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인 에콰도르 원주민 용서한 〈창끝〉 저자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 방한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사랑, 희생을 기억하는 사순절에 한국교회에 뜻 깊은 손님이 찾아왔다.

책 〈창끝〉의 저자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 책으로 발간된 후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국교회를 비롯해 세계 교회에 감동과 도전을 주고 있는 `창끝'은 1956년 1월 미국의 5명의 젊은 선교사들이 에콰도르 와오다니 족에게 복음을 전하러 갔다가 무참히 창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을 그린 것이다. 세인트 선교사는 당시 순교자의 한 명이었던 네이트 세인트 선교사의 아들로 당시 5살이었다.

그러나 `선교사 대학살 사건'으로 불리면 세계를 경악케 했던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세인트의 가족들은 여전히 에콰도르에 남아 복음 전파에 매진했고, 어린 세인트가 13살 되던 해에는 그의 아버지가 순교한 콰라레이 강가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에게 세례를 베푼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한 사람으로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내 놓으며 헌
신하는 모습에 감동 받아 회심하고 목사가 된 원주민이었다.

세인트는 휘튼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원까지 마친 후 사업가로 수완을 발휘해 크게 성공했으며, 20여년 전부터 에콰도르 선교에 주력하면서 정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I-TEC(토착민 기술과 교육 센터)을 설립해 에콰도르 남미 원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세인트 선교사의 한국 방문은 〈창끝〉과 최근 그의 책 〈그의 길을 따라서〉를 펴낸 쿰란 출판사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13∼22일까지 여러 교회와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갖는 등의 일정 중 지난 15일 쿰란출판사 주최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버지를 죽인 원주민들과 어떻게 사랑과 신뢰를 나누며 사역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편집자주〉



△화해와 용서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신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떻게 분노를 이겨내셨는가.

-가는 곳마다 여러 번 받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용서할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어떤 사람도 용서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배운 것이다.

물론 5살 때 아버지가 살해됐다는 소식에 참혹함과 모든 것이 부셔지는 것을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께서 이 참혹한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안 계신 동안에도 변함없이 가정예배를 저녁마다 드리면서 그 부족을 위해 기도하셨다.

그리고 예배 때 고모가 많이 우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동생이 죽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부족으로 인해 아픈 마음으로 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른들을 통해 아버지의 원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사람들은 나를 마치 용서의 영웅처럼 대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단지 하나님께서 주신 그 마음을 따라 행동한 것뿐이었다. 하나님이 아니라면 우리 내면의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다만 하나님께서 이런 주신 용서가 대를 이어 전파되고 실천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말하는 용서와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선교사가 되고 싶으신지.

-나는 용서에 대해 가르칠 위치에 있지 않다. 공항에서 검색대 통과를 위해 모든 것을 벗을 때마다 그들의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난다. 용서한다기보다 우리 집안의 전통,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가문에서 흘러 내려오는 어떤 무엇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손주들에게도 그것을 나누어주고 가르치고 있다. 정확하게 어떤 선교사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교사들을 연구하면서 되고 싶지 않은 유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선교사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동의할 수 없었던 선교사는 원주민들과 같이 되지 못하고 부유하게, 훨씬 큰 집을 짓고 주변에 담 두르고 사는 선교사였다. 셋째는 가난한 원주민을 보면서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 선교사이다. 나는 가장 완벽한 선교사를 안다. 그는 왕족 출신이면서 가장 낮은 곳에 찾아가셨고,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셨고, 치유해주셨다. 그는 바로 예수님이시다.


〈창끝〉 스티브 세인트 지음/이영기 옮김/쿰란출판사
〈그의 길을 따라서〉 스티브 세인트·지니 세인트 지음/이영기 옮김

△I-TEC은 어떤 단체인가.

-내가 본받고 싶은 선교사는 바로 주님이시다. 그분은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 계셨다. 나는 에콰도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에콰도르 국적을 가지고 있다. 정글에서 원주민처럼 자라고 살면서 원주민들을 지배하거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해악이 되는지, 외지인의 영향이 부족의 삶을 어렵게 하고 파괴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와서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I-TEC은 에콰도르 원주민들의 자립을 위해 일한다. 치과교습과 간단한 치공기구, 그들 말로 된 교재를 전달해 그들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안경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주민들이 해낼 수 있는 사업을 일으켜 보급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위대한 의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한국교회를 방문하신 소감은.

-역사를 공부하면서 주님께서 주신 대 명령, 선교 사역을 여러 나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보아왔다. 독일, 영국, 미국이 선교 사명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하는 국가들마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것을 보았다. 이제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선교사를 파송하고 사역의 주역이 될 나라는 한국교회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축복을 생각할 때 나 자신을 위한 축복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축복을 주심으로 많은 사람이 복 받게 되길 바라고 계신다. 한국교회가 이 사명을 잘 감당해 복의 근원, 선교의 근원 될 때 한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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