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을 위한 한국교회 사역의 역할과 과제는?
박스로 지어진 집에서 겨울을 나는 노숙인에게 최소한의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교회의 노력이 절실하다.ⓒ들소리신문
한국교회가 사회를 향한 사랑 실천과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봉사활동은 그리스도의 사랑실천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에 교회들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복지 차원의 봉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노숙인을 위한 섬김도 한국교회가 열심을 내는 부분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인 노숙인 들을 위한 식사봉사는 이제 교회 안에서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부분은 한국사회 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임에 분명하지만, 한국교회의 영향력을 본다면 이제 노숙인을 위한 섬김에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그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숙인의 자활과 자립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며, 해가 갈수록 노숙인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숙인 지원 실무자들 46% 주거공간 필요 절실
지난 3월 한국교회봉사단에서 조사한 ‘전국 노숙인 실태와 과제’에서 전국 67개 쉼터와 11개 상담보호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7년 이후 노숙인의 숫자는 4,544명에서 5,436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운영위원장 이용권)'는 노숙인의 증가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노숙인이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노숙인의 경우 불우한 가정에서 출생해 정상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취업을 하거나 가출해 생활하며 저임금 및 비정규직이나 일일 고용직으로 일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거리가 급감하면서 노숙인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엔 쪽방이나 월세방과 같은 열악하지만 주거의 공간을 지니고 있던 극빈자들이 경제적 위기로 인해 가지고 있던 주거 공간마저 사라지게 했고 이들을 길거리로 내 몰아 노숙인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일시적 주거공간과 일자리를 제공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하며 “장기간의 불안정 생활과 돌아갈 공동체가 없다는 생각에 실패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쉴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각각의 특성에 맞춘 상담과 치료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의 언급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숙인의 생활공간 마련 및 건강한 자아 형성 및 자존감 회복은 한국교회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한국교회에서 감당하는 쉼터나 기관들이 다른 종교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전국 98개의 쉼터, 상담보호센터, 쪽방상담소 가운데 기독교는 전제의 62.8%인 54개를 운영하고 있고, 운영이 힘든 곳은 물품 후원방법으로 도움을 나누고 있었고, 프로그램 제공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불교는 8곳, 천주교는 5곳, 기타 19곳으로 조사됐다(2009년 한국교회봉사단이 조사한 `전국 노숙인 실태와 과제').
그런데 조사결과 중 흥미로운 사실은 기관을 운영하는 교회의 교인 수를 보니 100여 명 미만의 교회가 53.8%, 100∼300명 미만인 교회가 38.5%로 전체의 92.3%를 차지했고, 1,000명 이상의 교회는 단 1곳으로 전체의 2.6%로 조사됐다. 이는 인적, 물적 자원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형 교회들 위주로 노숙인 복지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재정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근본대책, 지역의 소·중·대 교회 연합으로 가능
이는 대형교회들에게는 스스로 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부분이며, 지역의 소규모 교회들에게는 좋은 선교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은 “노숙인의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는 주거 공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의 실무자들도 교회나 종교기관이 노숙인 주거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에 46%가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렇다면, 열악한 재정문제와 사회적 요구와의 갈등 속에 교회는 어떤 합의점을 찾아야 할까. 이에 대해 햇살보금자리 박철수 간사는 비영리 고시원과 인력사무소 차량봉사를 제안했다.
박 간사는 “교회들의 식사봉사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 일이 도리어 노숙인들 스스로를 먹을 것에 길들여지게 한다”며 “밥을 주는 차원을 넘어 수익을 늘리고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하루 이틀이면 주거 공간을 잃게 될 노숙인들에게 교회들이 비영리 고시원을 제공하면 그들의 수익구조를 늘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형교회들의 주거지원 사업 참여를 제안할 수 있다. 노숙 문제의 큰 축이 주거 빈곤 문제이기 때문에 대형교회들이 직접 주택을 구입하여 노숙인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제공하고 관리하는 주거지원 모델을 마련이 절실하다. 이봉재 교수(서울신대)는 “중소형교회들은 개 교회가 강당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형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물적 자원을 활용할 때 긍정적인 선교의 길이 제시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일을 위해 교회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선교와 전도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교회들은 노숙인 지원 사업을 전도와 적극적으로 병행하지만, 노숙인은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들어가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의무적 종교 활동'으로 꼽았다. 이는 기독교 복지선교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된 결과로 보이며, 교회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숙인의 필요를 중심으로 한 선교를 진행하고, 조급한 마음에서 해방된다면 양적인 증가는 더딜지 모르지만, 질적인 성장이 한국교회 안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그리스도의 사랑이 노숙인의 마음을 녹일 적기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