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교회의 모태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둘러싼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애견 묘지도…이것이 공동관리인가”

 
20년 간 곁에 살면서 무질서함 안타까웠다

기소, 독립교회에 장로교 잣대 “맞지 않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관리 권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양화진 관리를 맡아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교회) 담임 이재철 목사(사진)를 만났다.

이 목사는 “내가 이곳을 지키는 이유는 단 하나, 주님께서 주신 소명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생각이나 어려움으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양화진 사태에 대한 입장은.

-양화진 곁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들었던 생각은 “참 무질서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와 보면 유명한 목사님의 기념비가 서 있고, 목숨 바쳐 한국에 복음을 전했던 선교사님들의 비석에 앉거나 묘지 위에 서서 단체사진을 찍고, 심지어는 애견 유골을 몰래 안장하는 등 너무도 심각한 상황들을 목격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제재하지 않았고 한국교회가 소중하게 여기는 유산이 이처럼 홀대받는 것이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이런 무질서를 바로잡으려면 바람이 많이 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큰 풍파가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의도적으로 음해하려는 쪽에서는 제가 양화진을 호시탐탐 양화진을 노렸다거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들을 유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제네바에서 목회를 마친 후 더 이상 목회를 하지 않기로 정한 저를 찾아온 것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100주년협의회) 어르신들이었다.

당시 부이사장이었던 정진경 목사님, 상임이사 강병훈 목사님, 사무총장 김경래 장로님을 비롯해 다섯 분이 찾아와 양화진 관리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셨다. 고사의 뜻을 밝혔지만 재차 찾아오셨고 그분들의 눈물을 보는 순간 주님의 소명을 느꼈다.

4년 간 온갖 모함에 시달리면서도 이곳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유 역시 주님께서 주신 소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00주년교회가 양화진을 독점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교회에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화진 문제는 서울유니온교회가 자신들의 예배처소를 빼앗았다며 100주년교회를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서울유니온교회가 묘지 38기를 선매한 것이 드러났고 100주년협의회는 더 이상 서울유니온교회에 양화진 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100주년교회를 세운 것이다.

또한 서울유니온교회 선교사 후손분들 중에는 여전히 자신들도 양화진에 묻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화진은 1965년부터 도시공원화 됐고 2000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발표'로 `묘지설치제한지역'이 되었다. 우리가 안 된다고 고집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법으로 금하고 있고, 양화진 관리를 맡은 이상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키는 것일 뿐이다.

양화진을 과거처럼 한국교회의 공동 유산으로 되돌려 놓으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묘지를 불법으로 판매하고, 단체관광객으로 인해 훼손되고, 유명한 목사님의 기념비를 세우고… 과거 양화진은 그야말로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이것이 공동유산 관리인가? 100주년기념교회가 세워지면서 비로소 한국교회 공동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모함 당하면서 목사로서 환멸과 소명을 동시에 느꼈다. 지금까지의 서울유니온교회 고소 기각에 대해 100주년교회에서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다움과 목사다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통합교단에서는 서울유니온교회의 주장만을 듣고 움직이는 것 같아 아쉽다.

▲최근 통합 교단을 탈퇴하신 것으로 안다. 통합 측에서는 목사님을 기소한 상태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지난 16일 통합 측 서울서노회 기소위원회의 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았다. 이미 6월 26일에 탈퇴의사를 밝힌 상태였지만 교단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여겨 참석했다. 피고발인으로서 진술이나 변론도 없이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공식 조사는 10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앞으로는 교단의 어떤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소 건은 100주년교회의 정관 문제가 핵심이 아니고 통합교단에 소속된 목사가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위법이냐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100주년교회는 20개 교단이 함께 하는 100주년협의회의 연합정신에 걸맞게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은 연합교회로 세우기 위해 독립교회로 존재하고 있다. 100주년교회 교역자들도 교단 배경이 다양하다. 100주년교회는 누가 담임을 맡더라도 자신의 교단 배경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단을 탈퇴한 이유는 교단에 소속돼 있는 목사로서 100주년교회를 목회하는 것을 교단에서 불편해했고, 특정교단에 소속한 목사로서 100주년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교회나 협의회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양화진 관리 어떻게 되고 있나?

-묘역 안내팀과 묘역 가꿈팀, 홍보관 홀 안내팀, 식사 봉사팀 등이 100주년교회 성도들로 구성돼 있어 참배객들이 오면 안내를 한다. 2006년 12월부터 2009년까지 11만 6천명이 양화진을 다녀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00여 명이 봉사한다.

각 구역마다 묘역이 배정돼 있어 수시로 풀을 뽑고 비석을 닦는다. 봄, 가을에는 한 차례씩 전교인 참여로 묘지 정비를 실시한다. 묘지 관리비용은 100% 교회에서 부담하고 협의회에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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