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회원교단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지적


지난 9∼14일까지 할렐루야교회에서 열린 WEA 국제이사회와 실무자회의에 참석키 위해 방한한 제프 터니클립 사무총장(오른쪽)과 회장인 김상복 목사가 기자회견 하는 모습.ⓒ들소리신문


이단 의혹 제기된 장재형 목사 북미이사 참여 논란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유치를 반대하는 차원에서 몇몇 교단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유치가 추진되고 있지만 준비 없는 밀이붙이기 식은 오히려 연합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WEA 가입 6개월 만에 총회 유치?


WEA는 163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기구로서 세계적 기구 109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WCC, 가톨릭과 함께 세계3대 기독교 기구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WEA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WCC에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등 4개 교단이 꾸준히 회원으로 활동해 온 것과 달리 WEA는 한국교회에 그리 익숙한 기구가 아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한복협)가 81년부터 WEA 계열로 아시아복음주의협의회(AEF)에 참여해 왔고 김상복 목사가(할렐루야교회) 한복협 멤버로 AEF 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08년 WEA 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한복협의 경우 다른 나라가 교단 연합체로 꾸려진 데 반해 목회자들이나 단체에서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참여는 올 6월 한기총이 정식으로 회원 가입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가입 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고 WEA에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총회 유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WEA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확보되지 못한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14일까지 할렐루야교회에서 열린 WEA 국제이사회와 실무자회의와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드러났다.

복음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교회에 WCC에 비해 WEA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김상복 회장은 “한복협도 아시아복음주의협의회에 속해 있었고 그동안 WEA가 한국과 직접 관계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국제위원으로 참여한 적도 없었다”며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 이단 조사 중인 장재형 목사가 WEA 이사인 이유

이렇듯 한국교회와의 연계성이 미비한 WEA인데 예장통합과 예장합신 지난 9월 총회에서 이단의혹이 제기돼 경계대상으로 분류됐으며 한기총에서도 이단성을 조사 중인 장재형 목사(David Jang)가 2007년부터 북미협의회 이사로 참여해 온 것으로 드러나 의문을 더했다.

장재형 목사는 한복협 멤버도 아니기에 한국교회와 연계되어 WEA에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WEA는 각 국가별로 대표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고 이는 대륙별로 조직을 갖추는데 북미협의회는 WEA로서는 가장 활동적일뿐 아니라 논의구조에서도 많은 영향을 발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무총장에 연임되어 5년간의 임기가 연장된 제프 터니클립 사무총장 역시 북미협의회에 속한 인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 목사가 WEA에 참여하게 된 경위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장 목사가 북미 이사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상복 회장은 “그분을 잘 모르고 회장이 되고 보니 이미 북미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며 난색을 표했고, 터니클립 사무총장도 “WEA에 속하려면 반드시 복음주의 신앙고백을 분명히 해야 하고 그 신앙고백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장재형 목사도 동일하게 복음주의 서약을 분명히 했기에 관계가 된 것”이라며 “기구를 대표해서 온 것이 아니고 개인자격으로 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상복 회장이 “WEA 조직은 대륙별, 국가별, 사역위원회로 되어 있는데 이번 국제회의에서 교단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결의됐다”고 밝힌 것에 따르자면 개인자격의 참여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WEA에는 장재형 목사가 설립한 예수청년회(Young Disciples of Jesus)를 비롯해 그가 관계된 단체들이 ‘Associate Member’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복협 회장 김명혁 목사도 “장재형 목사가 북미이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단체들이 WEA에 참여한 것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재형 목사는 한복협 멤버가 아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사람도 이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뿐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 WCC 반대 차원의 WEA 총회 유치, 우려

WEA 총회 장소 결정은 대체로 총회가 있기 3년 전쯤 되어졌기에 총회 개최지 선정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한기총이 유일하게 요청서를 서둘러 접수한 상태다. WEA는 할렐루야교회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총회 장소 문제를 논의키로 했으며, “내년 초쯤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WEA 총회 유치 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교회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협의 없이 서두르는 것은 오히려 연합을 깨는 처사라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기총 회원교단의 한 인사는 “국제적 네트웍인 WEA 총회 유치를 한다면 먼저 한기총 회원교단 간의 협의를 이뤄야 하고 신학위원회의 논의를 거치는 등 철저한 준비절차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몇몇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간다면 유치를 이뤄내더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복협 김명혁 회장도 “WCC와 WEA 총회 유치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상당히 불행한 일”이라며 “WCC를 반대하기 위해서 WEA 총회를 유치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국교회가 모르는 WEA 총회를 어떻게 한국에서 개최하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WEA의 총회 유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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