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는 무자비한 공수부대에 맞설 마땅한 무기가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보도블럭을 깨트려 그것을 무기 삼아 던지면서 항거하는 것이다. 그 흔한 화염병조차도 없었다. 길가의 보도블럭은 죄다 파헤쳐졌다. 보도블럭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유일한 방어수단이었고, 무기였다.  “유신 잔당 몰아내자!”  “광주애국시민들이여, 공수부대를 몰아냅시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소리치고 있었다. 얼마나 소리쳤는지 학생들의 목은 쉬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영례는 순간, 어제 금남로에서 희락이가 대학생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전진해오던 것을 기억해냈다. 알 수 없는 노랫가사였다. 그러나 그 노래에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었다. 마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의 노랫소리 같았다.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었다  “가자! 저 노랫소리 들려오는 곳으로!”  영례는 화평이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잽싸게 데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불나비였다. 저돌적이였다. 화평이도 영례의 안위가 걱정되어 엉겹결에 데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엄니! 잘못하다는 죽는당께!”  “희락이가 쩌기 있당께!”  두 사람은 쇠붙이가 자석에 빨려가듯,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학생여러분!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법 질서를 유린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체포할 것입니다!어서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계엄군이 선무방송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례는 마이크 소리 나는 쪽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계엄군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시위에 가담한 시민들과 학생들을 체포해서 군용트럭에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데모대 함성에 그들의 마이크 소리도 큰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아짐씨 아니시요!”  누군가가 소리치기에 바라보니 대학생 딸을 찾으러 다니던 그 중년 남자였다.  “오메! 안녕하신그라우?”  영례도 인사를 했다. 대학생 딸을 찾으러 다닌다는 그 중년 남자는 세수도 안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수염도 깍지 않아서 산적 같이 보였다.  “공수부대들 조심허시요! 붙잡히면 맞아죽거나 체포요! 참말로 공수부대 놈들! 쥐약 먹었제! 쥐약 안처묵었다믄 어찌께 인두겁을 쓰고 그랄 수 있것소! 지나가는 처녀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갓고 빨가 벗겨 놓고 희롱하지않나… 반나체가 된 그 처녀에게 옷을 갖다가 주려는 어떤 남자를 곤봉으로 때리면서 체포해 가지않나… 길거리를 지나가는 고등학생 머리통을 때려서 그 자리에서 개구리처럼 발발 사지를 떨면서 죽게하지않나… 임신한 여인을 군화발로 차서 실신시키지않나… 이놈의 군대가 시방 미쳤당께라우. 환장했당께라우!”  “아저씨! 위험하니께 여기 있으시오. 인의 장막 안이 더 안전하단말요!”  영례는 시위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희락이를 찾기위해서 였지만 들어와보니 거리에 있는 것 보다는 더 안전한 것 같았다. 공수부대원들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대검으로 찔러 죽이고, 곤봉으로 때려죽이고, 또 그들의 만행을 항의하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체포해가는 판에 사람 숲으로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시위대 안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정오가 되면서부터 시민들이 파이프와 몽둥이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공수부대의 만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오후가 되면서 더 많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쇠파이프와 뭉동이로 무장한 일단의 시민들은 대학생들 보다 더 분노심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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