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1982년의 무혈쿠데타로 집권한 에르샤드 장군도 전임자의 이같은 정책을 계승했다. 그의 통치시절은 전임 지아우르 라흐만의 치하에 비해서 정치에 대한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에르샤드 장군은 이슬람교를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고 독재적인 정권의 기반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1988년, 헌법이 8번째로 개정되면서 헌법은 이슬람을 방글라데시의 국가종교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방글라데시는 완전히 친파키스탄, 친이슬람 노선에 의해서 장악되었다.

1990년에 자마트 에 이슬라미가 집권하면서 방글라데시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정치에 대한 이슬람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이 때 총리로 집권한 사람은 전임 지아 대통령의 부인인 칼리다 지아였다. 이때 이슬람 정치권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파트와를 잇따라 발동하면서 진보적이고 세속적인 지식인들을 억압했고, 이후 셰이크 하시나가 통치하던 기간(1996∼2001)에는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마드라사라고 불리는 종교학교설립 붐을 일으켰다.

이는 진보적 세속진영에 치명타가 되었다. 또 이 기간부터 세속자유진영의 근거 시설에 대한 폭탄테러사건도 종종 발생했다.

이처럼 이슬람보수정치세력이 꾸준히 세력을 강화하며 확대해 가던 양상이 계속되던 방글라데시 정치의 흐름은 아와미 리그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맞게 된다. 아와미리그는 온건이슬람과 진보적 세속주의의 중간 정도의 스탠스를 취하는 정치세력이었지만, 이슬람 보수 진영과의 정면대결을 펼치는 대신 교육과 보건, 복지 등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다.

그러면서 한 때 이슬람에서 이단으로 간주되었던 셰이크 무지부르 라함에 대한 복권의 바람이 부는데 이는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었다. 그러나 아와미 리그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마드라사를 중심으로 한 이스람 원리주의 교육이 계속 확대되고 있었고, 정부의 종교사무부는 일반적인 공교육에서 이슬람교육의 커리큘럼을 늘리는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일 뿐 아니라 경제기반도 거의 완전히 붕괴된 파탄수준의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다. 또 공무원사회의 부패로 공직자들의 횡령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서 해마다 뇌물로 주고받는 돈의 규모가 엄청난 나라이다.

또한 대부분의 후진국들이 그렇듯이 이 나라도 극소수가 부를 독식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극빈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도층은 이처럼 열악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이슬람교를 국민들에게 주입시켰다.

경제 붕괴의 또 하나의 원인은 정치권의 고질적인 파벌다툼이다. BNP와 아와미리그가 끝없는 이념 투쟁을 벌이는 동안 국가의 존립기반은 더 없이 붕괴되어가고 있다. 끝없는 권력 다툼에도 불구하고 어느 세력도 방글라데시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정치적인 변동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남김없이 붕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은 백성들의 눈에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슬람 측이 밀어붙이는 샤리아법이나 이슬람법정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법 치안체계를 바로잡아줄 대안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최근 이슬람 강경세력이 판사 몇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집권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이 샤리아법이나 이슬람세력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이다. 집권세력의 입장에서는 이슬람세력 자체도 맘에 들지 않았겠지만, 그 세력이 94년 이후 점점 강해지는 것도 그냥 두고 보기 힘들었을 것 같다. 2001년에는 이슬람 강경운동지도자인 무프티 아미니와 그의 측근인 마울라나 아지줄 하크가 구속된다. 다카의 한 모스크에서 발생한 정치인의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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