒤에서 불러댔다. 영례가 돌아보니 큰집조카 봉주였다. “아니, 자네 아닌가? 어딜가는가?” “당숙모는 어딜 그리 급하게 뛰어가시오?” “난 시방, 희락이를 찾아서 유동 쪽으로 가네!” 영례가 봉주를 바라보니 봉주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눈은 뱀눈처럼 간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리 분위기도 점점 소란해지고 있었다. 웬일로 시내버스나 택시들이 저렇게 크락션을 울려대는가. 영례는 이상하게 생각 되어졌지만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당숙모! 나랑 같이 갑시다!” “오메! 그래 준다면 고맙네!” 봉주는 앞장서고 영례는 뒤따라갔다. 봉주가 허리에 찬 무전기에서는 끓임 없이 다급한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봉주는 웬일인지 무전기에 응답하지 않았다. 봉주를 따라서 가는 사이, 금남로는 차량통행이 거의 마비되고 있었다. 유동 쪽에서 올라오는 대학생들 때문이었다. “당숙모! 아무래도 당숙모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좋것소! 아무래도 오늘 심상찮은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단말요!” 봉주는 주변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아니단마시! 희락이를 찾아야 허네! 어디가 있쓰까잉!” “희락이가 전남대생들과 같이 있을꺼라고 누가 그럽디까?” “어떤 아저씨가! 그 아저씨도 딸이 대학생인디 집을 나가서…. 데모대에 끼어 있을꺼라고…, 찾으러 나왔다고허대….” “학생이면 공부나 헐 것이지 밥묵고 씰데없이 뭔 데모다요! 나쁜놈들!” 봉주는 욕을 해댔다. 데모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서 나왔는지 공수부대원들이 재빠르게 거리에 진치고 있었다. 데모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저 군인들은 왜 저렇게 서있당가? 무섭네잉!” 영례는 공수부대원들이 진치고 있는 인도를 바라면서 말했다. “…. ….” “어디서온 군인들인가! 어제보니께 바로 요 앞에서 대학생들을 마구 곤봉으로 때리더구만! 동생 같은 학상들을!” “그놈들은 빨갱이놈들이란말요! 김일성이 조탄놈들이란말요!” “어제 화평이와 같이 희락이 찾으러왔다가 그 공수부대들한테 화평도 얻어 맞았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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