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례는 화평이가 이렇게 겁이 많은가 생각했다. 원래 화평이는 겁이 없는 당돌한 아이였다. 그런데 변했다. 희락이가 변한 것처럼, 봉주가 변한 것처럼 화평이도 변했고, 영례자신도 변했다.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인가. 영례와 화평이는 돌고개에서 유덕동 가는 시내버스를 갈아탔다. 시내버스 안은 조용했지만, 시내 곳곳이 어쩐지 살벌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버스가 북동쪽으로 진입하면서 매운 연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최루탄이 터지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렸다. 이때 운전사가 승객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오메! 오늘은 아침부터 난리네잉! 더이상 못가것소! 여그서 내닐라믄 내리쑈잉! 나는 돌아갈라요! 오늘 큰일 나것소!” “오메! 어째야 쓰꺼나잉! 화평아, 빨리내리자잉! 빨리 가서 니형 찾아보자!” 버스 운전기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영례는 제일 먼저 출입문으로 뛰쳐 나가면서 뒤좌석에 앉아있던 화평이를 불렀다. 운전기사의 말에 승객들은 저마다 웅성웅성거렸다. “아저씨! 더 못가것소? 뭔일 났소?” “아따 빨리 내리랑께!” “아, 아짐씨!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어라우! 시방 난리 났당께라우! 저 최류탄까스 연기 좀 보시요!” “오메! 어째야 쓰꺼나!”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영례는 민첩했다. 이미 엊그제 겪었던 일들을 반복해서 겪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임동 분위기는 어제의 금남로 분위기보다 훨씬 살벌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임동네거리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니까 공수부대들과 학생들이 길가에서 서로 떼지어 진치고 있었다. 거기에 차량들과 시민들까지 엉켜있는 모습이 보여왔다. “빨리 가보자!” 영례는 겁없이 화평이를 이끌었다. 영례의 모습은 마치 불나비 같았다. 불나비는 불을 좇아간다. 좇아가서 불에 자신을 던진다. “엄니! 조심해야 한당께! 잘못하다가는 잡혀가!” 영례의 무모함을 화평이는 이런 말로 저지했다. 그러나 영례는 희락이를 찾는 일에 무슨 두려움이 있으랴였다. 저돌적이었다. 무모함 그 자체였다. “타도하자! 유신잔당!” “전두환을 몰아내자!” “계엄령을 철폐하라!” 대학생들은 소리치고 있었다. 거기에 길가던 시민들까지 합세하고 있었다. 동네상점주인들, 마을사람들까지 엉켜있는 것이다. 영례는 살벌한 대치현장으로 마치 비호같이 뛰어들었다. 공수부대들은 최루탄을 쏘면서 한편으로는 대열에서 이탈된 학생들이나, 시민들을 만나면 무조건 곤봉으로 닥치는대로 때리고 있었다. 오늘의 전투는 어제와는 달랐다. 어제 금남로에서는 대학생들이 피를 보고 후퇴했지만, 오늘 임동, 누문동에서 공수부대와 대치하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누가없소! 저 피 흘리는 사람을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실어가시요! 사람이 죽어가요! 누구없소?”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