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36년간 억압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분단국 속의 한반도 현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옥사동에 내걸린 태극기가 더 장엄해 보인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자유를 몰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암울한 그림자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일제치하 36년의 식민지에서 겨우 벗어났는가 싶었는데, 다시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아픔은 여전히 오늘을 사는 한반도의 남북한 국민들에게 시시때때로 상처의 쓰라림을 맛봐야 하는 시점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빛을 다시 찾게 되다'라는 의미의 광복을 통해 우리는 주권을 회복하고 자유를 얻었지만 남북한으로 다시 갈라져 여전히 남북의 분단으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며 많은 우려를 하고 있지만, 정부와 상당수 국민들은 북한의 핵 실험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보여준 햇볕정책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올해 천안함 사건으로 남한의 건아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또 지난 9일에는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 일부가 예고없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500여m 해상에 130여 발이 떨어져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현실은 이렇듯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동족이면서도 총부리를 겨누고, 북한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내는 관계가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평화의 세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 남북한의 전쟁을 다룬 `전우'와 `로드 넘버 원'을 통해 치열한 전쟁 상황 속에서도 서로 사람임을, 누군가에게는 참 귀한 생명체인 것을 그리고 있어 주목된다.

인민군의 어머니지만 국군을 보고도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는 사람. 국군이지만 예상치 않게 인민군이 되어 의무병으로서 인민군이든 국군이든 차별하지 않고 `생명'으로 다가가는 군인. 이런 장면은 `로드 넘버원'에서도 나온다. 오빠를 따라 어쩔 수 없이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이들과 섞여서 살지만 의사로서만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 그에게는 군인이든 인민군이든 치료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 서로 죽이려는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얘기를 하면 전쟁을 경험한 많은 어른들은 `감상에만 젖지 말라'고 충고를 한다. 아니, 꾸지람을 한다. 그들 자신 속의 울분을 토해낸다. 자신의 형제가, 부모가 인민군에게 살해당하고 거짓을 일삼은 그것을 똑똑히 목도했기 때문에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여전히 큰 것이다.

광복절을 며칠 앞둔 시간 서대문에 위치한 독립문공원을 찾았다. 그 안에는 대한제국 말 일제의 강압으로 지어진 감옥이었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옥사 몇 동과 사형장 등이 보존되어 있다.

1945년 8월 15일에 광복을 맞기까지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투옥되어 고문을 받으며 처형되거나 옥사(獄死)했던 악명 높은 곳이다.

그 옥사 주변에 쳐진 울타리에는 판넬로 형무소 소개와 그 당시 역사와 상황, 인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노인이 한 판넬을 응시하고 있다가 한숨을 다시 한번 들여쉬고 발걸음을 옮겨서 다음 판넬 앞에 서더니 또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 보다가 고개를 흔든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그 할아버지의 눈에는 그저 눈물만 고여있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었지만 그분을 보면서 오늘날 그 긴 고통의 세월을 살아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일본의 숱한 핍박에 일가족이 말살이 되었을 수도, 자신이 감옥에서 고통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렇듯 억압의 세월을 보낸 후 맞이한 동족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어 있거나, 전쟁의 현장에서 같은 동족간에 총부리를 겨누며 싸웠던 그 아픔이 되살아나는지도….

그러나 그날 그 공원에서 그 할아버지 외의 대다수 사람들은 2010년 8월에 자유롭게 웃고 있었다.

옥사의 맨 앞 동 바로 뒤의 한 옥사에는 커다란 태극기가 담벼락에 걸려 있었고 그 주변에 조성된 공원에서는 남녀노소가 얘기하고, 뛰어놀고, 춤추고 하면서 신나게 자기의 시간들을 만끽하고 있었다. 누가 뭐라 간섭할 수 없는 시간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마음껏 뛰놀며 할 수 있는 곳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2010년 모습이었다.

이렇듯 소중히 누리고 있는 자유를 안겨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눈시울을 붉히며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이 말한다. “남북 민족간의 공조 또한 중요하고, 북한의 동포를 위해 도와야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자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쪽에서는 북한을 비방하기에만 바쁘고, 또 한쪽에서는 북한을 변호하기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으로 인해 남한 내의 갈등은 언제든지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그러나 뜻있는 이들은 한반도의 평화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더 이상 후세에게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잘못된 부분만을 들춰내 비방하기 보다는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알면서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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