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서의 선교현장 돋보기(24)

미국,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시와 체니의 후원 아래 성립된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미국은 탈레반을 소멸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키고 당당하게 철군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던 2001년 당시만 해도 그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탈레반은 궤멸 직전에 이르러 파키스탄 접경지대의 산악지역으로 숨어들었다. 문제는 이 산악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의 환경이다.
한마디로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워낙 험준하여 그 누구도 이곳으로 들어가 탈레반을 토벌할 엄두를 못 낸다. 흔히 아프가니스탄을 한 번도 외세에 점령되지 않은 땅이라고 불리는데 그 비결이 바로 이 산악지역이다.

게다가 이곳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이다. 말이 국경이지 우리나라의 휴전선처럼 철조망이나 국경표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파키스탄으로 넘나들 수 있다. 물론 험준함으로 인해 파키스탄 정부와 정부군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미군이 쫓아오면 국경 넘어 파키스탄 영내로 피하면 그만이다.

미군은 파키스탄과의 외교적 문제가 있고, 불법 군사도발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 때문에 국경을 넘지 못한다. 또 파키스탄 역시 과거 탈레반정권을 승인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주 강성 이슬람 국가이다.

탈레반은 국경의 산악지대를 은신처로 하여 농성하면서 전열을 정비해 서서히 미군으로 인해 잃어버린 땅을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땅의 2/3 이상, 더 크게 보면 80%까지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카불 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다.


미군이 철수한다면

카르자이 대통령과 미국과의 관계도 애매하다. 과거 부시 대통령 시절의 카르자이와 부시-체니 커플과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밀월관계였지만, 오바마와 카르자이와의 관계는 냉정하다. 오로지 국가와 국가 간의 공식관계만 있을 뿐이다. 오바마 정부는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넌더리를 치고 있다. 카르자이 정부가 탈레반과 맞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신뢰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세력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아프간 전쟁 수행에 대한 회의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아프간 출구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아프간에 미군을 증원하는 대신 하루빨리 카르자이 정부와 정부군이 스스로 탈레반과 맞설 수 있는 군사력과 치안력을 갖도록 도와주고, 늦어도 2011년부터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하면 2011년 하반기부터는 탈레반을 잡든, 탈레반에게 잡히든, 아니면 같이 사이좋게 협상하여 나누어 살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재탈레반화와 선교

역사의 흐름은 워낙 뜻하지 않은 변수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예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흐름으로 결국 머지않아 미군이 철수를 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의 재탈레반화는 쉽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나라가 미국이 되었든 어느 나라가 되었든 외세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되고, 정권이 지켜지고, 강대국의 입맛에 따라 길들여지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비 인권적이고, 폭압적이며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 또한 선교적 관점에서 보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프간인들이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정권과 권력자를 선택하고, 선택된 권력자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신앙 활동을 보장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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