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것 보니께 하늘이 노했구만이라우!” 영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늘님이 있다믄 저 공수부대 놈들 벼락이나 때렸으면 좋것소!” 중년사내도 영례의 말을 거들었다. “…” 이 때였다. 갑자기 전남일보사 앞길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몰려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례와 중년남자가 동시에 그 광경을 봤다. 공수부대가 어떤 젊은 여자를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외신기자가 비호같이 사건현장으로 뛰어나갔다.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덮칠 때의 모습 같았다. 이에 중년남자도 뒤따랐다. 영례도 엉겁결에 뒤따라갔다. 경찰병력과 공수부대가 학생들과 시민들을 포위하면서 압박해오는 틈바구니에서 벌어진일이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영례는 이미 외신기자에게나 중년남성에게나 대학생들에게 겁 없는 아주머니였다. 젊음여자의 복부를 군화발로 걷어찬 공수부대는 그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다시 한번 복부에 발길질을 해댔다. 공수부대의 발길질에 젊은 여인은 실신한 듯 사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요! 이 여자는 임신 중이란 말이요!” “저놈이 사람이야! 악마지!” “저놈들 눈 좀 봐! 호랭이 눈깔이여!” 시민들이 두어 사람이 소리쳤다. 그러자 공수부대는 저항하는 두 사람의 시민을 향해서 총을 들어댔다. “반항하면 누구든지 죽여 버리겠어! 죽고 싶어!” 이때 외신기자는 실신한 여자를 질질 끌고 가는 공수부대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에 옆에 있던 공수부대가 이 모습을 보고는  “이놈의 새끼가!” 라고 하면서 외신기자의 카메라를 잡아챘다. 공수부대 하나는 곤봉으로 외신기자의 어깻죽지를 사정없이 찍어 내렸다. 외신기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카메라를 빼앗은 공수부대는 그것을 여지없이 아스팔트바닥에 내팽개쳤다. 순식간에 카메라가 박살이 났다. 박살난 카메라에서 필름이 나오자 공수부대는 그것을 미친년 널뛰듯 발로 몇 차례나 밟아버렸다 “oh! no! oh! no!…” 외신기자는 연거푸 금남로 길바닥에 쓰러진 채로 탄식했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민들은 외신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공수부대 때문에 분노가 폭발한 것만은 아니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임신 중인 젊은 여인의 복부를 걷어차고 또 걷어차는 것을 보고서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은 너도나도 길가 보도 불럭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민들이 무섭게 변하는 순간이다. “저런 후레자식이 있당가!” “오메! 저런 싸가지 없는 공수 놈들이!” “오메! 저것들이 사람이다요 짐생이다요! 애 밴 여자를 요로크롬 만들어 놓다니! 이 나쁜 놈들아 니그들은 누님도 없냐! 엄니도 없냐! 짐생 같은 놈들아!” 시민들은 저마다 분노하면서 한마디씩 내뱉으면서 보도 불럭을 뜯어내서 조각난 보도 불럭을 공수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공수들 몇 놈이 뒤통수에 돌을 맞고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피를 본 공수들은 돌아서 반격해왔다. 짐승들처럼 날뛰면서 인도에까지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곤봉을 휘둘러댔다. 그러자 시민들이 물러서는 듯 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다시 돌을 던지면서 맞섰다. 그러자 공수들은 주력주대가 진치고 있는 곳까지 다시 도망쳐갔다. 밀고 밀리는 난타전이었다. 사방에서 이런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역사의 현장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영례는 비를 맞으면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적극가담하고 있었다. 중년남자와 대학생들과 같이 부상당한 외신기자를 전남일보사 건물 옆 오토바이가게로 옮기는 데까지 따라갔다. 오토바이가게에는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공수부대에게 부상당한 시민들을 병원으로 실어가달라고 전화로 긴급요청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사태현장을 심각한 표정으로 관망하는 사람들이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