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서의 선교현장 돋보기(5)

대외적으로는 유화 제스처

내부적으로는 기독교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하면서도 베트남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종교탄압국가로 낙인찍힌다면 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서 복음주의 최대 교단인 베트남복음교회의 교단 결성과 총회개최를 허용한 것도 대외적인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또 카이 베트남 총리는 교단으로 공식 출범한 베트남 복음교회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당과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총리의 언질과 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회에서 기독교 선교와 신앙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으며, 중서부 지역 소수 민족과 교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베트남의 신앙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변인은 아마도 미국이 될 것 같다. 미국 국무성은 해마다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의 리스트를 발표하고 이를 외교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때로는 가장 극심한 억압 국가들을 지칭하는 특별감시국가 명단에 포함되기도 한다. 만일 특별감시국가 명단에 포함되면 교역 중단 혹은 축소 등 적지 않은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이 명단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항상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된다.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국제무대의 중심에 접근하고 활발한 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베트남의 열망과 이를 지렛대로 이용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적절한 압력, 개방될수록 성숙해질 베트남인들의 민주의식 등이 맞물려 베트남의 종교 상황은 서서히 진전될 것으로 추측된다.


몰수된 교회의 자산 반환문제로 갈등

북베트남은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남베트남은 1975년부터 공산화되었다. 개방정책이 실시되면서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양쪽 모두 공산화 되면서 대부분의 교회는 폐쇄되었고, 교회 건물 등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는 지금, 아주 오래 전에 국가에 의해 몰수된 교회의 자산을 다시 돌려주는 문제로 교계와 정부가 큰 갈등을 빚고 있다.

한 예로 쿠앙빈주의 주도인 동호이시의 한 가톨릭교회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교회는 베트남 전쟁으로 건물은 파괴되었으나 땅은 남아 있다. 신자들은 지금은 가정을 돌며 작은 규모의 모임으로 신앙을 이어가지만 언젠가 이 땅에 다시 교회를 세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1996년, 인민위원회가 이 땅을 몰수하여 전몰자 추모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신자들은 문제의 장소에서 매주 옥외미사를 열고 있고, 수시로 강제 해산을 당하고 있다.

또 한 곳은 하노이 성 요셉 성당과 베트남주재 바티칸 대사관 및 대사관저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곳은 가톨릭계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상징성과 역사성이 큰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가톨릭 측은 오래 전부터 몰수된 건물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때로는 강력한 시위도 벌였다. 그러자 이를 귀찮게 여긴 당국은 지난 2008년 9월 19일 이 건물을 전격 철거해 버렸다.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이 건물을 원상복구를 시켜주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몰수당한 불교, 개신교, 가톨릭 소유의 엄청나게 많은 건물과 땅에 대한 반환요구가 잇따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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