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가스 냄새가 친지를 진동하고, 시민들이 던진 돌과 막대기가 길가사방에 널부러져 있었다. “타도하자 유신잔당!” “시민을 학살하는 계엄군은 물러가라!” “광주시민들이여 총궐기합시다! 일어납시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군경과 맞서고 있었다. 영례는 저지선 앞, 시민들 선봉대가 있는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위험천만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영례의 손을 잡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돌아보니 봉주였다. 봉주 옆에는 몇 명의 사내들이 시민들과 학생들의 동태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일제 강점기 때 조선 사람들을 감시하던 순사같이 느껴졌다. “놔라 요것! 난 총이고 칼이고 인자 안 무섭다!” “당숙모! 정신차리쇼잉! 개죽음 헐라고 그러요!” “찾아야것다! 희락이도 찾고, 화평이도 찾어야것다!” “허어! 인자 당숙모까지 물들었구만으라우! 시방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들이 시민들을 담보로 폭동을 일으키고 있단말이요! 당숙모까지 빨갱이로 몰리고 싶소?”  봉주는 험악한 말을 여과 없이 마구 내뱉었다. “정직한 내 아들을 병신 만들고 죄없는 시민들을 죽이고 있는 경찰 군인 놈들이 빨갱이지 누가 빨갱이냐? 옛날에 보니까 인민군놈들이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을 많이 죽이더라!” 영례도 지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거대한 행렬 속으로 뛰어들어 가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봉주 옆에 붙어있던 한 사내가 영례를 붙잡았다. “앗따 아짐씨! 여그 있으믄 안되어라우! 후딱 집으로 가쇼잉!” “아 이거 노시요잉! 내 아들이 쩌기 쩌 속에 있단말요!” “아니 가란말이요! 안가면 잡아가요잉!” “잡아가시요잉! 난 인제 아무도 안 무섭소!” 이렇게 옥신각신 하는 사이, 상황이 다시 변했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봉주도, 사복형사들도, 길 가던 사람들도, 공수부대와 경찰들도 시선을 노래 부르는 곳으로 돌렸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음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황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합창은 마치 천둥이 울리는 소리 같았다. 아니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 것같이 우렁차게 들렸다. 노래의 힘은 대단했다. 길 가던 사람들까지도 시위대열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소문에 소문을 듣고 계속해서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장마에 물이 불어나듯 점점 시위대는 불어나고 있었다.  영례는 노랫소리를 듣고 흥분되었다. 심청이가 임당수 바다에 뛰어들 듯 살벌한 시위현장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사인해를 이루고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서 길이 없었다. 전진할 수도 없었다. 뒤로 후퇴도 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와!” “와!” 정체모를 함성이 들려왔다. 영례가 보니까 시민들과 학생들이 몇 발자국 전진하면서 내지른 소리였다. 아까는 트럭 타고 온 수많은 공수들에 의해서 고양이 앞에 쥐처럼 내몰리던 시민들과 학생들이 노랫소리에 힘을 얻고는 몇 발자국 전진한 것이다. 그러나 몇 발자국 후퇴하던 공수들과 경찰들이 이내 최루탄과 함께 소방수를 뿌려댔다. “펑! 펑! 펑!” 최루탄이 터지면서 고약한 냄새가 천지를 또다시 진동했다. 그들은 소방차와 페퍼포그차량과 장갑차를 앞 세워서 앞으로 전진해왔다. 그러자 시민들과 학생들이 움찔하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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