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계엄상황이란 말요! 조심혀야지 죽어도 개죽음이지 ‘아야!’ 소리 못해라우!” “…. ….” 영례는 더 이상 봉주와 말을 나눌 수 없었다. 말이 안 통할 뿐 아니라,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최루탄이 터지고 있었다. 데모대가 점점 가까이 오자, 공수부대원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곤봉을 빼어들었다. 등에는 총이 있었다. 독수리가 먹이를 덮치기 전의 모습이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유신잔당을 몰아내자!” “계엄령을 철폐하라!”  데모대는 다가오면서 외쳐댔다. 모든 시선이 데모대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이게 생시인가 꿈인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깃발을 흔들면서 구호를 외치면서 다가오는 데모대 선봉에 선 학생은 분명 희락이었다. “경사님! 저놈이 무등산호랑입니다!” 영례가 놀라는 사이, 봉주 옆으로 어떤 사내가 쏜살같이 다가와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 말에 영례는 봉주와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봉주도 영례와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순간, 봉주와 그 사내가 희락이를 향해 데모대에 뛰어들었다. 영례도 희락이를 보자마자 데모대에 뛰어들었다. “희락아! 너 뭣하냐? 시방? 어서 도망쳐라!” 영례가 상황을 판단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희락이는 봉주와 또 다른 형사가 자신을 덮치려고 쏜살같이 달려드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짭새 떴다! 무등산을 엄호하라!” 데모대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소리와 동시에 봉주와 또 다른 형사가 희락이를 덮쳤다. 그러나 희락이는 잽싸게 학생들 뒤로 사라져버렸다. 학생들이 봉주와 또 다른 형사의 진로를 막았다. 봉주와 또 다른 형사는 움찔했다. “오메! 자네 뭔일인가? 희락이를 잡아 갈라고 나를 따라왔는가? 뭔일이당가잉! 집안사람들끼리! 희락아! 아이 희락아!” 영례는 봉주의 돌변에 놀랐다. 간이 벌래벌래했다. 가슴이 쿵당쿵당 도리질 쳤다. 영례는 봉주문제보다는 희락이를 찾는 문제가 급선무였다. 영례는 대학생들을 뚫고 들어가서 희락이를 찾으려 했다. “쫌 비켜주시요잉! 학상들! 우리 아들 찾아야 한단 말이요! 나 좀 들어가게 해주시요잉!” 영례는 통사정을 해댔다. 그러나 영례의 소리는 학생들의 구호외치는 소리와 공수부대원들의 함성소리에 묻혀지고 말았다. 영례는 보았다.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을 꼬나들고 대학생들을 개 패듯 때리는 광경을 또다시 보았다. 공수부대는 무차별로 학생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학생들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스팔트에는 학생들이 흘린 붉은 피가 뿌려졌다. 어떤 학생은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머리가 터져서 붉은 피가 아스팔트바닥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를 보자 모두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영례가 둘러보니, 봉주도, 또 다른 형사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밀리는 학생들 틈에서 영례는 한 짝 고무신마저 놓쳐버렸다.  이제는 맨발이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지 죽겠다. 하고 통로를 찾고있었다. 그때  “이 아주머니가! 겁도 없이! 빨리 안 나가?”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공수부대의 곤봉이 영례의 어깨에 날아들었다. “아이고 엄니! 나 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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