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방치돼 보살핌 못받는 아이들, 미래의 꿈 역할 감당케
다문화 이주여성들에도 큰 힘…직원 모두 지역서 충원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에 위치한 화산지역아동센터. 4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체계적으로 아이들과 마을을 섬기고 심지어 오랜 기간 지역아동센터를 담당해온 `부스러기 사랑나눔'에서 시설장들을 데리고 참관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지역아동센터 평가제 준비로 몸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오 목사와의 대화 속에서 그 해답을 엿 볼 수 있었다.

화산면 아이들이 차별 없는 교육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성장해 농촌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고 이들이 성장해 가정과 마을이 살리며 이곳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길 소원하는 마음으로 매진하고 있는 삶의 이야기 속에 교회와 목회자가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편집자 주〉


# 술, 폭력에 방치된 아이들


4년 전 화산초등학교 앞에서 지민(가명), 지영(가명) 자매를 처음 봤을 때 오 목사는 그들이 집 없는 아이들로 생각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얇은 옷을 입고 다니고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심하게 외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자매에게는 부모와 집이 없는 게 아닌 아버지의 심각한 알콜 중독이 문제였다.

몇일 후 두 아이의 집을 방문한 오 목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엌과 화장실은 한 공간에 있었으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난방은 되지 않았고, 그저 전기장판 한 장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을 먹으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 일수 였고,마을 주민들과의 잦은 폭력은 아이들에게 불안과 심각한 상처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이 지민이와 지영이만이 아니라는 것이 오 목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한 부모 가정인 민수(가명), 부모의 맞벌이로 할머니의 손에 자라야 하는 민중이(가명),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언어체계가 형성되지 않아 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학습장애를 지니고 있는 준수(가명)까지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후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했고, 현재는 아이들의 학습뿐만 아니라 신앙, 인성까지 교육하고 있다. 4년 전 처음 만난 첫째 지민이는 중학교에 진급해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화산지역 미녀로 통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굿네이버스와 연계해 지민이의 집을 깨끗이 고쳐주어 안락한 생활환경도 제공했다.

현재 화산지역아동센터는 49명의 정회원 아이들(매일 아동센터에 오는 아이들)과 틈틈이 방문하는 아이들을 포함해 70여명의 아이들이 이 곳에서 꿈과 신앙을 키워가고 있다.


# 도시 못지않은 편견과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오 목사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가지고 있는 큰 고민이 아이들의 자존감회복이다. 농촌도 도시 못지않게 아이들이 경험하는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화산지역에 자율중학교인 화산중학교가 있어요. 자율중학교다보니 외지에서 들어온 학생들이 절반 이상인데 이 아이들과 저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의 학습 성취 능력 차이가 큽니다. 도시에서 들어온 아이 중 심지어는 벌써 토플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니 말 다 한거죠.”

오 목사와 이 학교 교장선생님은 이러한 문제점을 공감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큰 기도제목이라 말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학교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아이들의 취학과목인 수학과 영어교육을 위해 전문교사와 원어민을 초빙해 교육시켰고, 아이들도 도시의 아이들과 동일한 질적 수업을 경험하며 그 폭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또한 초기에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 문제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딱지가 지역아동센터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오 목사는 이 말에 기죽지 않고 농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수업들을 지역사회 및 대학과 연계해 개설하였다. 반응은 폭팔적.


         올여름 동수원교회 봉사자들과 함께 꾸민 지역아동센터 외벽  ⓒ들소리신문

이를 통해 현재는 수급권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아이들도 지역아동센터를 나오며 다양한 수업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서로간의 만남과 이해의 폭 그리고 편견을 줄여가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오 목사는 “하나님이 세상에 아이들을 세상에 보낼 때 누구는 예쁘다고 좋은 집에 보내고 누구는 사정이 어려운 집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세상의 구조가 아이들을 갈라놓았기에, 이 간극을 좁히는 일도 교회와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큰 사명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 경쟁보다는 상생


재미있는 사실은 화산지역아동센터에는 오 목사와 남편인 안재학 목사가 시무중인 석천교회 아이들은 5명도 안된다. 대부분이 면 소재지에 있는 화산교회 아이들이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이 아이들을 석천교회로 `수평이동 시키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역아동센터가 처음에는 석천교회를 중심으로 이곳이 운영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은 `마을 전체를 제자의 마음으로 섬긴다는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뜻을 실천하기 위해 화산교회에서 여름캠프를 진행하면 아동센터 아이들 전체를 교회 캠프에 참석시키고,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일이 생기면 화산교회와 먼저 조율해 선물이 겹치거나 불필요한 선물이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일을 막고 있다.


# 아이들을 넘어 마을전체를 섬기며


화산지역아동센터는 화산초등학교 졸업식 때가 되면 모든 졸업생에게 선물을 한다. 이 마을에서 건강하게 자란 것을 축하해 주기 위함이다. 작년에는 아이들에게 돗자리를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을 넘어 마을 전체를 섬기기 위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다문화센터도 운영한다. 타국에서 입국해 생소한 문화 및 언어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이 화산지역에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글교실, 독서활동, 컴퓨터교실, 한국음식 가르치기, 직업알선 등도 병행한다.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점점 증가하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지역사회 내 협력기관과 연계해 이주여성들의 나라와 문화에 대한 강의와 체험학습도 진행한다.

그리고 화산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담당하고 있다. 상근직원부터 비 상근직원까지 모든 일을 마을 주민들이 도맡아 하는데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아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을 넘어 마을을 섬기는 이유에 대해 오 목사는 “주께서 명하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적인 생활에 살다가 농촌에 들어와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겪었지만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주께서 이곳에 보낸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고 고백 했다.

오 목사는 마지막으로 “많은 교회들이 지역아동센터를 하고 있는데 이 사역이 아이들의 숫자를 늘리는 목적 보다는 길고 넓은 안목으로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키우는 쪽에 목적을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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