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헌 이성순 화백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탄생의 별

                                                                       나아브라함 / 작가


세상의 모든 소돔으로부터
모든 고모라로부터
모든 폼페이로부터
올라오는 유황의 연기
치욕과 불결의 먼지 그리고 치명(致命)의 재

이제 이 행성(行星)의 대기는 구제불능이다.
이제 여기서는 그 무엇도 숨 쉴 수 없다.
눈빛도 언어도
역사책도 지리책도
강철도 유성(流星)도
모든 지혜자의 침묵도
그리고 벌써 철을 넘긴 철새들이
비상의 날개를 펴지 못하고
또 이 불길한 밤의 냉기 속에서
바람마저 검은 석회(石灰)로 낙하하거니
온갖 기성(奇聲)으로 짝을 부르는
암컷들의 마지막 비린내조차
실어다 주지 못한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목적지와 종착역은….


울지 말라, 울어도 소용이 없다
고함치지 말라, 고함쳐도 소용이 없다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나중.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고.
그런데 누구들인가.
한 모금의 물 찾지 못해 오래 전에 마른 뼈로 쓰러진
저 흰 양 검은 양의 주검들조차 아랑곳없이
비틀거리며 고꾸라지며 광야를 위태롭게 걷는 저들.


곡식자루 하나 없는 빈 손, 빈 막대기의 목자들인가.
아니면 기아로 죽고 에이즈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 영혼들인가.
그리고 비틀거리는 저들의 머리 위
비로소
희미하게 희미하게 반짝이는 작은 점 하나
먼 곳의 호롱불인가 아니면 환영(幻影)
아니면 정말 천상의 별인가
조난 신호인가 최후의 구조 신호인가
응답인가 거절인가
숨을 거두는 중인가 기를 쓰며 살아나는 중인가


그러나 형제여 이제 그대는 그래도 기억하라
저쪽 어둠 정말 가장 깊은 곳
철벽의 밀폐, 철벽의 질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치며
저 혼자 바스라지고 저 혼자 깨어지는
저 작은 별이 바로 그 탄생의 별이라는 것을.


어쩌면 살던 집 문을 닫고 떠난 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우리 모두가
그토록 초라하게 만들
그 탄생의 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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