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서의 선교현장 돋보기(23)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탈레반의 등장과 집권에 환호했다. 그들은 오로지 종교적 순결과 순수성을 지향하며 어떤 사심과 욕망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하고 잔혹하기까지 한 통치 스타일은 시작부터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수도 카불에 입성하면서 당시의 대통령 즉 소련이 철군하면서 세워준 친소 정권의 대통령인 나지불라를 체포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린 후 시체를 대로변에 효수해 걸어 놓는 엽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것은 그들의 이른바 탈레반식 통치 스타일의 시작이었다.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했고 여성이 가족 남성과 동행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 또한 금지해 이를 어기면 종교경찰에 의해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사망한다 해도 가해자는 율법을 위반한 죄인을 응징한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도둑질을 하면 사지 가운데 하나를 절단하고, 간통을 하면 성기를 제거하고, 여성은 사형에 처해진다. 여성은 눈까지도 가려놓은 극단적인 이슬람 복장인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해야 한다. 통치 스타일이 이러하니 세계적으로 이슬람 국가가 56개국에 이르지만 탈레반 정권을 승인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파키스탄 등 네 나라 뿐이다.

탈레반과 미국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주요 석유회사인 유노칼이 아제르바이잔의 석유를 인도양으로 끌어오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관통 송유관 건설 협상을 탈레반과 벌였다가 결렬되면서부터다.

결렬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탈레반이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했다는 점이고, 미국 쪽에서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반대했다는 점이다. 유노칼 등 텍사스 석유재벌들은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클린턴의 후임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 석유 재벌 출신이자 텍사스 주지사로 석유 산업에 대한 지지와 이해가 높았던 부시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부시는 역시 석유재벌이자 한때 사업파트너이기도 했던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부통령으로 앉혀 자신의 가업이자 정치적 후원 기반인 텍사스의 석유업계를 밀어줄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요지부동인 탈레반을 설득하는 일이다. 설득은 쉽지 않았고, 도통 설득이 안 되면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마침 명분은 많았다. 탈레반의 엽기적이고 반인권적 통치스타일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데다가 테러리스트이자 911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꼬투리가 되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탈레반이 물러간 후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 된 카르자이와 부시, 체니와의 관계다. 부시와 체니가 석유재벌 출신이고, 텍사스의 석유재벌인 유노칼이 아프가니스탄에 송유관을 건설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벌인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런데 체니는 바로 이 유노칼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부시 가문 역시 유노칼의 비즈니스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카르자이는 아프가니스탄인이지만 영국에서 공부한 후 바로 이 유노칼에 취직하여 유노칼을 대표하여 혹은 대리하여 탈레반과 송유관 협상을 벌였던 주역이다.

그러니까 부시와 체니 입장에서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사업에 걸림돌이 되자 이들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던 사람을 탈레반을 대신할 정부의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미국의 정부통령은 과거 자신이 모시던 회장님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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